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 유력 일간지 엘 문도에 이어 프랑스의 정통 시사주간지 렉스프레스도 독도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갈등을 보도하면서 과거청산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일본을 강력 비판했다.
렉스프레스는 27일 인터넷판 분석기사에서 독도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갈등은 청산되지 않은 과거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며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독도 문제를 취급하는 일본의 태도를 질타했다.
렉스프레스에 따르면 독도는 한반도와 일본 열도로 둘러싸인 바다 한가운데 위치한 한국의 화산섬으로,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부정할 수 없는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지난 8월 말 독도를 방문, 일본의 분노를 샀으며 이후 몇시간동안 두 나라 간에 심각한 긴장상태가 조성됐다.
만일 4년간 프랑스를 점령했던 독일이 지금까지 프랑스 영토인 웨상(Ouessant) 섬이나 일드레(Ile-de-Re) 섬에 대한 합병을 시도한다면 프랑스가 받아들일 수 없듯이 한국인들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인들은 거의 40년동안 식민지배를 한 일본이 아무리 작은 부분이라고 하지만 한국 영토에 눈독을 들이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독도의 경제적·전략적인 이익을 잘 알고 있는 일본은 기회를 잡기 위해 법적인 허점을 이용하고 있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신뢰를 잃은 일본 정부는 은밀히 민족주의적인 긴장상태를 선동하는 것이 절대 유리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환경에 대한 우려로부터 여론의 관심을 따돌리려는 방법이다. 일본은 독도 분쟁 이후 몇 주 만에 댜오위다오 열도에서 새로운 전선을 만들었다. 국민들은 서로 싸울 때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잊어버린다.
자세히 살펴보면 독도 분쟁은 더 깊숙한 문제가 감춰져 있다. 한국인들에게 일본 식민통치의 상흔은 여전히 아물지 않았다. 물론 강제 징용과 위안부 등에 대한 일부 경제적 보상이 이뤄지고 천황을 포함한 일본이 깊은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지만 독일의 홀로코스트와는 달리 일본은 한국인들에 저지른 과오에 완전한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일본의 태도는 중기적인 전망에서 보면 이익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과오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주도권을 갖기 때문이다. 일본은 경제적·정치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사과하는 척한다. 여론이 부정적이면 한국에 대해 도발하면서 한 발짝 물러나기만 하면 된다. 독도문제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일본이 섬 하나 때문에 전쟁을 일으킬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일본으로서는 이외에도 위안부 모욕, 독도가 있는 동해를 일본해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 신사참배 등 다른 도발 수단도 갖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냉소적인 태도가 위험할 수 있다. 반세기동안 한국인은 눈을 감고 있었다. 재계 등 일부 한국인들이 일제에 협력했지만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결국 일제협력 문제가 공론화돼 친일파 명단이 작성되고 이들의 일부 자산이 몰수됐다. 한국 정부는 이를 통해 분쟁을 청산하고 국민 화합의 길로 들어섰다.
일본은 침묵을 지키는 것을 선호하면서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거나 설명하지 않고 있다. 이게 좋은 방법일까? 미덥지 않다. 물론 이러한 실리정치가 경제활동과 잘 병행될 수 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은 서로 중요한 무역 상대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어느 선에서 그치게 된다. 민족주의 열기는 경제성장에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유럽식 경제협력을 추구하는 동북아 지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렉스프레스는 프랑스와 독일의 협력 없이 유럽이 존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일본과 주변국가 간 화해가 없는 상태에서 동북아지역의 통합이 어떻게 이뤄질 수 있느냐면서 독도가 일본에 과연 그럴만한 가치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