• <윤창중 칼럼세상> 

    대한민국 영웅들을 능지처참하는 절망의 대선판

    과거 말고 미래를 얘기하라!


    

  • ▲ 윤창중 정치평론가/전 문화일보 논설실장ⓒ
    ▲ 윤창중 정치평론가/전 문화일보 논설실장ⓒ

    정말 살 떨리는 분노를 억누르면서 국민의 차가운 이성을 향해 간곡히 호소하고 싶다. 

    아무리 정권이 걸린 대선 정국이라지만 대한민국의 명줄을 살려낸 국가 영웅들을 능지처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난도질할 수 있느냐고.

    올해 31살,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들어가 금배지 달고 있는 김광진, 그가 김일성의 6·25 남침전쟁 때 낙동강 다부동전투를 승리로 이끌어냄으로써 대한민국을 결정적으로 지켜낸 ‘살아있는 전쟁신(神)’ 백선엽 예비역 육군대장, 올해 92살의 노병을 향해 서슴없이 ‘민족 반역자’로 패대기치는 장면! 

    이 건 지금 대한민국이 어느 정도 정신적·이념적·정치적으로 타락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고도 남는다.  
    나라를 지킨 선배 세대에 대해 얼마나 배은망덕한지를 더 보태고 뺄 것도 없이.

    대한민국의 건국과 산업화 과정에서 대한민국 전 국민의 이름으로 영웅 훈장을 달아줘도 모자랄 인물들을 모조리 친일파로 낙인찍은 ‘친일인명사전’, 그걸 찍어낸 민족문제연구소의 전남동부지부 사무국장 출신이라는 김광진이라는 애송이. 

    <민주통합당 김광진? 진짜 민족의 반역자는 누구인가>

    그는 지난 10월19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세계 전투사를 통틀어 어떤 이견도 없이 6·25 전쟁영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백 장군에 대해 “잘못된 과(過)를 가지고 있는 이 민족 반역자가 대한민국 국군지도자로 설 수 있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고 백 장군에 대해 대한민국에서는 천형(天刑)이나 마찬가지인 ‘친일파 딱지’를 붙였다.

    만약에 미국 의회에서 독립혁명군 총사령관으로서 독립전쟁의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는 조지 워싱턴 초대 미 대통령을 겨냥해 어떤 의원이 유권자를 유혹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에서 ‘살인마’니 ‘호전광’이니 하는 말을 입에 올리기라도 한다면 그런 의원은 즉각 여야 만장일치로 제명될 것이고, 미국 땅에서도 살 수 없게 될 것!  
    미국의 반역자라는 낙인이 영원히 지워지지 않도록 꽝꽝 찍어서. 

    만약 일본에서 ‘조선 침략의 원흉’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에 대해 어떤 의원이 역사적 진실 그대로 ‘조선 침략의 원흉’이라고 묘사했다면? 

    그는 자객(刺客)에 의해 지상에서 사라지는 운명을 피하지 못하거나, 일본 열도 전체의 여론이 그를 이지메의 폭풍 속으로 밀어 넣음으로써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6·25 전쟁의 살아있는 영웅 백 장군을 ‘민족 반역자’라고 망발을 퍼부어댔던 ‘김광진’은 그 폭언을 입에서 꺼내는 순간 인터넷 등 사이버 세계에서는 일약 의거를 일으킨 영웅으로 추앙받았고, 백 장군에 대해서는 무지막지하게 매도하는 글들로 도배됐다. 

    보수단체들이 김광진 화형식까지 갖고 항의했지만 전혀 여론의 분노를 불러오지 못했다.

    바로 이게 김광진이 노렸던 것. 젊은 세대의 민족주의적 정서에 불을 지르기 위한 의도임이 어렵지 않게 읽힌다. 야비한 선거 전략이다. 

    대한민국의 명줄을 지켜낸 전쟁영웅까지 선거의 도구로 악용하는 야비함, 그 천박함에 그야말로 오돌오돌 소름이 다 끼친다.

    <또 과거사 공세>

    그런데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조용하게 넘어가는 대한민국! 

    이런 배은망덕이 세계 어느 나라에서 자행되고 있다는 것인지, 대한민국 유권자는 냉철한 이성을 갖고 생각해 봐야 한다. 

    대한민국 대선판, ‘없었던 과거’까지 새로 만들고 부풀리고 조작하는 ‘과거사 공세’에 완전히 발목이 잡혀 ‘미래’에 대한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고 싸움질만 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박근혜·문재인·안철수가 대선에 출마한 게 아니라,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반(反) 박정희 후보들’ 간 각축으로 착각될 정도로 오로지 ‘박정희 과거사’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그래서 대선을 불과 1달 20여일을 앞두고서도 박정희의 과거사에 대한 공방만 갈수록 격렬해질 뿐 앞으로 5년 간 대한민국호(號)의 선장실에 앉아야 할 주역의 자질, 정책, 비전에 대한 검증은 사실상 전혀 이뤄지지 않거나 너무 소홀해지고 있다. 

