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순간' 보여준 사진 미학의 거장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마지막 세계순회 대회고전
  • ▲ Kashmir. Srinagar 1948년의 카슈미르 분쟁은, 1947년 종교적인 차이에 따라 힌두교의 인도와 이슬람교의 파키스탄으로 분리독립하였으나 카슈미르의 귀속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유발된 것이었다. 인도 북서부 지역인 카슈미르의 스리나가르의 언덕에서 히말라야 산맥 너머로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기도하고 있는 맨발의 무슬림 여자들의 뒷모습에서 의식이 순간적으로 포착하는 극히 짧은 지속으로써 결정적 찰나를 만난다.ⓒHenri Cartier-Bresson/Magnum Photos/유로크레온제공
    ▲ <스리나가르, 카슈미르 1948>Kashmir. Srinagar 1948년의 카슈미르 분쟁은, 1947년 종교적인 차이에 따라 힌두교의 인도와 이슬람교의 파키스탄으로 분리독립하였으나 카슈미르의 귀속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유발된 것이었다. 인도 북서부 지역인 카슈미르의 스리나가르의 언덕에서 히말라야 산맥 너머로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기도하고 있는 맨발의 무슬림 여자들의 뒷모습에서 의식이 순간적으로 포착하는 극히 짧은 지속으로써 결정적 찰나를 만난다.ⓒHenri Cartier-Bresson/Magnum Photos/유로크레온제공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하지만 놀지도 못하고 빼곡한 학원 스케줄에 시달려야 하는 아이들, 그들의 방학 숙제와 여가를 책임져야 하는 부모들에겐 그리 달갑지만은 않을 터. 그렇다면 학원 공부도 좋지만 잠시 접어두고, 가까운 전시장을 찾아보는 건 어떻까. 스트레스도 풀고, 감성도 충전할 수 있는 알찬 전시가 아이들을 기다린다.

  • ▲ 사진 미학의 거장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Magnum Photos/유로크레온제공
    ▲ 사진 미학의 거장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Magnum Photos/유로크레온제공

    시대의 진정한 증인으로서 정열적으로 20세기를 뷰파인더에 담아온 사진 미학의 거장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 1908~2004)의 작품이 한국을 찾았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미술서의 바이블로 불리는 E.H.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서 주목한 유일한 근대 사진작가이자 국내 중학교 미술교과서(교학사)에 기술된 유일한 해외 사진작가다. KBS ‘명작 스캔들’에서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며 극찬한 바 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운명했을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었던 자크 시라크는 추모성명에서 “시대의 진정한 증인으로서 그는 정열적으로 20세기를 찍으면서, 자신의 범 우주적인 불멸의 시각으로 우리로 하여금 인간과 문명의 변화를 영원히 기억하게 만들었다”고 경의를 표했다.

    모든 사진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으로 통한다. 살아서 신화였고 죽어서 전설이 된 위대한 사진작가, 그는 한 시대를 직시한 시대의 눈이며 바로 그 자신이 하나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레송은 프랑스 샹틀루 지역에서 섬유업을 하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24세부터 유럽·남미·미국 등 세계를 돌며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1940년 프랑스 육군에 입대한 후 독일군 포로가 된다. 몇 차례의 탈출 시도 끝에 성공, 레지스탕스 조직에 참여하면서 브레송의 흔적은 세상에서 사라진다. 1947년 뉴욕 현대미술관은 브레송이 전쟁 중 실종됐다고 생각하고 ‘유작전’을 열었다. 몇 년간 사진을 떠나 있었던 브레송은 1947년 매그넘(국제자유보도사진그룹) 공동 창립자로 컴백한다. 사진예술의 본질이 기법과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 브레송은 소형 카메라인 라이카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브레송의 라이카를 통해 20세기의 표정들이 빠짐없이 기록됐다. 간디의 사망, 마오쩌둥의 승리, 흐루시초프의 집권 등 역사적 사건의 현장에 그의 카메라가 있었다.  

