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주 의원, 교과서에 실린 안철수 일화 "3가지 거짓말 담겨"
  • (문제) 다음 동영상을 보고 안철수 원장이 입대할 때 상황을 바르게 설명한 것을 고르시오.

    다음중 정답은?

    <1> 안철수 원장은 아내, 혹은 나머지 가족도 모르게 군대를 갔다는 말을 한 것이다.

    <2> 안철수 원장은 군대 가기 전날 아내, 혹은 나머지 가족과 송별회를 하거나, 군대 가는 아침에 '군대 다녀올테니 잘 지내라'는 위로의 말도 못 하고 왔다는 얘기를 한 것이다.

    <안철수> "V3 최초 버전을 군대가는 날 아침, 1991년 2월 6일 아침에 PC 통신으로 전송하고 입영열차를 타고 '군의 학교'로 갔는데 가서 내무반에서 이야기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그 전날 가족들과 헤어진 얘기를 했다."

    "근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제가 군대 간다는 말을 안 하고 나왔어요."

    <강호동> "가족들은 얼마나 당황했을까요"

    <유세윤> "실종이잖아요, 실종!"

    <안철수> "알고는 있었겠죠."

    정답이 몇 번인지 마음 속에 되새겨보자. 그리고 우선 <조선일보>의 칼럼 하나를 읽어보자.

    ※ 2012.07.24,  김창균 논설위원의 "안철수의 '부정 출발'" 중에서

    - 안 교수는 '무릎팍도사'에서 "입대하는 날 아침까지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을 만들다가 허겁지겁 부대로 달려갔다. 아내에게 군대 간다는 말도 안 하고 온 사실이 뒤늦게 떠올랐다"고 했다. MC들은 "남편이 실종된 줄 알았을 거 아니냐"면서 눈을 크게 떴다. 방송 용어를 빌리자면 안 교수를 치켜세우기 위한 '리액션'이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이 얘기가 그대로 실려 있다. 연구에 정신이 팔려 달걀 대신 시계를 끓는 물에 넣었다는 어느 위인 얘기가 생각난다.

    안 교수 부인 김미경씨도 작년 8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그날 얘기를 했다. 안 교수가 입대 날 아침까지 백신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대목까지는 같은 내용이다. 다만 부인 김씨는 "(남편 안씨를) 기차에 태워 보내고 혼자 돌아오는데 무지 섭섭했다"고 했다. 안 교수가 아내에게 군대 간다는 말도 않고 입대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

  • ▲ 안철수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자료사진) ⓒ 연합뉴스
    ▲ 안철수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자료사진) ⓒ 연합뉴스

    ■ 금태섭 변호사는 지난 7월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증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교묘한 네거티브 공세는 문제다. 전체 사실 중 일부만 취사선택해서 상대방에 대해 잘못된 인상을 갖게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1>번을 답으로 선택한 <조선일보>를 지목해 공격했다. "무릎팍 도사 동영상을 한번이라도 직접 봤으면 이런 황당한 문제 제기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2>번을 답으로 선택했다.

    다음은 금태섭 변호사의 글 중 주요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 안철수 원장이 군대 간다는 말을 가족들에게 못 했다고 하면서 “일에 빠져서 일에 집중하다보니 그런 일들도 생기더라구요.”라고 하자, MC들이 “(부인이) 얼마나 당황했을까, 황당했을까요? 섭섭해하셨겠네요. (남편이) 실종이잖아요, 실종.”이라고 한다. 여기까지는 조선일보 김창균 칼럼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안철수 원장은 실종이라는 말을 듣자 웃으면서 이어서 이렇게 말을 한다.

    “알고는 있었겠죠.”

    안철수 원장은 아내, 혹은 나머지 가족도 모르게 군대를 갔다는 말을 한 것이 아니다. 다만 군대 가기 전날 같이 송별회라도 하거나, 군대 가는 아침에 군대 다녀올테니 잘 지내라는 위로의 말도 못 하고 왔다는 얘기를 한 것이다.

    무릎팍 도사 동영상에서 전후맥락을 보면 내용이 더 확실하다.