    그 결과 ‘박정희’는 33년 전에 묻혔던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묘역에서 불려 나와 2012년 대선전의 검증 무대에 올려 세워진 뒤, 사자(死者)이기 때문에 무자비한 공격 앞에서 다시 홀로 쓰러지게 되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신세가 돼 버렸다.

    이게 바로 무덤에서 시체를 다시 꺼내 난자하는 부관참시의 전형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참으로 더 이상 잔인할 수 없는 선거다. 

    국가를 세우고, 지키고, 키워온 영웅은 물론 그들과 시대를 함께 했던 세대들까지 격하하고, 조롱하고, 다시 형장으로 보내려는 배은망덕한 선거! 

    전 세계 학계, 심지어 러시아·중국 정치학자들 사이에서도 대한민국 산업화의 아버지라고 평가받고 일각에서는 숭앙까지 받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오로지 대한민국 안에서만 박정희는 끊임없이 매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가 서거한지 33년 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토록 질기게 평가받고 매도 당해왔지만, 이번에 또 다시 친일파, 패륜아, 살인마, 독재자로 더 이상 떨어질 밑바닥이 없을 만큼 곤두박질치고 있다.

     다시 한번 먼지 속에 잠들어 있는 역사적 자료를 툴툴 끄집어내 박정희 과거사에 대한 매도가 이 시대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국민으로서 얼마나 잘못된 배은망덕인지 호소하려 한다. 

    박 전 대통령이 1962년 집권할 당시 1인당 국민총생산이 몇 달러였는지 기억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고작 89달러! 

    당시 유엔이 국가로 인정한 125개국 중 101번째로 세계 최빈국 그룹에 속했던 대한민국이었고, 북한은 6·25 남침전쟁을 치르고도 49번째 중간국가였다. 

     박정희는 이런 대한민국을 이끌고 1974년 북한과의 체제 경쟁에 종말을 고하게 했으며, 1979년에는 신흥공업국가의 선두 반열에 올려놓고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박정희를 대한민국 현대사의 전당에 ‘산업화의 아버지’라고 금석(金石)에 새겨놓을 수밖에 없는 것!

    <현재와 미래를 향한 논쟁으로 가자>

    박정희는 대한민국이 처했던 ① 절대빈곤 ② 공산주의 세력이라는 양대 주적에 맞서 결국 산업화 국가를 건설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그 저력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산업화 단계에 이어 민주화 단계로 이동할 수 있는 근본적인 토대를 만들어 놓았다.

    그럼에도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박지원은 정수장학회 문제로 시비가 붙자 박정희를 향해 ‘진짜 골수 친일파’라고 입에 담을 수 없는 악담을 늘어놓았다. 

    “박 전 대통령은 만주군관학교에 불합격되자 천황에게 혈서로 충성을 맹세해 입교해서 독립군에게 총을 쏘고 그 우수함을 인정받아 일본 사관학교에 진학하게 됐다.” 

    역사적 사실 관계에 대한 고증과 증거 제시가 생략된 이런 모략이야말로 더러운 저주다! 영웅에 대한 저질적 인간형이 자행하는 더러운 저주다.

    그러나 박정희를 저주하는 세력은 또 다른 아이러니에 대해 깊은 모색이 있어야한다. 왜 박정희는 부관참시를 당하면 당할수록 가장 성공한 대통령으로 더 깊이 기록되고 있는가? 

    박정희가 남긴 공적은 대한민국에서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반 박정희 세력’에 의해 30년도 넘게 지워버리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박정희는 다시 살아난다!

    박정희는 자신의 조국근대화에 반대하는 야당과 재야세력을 겨냥했을 뿐만 아니라 한 시대를 책임지며 역사를 조망하는 거시적 안목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역사가 자신이 잘 못했다고 평가한다면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박정희가 지상에서 사라진 뒤 대한민국에서 정치한다는 인물 중에 박정희에게 침을 뱉지 않은 경우가 거의 없다. 

    박정희의 후신들인 전두환·노태우도 ‘반 박정희 세력’이 박정희를 향해 돌을 던지는 걸 막지 않았고, 김영삼…노무현, 이들은 대통령이 된 뒤에도 박정희 격하에 혼신의 정력을 쏟았으나 오히려 박정희만 살려 놓았을 뿐이다. 결국 그들이 나가 떨어지고야 말았다.

    지금 대한민국은 대선 과정에서 박정희를 향해 침을 뱉고 있다! 

    이런 과거사 문제로 유권자들의 판단력이 흐려져 대통령을 또 잘못 뽑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소모적인 과거사 논쟁은 이 정도에서도 눈과 귀가 아플 정도로 지긋지긋하다. 여기서 과거사로부터 고개를 돌려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향한 논쟁으로 가야 한다.

    <북한 핵문제는 보이지 않는가>

    박근혜·문재인·안철수, 그리고 그들의 캠프들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는가!

    북한의 핵개발, 머리에 이고 살아가게 될지 모르는 이 망국적인 핵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 하는가? 