  • ▲ Derriere la gare Saint Lazare, Paris 생 라자르 역의 뒤쪽 울타리의 틈을 통해, 고여있는 물 위를 막 뛰어오르는 한 남자를 포착한 이 사진은 '결정적 순간'의 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공중에 떠 있는 남자와 물에 비친 그림자, 뒤쪽 벽면의 포스터 속 무용수의 동작이 유사하며 동시에 물 위의 그림자와 대칭구조를 이룬다. 그의 사진은 역동적인 균형, 도형적인 완벽성, 놀라운 리듬감을 보여준다.ⓒHenri Cartier-Bresson/Magnum Photos/유로크레온제공
    ▲ <생- 라자르 역 뒤에서, 파리 1932>Derriere la gare Saint Lazare, Paris 생 라자르 역의 뒤쪽 울타리의 틈을 통해, 고여있는 물 위를 막 뛰어오르는 한 남자를 포착한 이 사진은 '결정적 순간'의 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공중에 떠 있는 남자와 물에 비친 그림자, 뒤쪽 벽면의 포스터 속 무용수의 동작이 유사하며 동시에 물 위의 그림자와 대칭구조를 이룬다. 그의 사진은 역동적인 균형, 도형적인 완벽성, 놀라운 리듬감을 보여준다.ⓒHenri Cartier-Bresson/Magnum Photos/유로크레온제공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뉴스 중심의 사건, 사고 사진에서 벗어나 일상적인 삶으로부터 채택된 사진의 일상성으로 삶에 대한 개혁보다 인식을 강조했다. 그리고 일상의 시각과 크게 다른 극단적인 앵글을 거부하고 표준 렌즈를 즐겨 사용함으로써 사람이 보는 평범한 시선의 궤도를 유지하였다. 과장이나 강조 및 특이한 표현들을 철저하게 배격함으로써 평범함을 통해 일상성을 보다 분명하게 표출하고자 했다. 그의 독특한 르포르타주 접근은 동시대의 세계 문화와 시각예술에 있어서 불멸의 고전을 남겼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사진집 ‘결정적 순간(The Decisive Moment)’을 출판함과 동시에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앙리 마티스가 손수 장정을 맡은 호화로운 사진집인 ‘결정적 순간’은 수많은 프로,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에게 사진창작의 신앙으로 받아들여졌고 오늘날까지 사진 촬영의 전통적 규범으로, 작품으로 인정받기 위한 촬영의 공리이다.

    이번 전시는 사진을 기록에서 예술로 승화시킨 위대한 사진작가가 전 생애에 걸쳐 포착한 사진미학의 정점을 찍는 작품전이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과 최고의 기획자 로베르 델피르가 엄선한 약 250점 작품과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작품세계와 관련한 각종 인쇄물, 어린 시절 가족사진, 기자증, 편지와 자필원고 등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생애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 125점을 비롯하여 그의 데생작품 2점, 그가 촬영하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이 함께 전시된다. 특히 최초 공개되는 자료들이 다수이며 영구보존이 가능한 뮤지엄용 정통아날로그 사진에서 느낄 수 있는 깊은 맛을 볼 수 있다. 사진인화에서 액자까지 국제적인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展 '내면적공간' 전경ⓒ유로크레온제공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展 '내면적공간' 전경ⓒ유로크레온제공

    본 전시가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중일 때에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운명함으로써 생애 마지막 전시이자 유작전으로 남게 되었다. 2003년 5월 1일에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전시회를 시작으로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일본,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위스, 오스트레일리아를 순회했으며 한국展은 11번째 순회展이다. 한국展은 결정적 순간을 '찰나의 미학', '내면적 공감', '거장의 얼굴', '시대의 진실', '휴머니즘' 5가지 순간이란 관점으로 분류하여 재구성했다.

    김소희 큐레이터는 “방학을 맞이해서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전시다. 교과서에 있던 사진을 직접 만날 수 있고 학생들에게는 사진에 대한, 미술에 대한 흥미를 함께 느낄 수 전시가 될 것이다"며 "아날로그 방식으로 제작된 작가의 생애 마지막 전시이자 유작전으로 한국에서는 처음이자 마지막 전시로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전시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층에서 9월 2일까지 휴관일 없이 계속된다. 입장료는 성인 1만2000원, 청소년 8000원

  •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작품을 보고 있는 관람객들ⓒ유로크레온제공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작품을 보고 있는 관람객들ⓒ유로크레온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