    안원장은 이렇게 말한다.

    “(새벽까지 백신을 만들어서 PC 통신으로 보내놓고) 입영열차를 타고 대구에 있는 군의학교로 내려가게 됐죠. 근데, 가서, 이제 내무반에서 이야기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그 전날 가족들과 헤어진 이야기들을 하더라고요. 같이, 이제, 밥 먹고 서로 따뜻한 이야기 나누고. 근데 가만 생각해보니까 제가 군대 간다는 이야기도 안 하고 나왔어요.”

    안철수 원장과 김미경 교수의 말은 군대가기 전날 밤은 물론 당일 아침까지도 군대 가는 것을 소재로 한 위로의 말이나 그런 것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섭섭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만일 군대 가는 사실 자체를 안 알려줬다면 섭섭한 것이 아니라 황당했다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실제로 김미경 교수는 남편이 군대를 가는 날 아침이니 허겁지겁 나가는 안원장을 따라가서 함께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으로 갔는데, 지하철 안에서도 군대 잘 다녀오겠다느니, 잘 지내라느니 그런 말이 없어서 섭섭했다고 한다.

    이걸 마치 알리지도 않고 군대 간 것으로 오해를 사게 만든 것이다. -

    ■ 역시 변호사답다. 별 비중도 없던 “알고는 있었겠죠”란 문장에 어마어마한 의미를 부여해가며 안철수 원장을 '변호'해주고 있는 것이다.

    만약 위 동영상이 금태섭 변호사가 주장하는 내용으로 쉽게 해석될 수 있었다면 진행자들과 시청자들이 '액션(이란 소리와 함께 잠시 정지된 상태)'을 기다려가며 볼 필요도 없는 내용이었다.

    전후맥락을 보면 안철수 원장은 가족에게 군대에 간다는 말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실종됐다고까지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든 군대에 갔다는 것을 알게 됐을 것이라고 해석하는게 훨씬 더 자연스럽다.

    사람마다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국민들의 상식'에 비춰봤을 때 금태섭 변호사의 설명이 이해가 될 수 있을까.

    ■ 설사 금태섭 변호사의 주장대로 <2>번이 설득력이 있다고해도 문제다. 이같은 내용은 교과서에도 실렸기 때문이다. 

    특히 교과서에는 안철수 원장이 "내무반에 들어가고 나서야 가족들에게 연락 안 한 걸 깨달았어요"라고 했다고 나온다.

    게다가 이 교과서에는 "중대장에게 사정하여 겨우 전화를 걸었습니다"란 부분까지 추가돼 전후맥락을 훨씬 더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금태섭 변호사가 <조선일보>를 비판하기 전에 이 교과서에 대해 먼저 잘못된 부분을 지적했어야 한다는 의미다. 

  • ▲ 안철수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자료사진) ⓒ 연합뉴스

    ■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은 11일 교육ㆍ사회ㆍ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금성출판사가 발행하고 교육과학기술부가 2010년 7월30일 검정한 '고등학교 국어 하'에 실린 안 원장의 일화에 대해 "3가지 거짓말이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3가지 거짓말을 확인조차 안하고 검정한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 민병주 의원

    #1. 민병주 의원은 "미켈란젤로 바이러스가 극성했다는 안철수씨의 발언이 있는데, 미켈란젤로 바이러스가 유행한 시기는 1992년이며 안씨가 입대한 시점은 1991년 4월이다. 타임머신을 타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2. 민병주 의원은 "교과서에 보면 안씨는 입영열차를 탔다고 했는데 입영열차는 1985년 폐지됐다가 1998년 부활했다. 1991년 입대를 한 안씨는 다시 한 번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 혹은 미래로 이동해 입영열차를 탄 것"이라고 했다.

    #3. 민병주 의원은 안철수 원장이 '가족에게 말도 하지 않고 입대했고 중대장에게 사정해 겨우 전화했다'고 한 대목이 교과서에도 실렸음을 지적했다. "안씨의 부인 김미경씨는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차를 태워 보내고 혼자 돌아오는데 무지 섭섭했다'고 말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