    누가 대통령이 되든, 대통령 임기 3년차인 2015년 12월에 마무리되는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은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고, 전시작전권까지 이양되는 안보위기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임스 서먼 한·미 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북한의 28살 김정은에 대해 “그는 예측 불가능한(unpredictable) 통치자로, 아버지보다 훨씬 공격적이고 독단적(assertive)"이라고 평가했다. 

    그런데도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는 김정은에 대한 논쟁을 단 한 차례도 벌이지 않고 있다. 고작 대선일이 50여일밖에 남아있지 않았는데 언제 하려고! 

    오히려 미국 대선에서 후보들 간에 북한 문제를 놓고 구체적으로 설전을 벌이는 장면을 지켜보게 된다.

    너무도 부끄러운 대한민국 대선판! 

    이런 게 한반도 5000년 역사상 단 한 번도 외침을 해보기는커녕 자신들의 국가와 국민의 힘으로 국가안보를 전혀 지키지 못했던 ‘식민지 선배 세대’들의 유전자(DNA)가 요즘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후손들에게 그대로 전해져 내려왔다는 살아있는 증거다.  

    아니라는 말인가?

    이런 게 ‘식민지 노예 근성’의 대물림임을 냉철히 인정해야 한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들로부터 국국 통수권자로서 자신이 제 나라의 안보를 어떻게 지켜나갈 것이며 외교정책을 어떻게 전개해 국가이익을 극대화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단 한 건도 나오지 않고 있는 게 2012년 대선판, 이게 국격(國格)의 적나라한 현주소다. 

    북한 병사가 휴전선 철책선을 뚫고 ‘노크 귀순’을 하는 황당한 안보사태가 생겼는데도 대선후보들 사이에는 격렬한 논쟁 한번 벌이지 않고 있다. 

    근본적으로 국가안보에 대한 인식이 철두철미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안보 구멍 사태’에 대해서도 아무 개념도 없이 그냥 넘어가고 있다.

    <후보 단일화에 대한 입장 빨리 밝혀라>

    국내 경제는 1997년 IMF 사태 때보다 더 살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폭포처럼 쏟아져 나올 정도로 심각한 지경인데도 대선 후보들은 그저 ‘경제민주화’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의 경제민주화 단장이라는 인물들이 경제민주화에 대해 설명하는 걸 들어보면 정말 웃기지도 않을 만큼 똑같다.

    경제민주화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정책이라는 것도 거의 비슷비슷하다. 

    이건 세 후보 모두 나름대로의 독자적인 국정철학을 내면화(內面化)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저 민심이 요동치는 방향대로 적당히 편승해 공장에서 벽돌 찍어내듯이 정책을 만들다보니 내용이 똑같을 수밖에.  

    이번 대선은 역대 선거에 비교해 볼 때 정책과 인물에 대한 검증 차원에서도 최악이다. 

    문재인·안철수 간의 후보단일화 문제 때문에 단 한 차례도 후보 간 TV토론회를 갖지 못했다.  

    만약 야당의 후보단일화가 내달 후보등록기간(11월25, 26일) 전까지 질질 끌게 된다면 앞으로 한 달 동안이나 유권자들은 TV토론은 구경도 할 수 없게 된다. 정말 기가 찰 일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라 수십 년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단일화 문제에 대해 명확히 입장을 정리해 국민에게 밝혀야 할 의무가 있다.  과연 후보 단일화를  것인지 말 것인지, 그리고 하게 되면 언제까지 할 것인지 확실한 일정을 제시해야지 이렇게 시간을 끌고 있는 건 대선 후보로서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민주주의를 크게 후퇴시키는 잘못으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다. 

    대선판이 이렇게 과거사 문제에 발목이 잡혀 선거일까지 빠져나오지 못하고, 정책공방과 후보검증도 미진한 상태가 계속된다면 대선 자체에 대한 유권자의 실망과 분노가 증폭돼 두 가지 방향으로 잘못 표출될 수 있다. 

    첫째, 대선 후보에 대해 면밀히 따져볼 기회를 박탈당하는 유권자로서는 설령 투표장에 나가서도 기분 내키는 대로 아무거나 사들이 듯 하는 ‘충동구매’를 할 경향이 커진다는 점이다. 묻지마 투표! 

    둘째, 투표율이 사상 최저로 나타날 수 있다. 무관심인 것! 실로 엉뚱한 결과를 낳을 수도. 이른바 ‘표의 대표성’이 과소화됨으로써 국민 대다수가 기대하지 않던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있다.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를 향해 진정으로 호소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그랜드 청사진’을 내놓고 피 튀기는 혈전을 벌여라! 

    언제까지 과거사 문제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걸고넘어질 수는 없다. 민주주의를 실질적으로 후퇴시키고 국가발전을 가로막은 장본인들로 역사에 기록되길 바라는 것인가? 

    미래로 거침없이 향하라!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정치 칼럼니스트/전 문화일보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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