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북자들이 북한팀을 응원하겠다는 이유
남한과 싸워 패배하고 돌아가면 그들은...
서영석 기자 /뉴포커스기자가 어느 탈북자들의 모임에 갔을 때였다. 주제토론이 끝난 후 자리를 옮겨 맥주를 마시는 편한 분위기 속에서 슬쩍 이런 질문을 꺼냈다. "이번 올림픽에서 만약 북한이 한국과 경기를 할 경우 어디를 응원할 것인가?" 신기하게도 대답이 반으로 나뉘어졌다. 남한을 응원한다는 숫자가 8명이고 나머지 6명은 북한을 응원한다는 것이었다.
우선 "왜 남한을 응원하려는가?"라는 물음에 8명의 탈북자들은 거의 똑같은 대답을 했다. "스포츠는 어디까지나 스포츠여야 하는데 국제경기에서 이기면 선수 본인의 노력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김정일이 위대해서, 또는 충성으로 보답하기 위해 이겼다고 말한다. 또 그렇게 말하도록 사전에 교육을 준다. 그 꼴이 보기 싫어서 차라리 졌으면 한다."
반면 북한을 응원하겠다는 사람들은 '고향, 혈육, 친지의 그리움 때문일 것'이라는 기자의 예상을 뒤집는 대답이었다. 한마디로 탈북자들은 선수들이 불쌍하여 동정심에 응원한다는 것이다. 선수들이 메달을 따지 못하고 귀국하였을 때 일어날 일들이 눈에 선하다는 것이다. 돌아가는 즉시 일일생활총화에 시달릴 것이며, 특히나 주적인 남한과의 경기에서 질 경우 자칫 체육인으로서의 삶이 완전히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이러한 속사정을 익히 알고 있는 연로한 탈북자 중에는 북한선수들이 죽을 힘을 다해 뛰는 모습을 지켜볼 때면 살아남기 위해 발악하는 것같아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탈북자들은 북한의 선수들은 운동하는 사람이 아니라 당의 정책을 선전하는 도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메달을 땃다고 해서 인생이 바뀌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훈장과 TV, 냉장고, 옷감과 음식물 정도라고 한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시기 때 김정일은 국제경기에서 이긴 선수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상금을 모두 선수들에게 돌려주라고 지시했다. 실제로 김정일 명의로 외제차들과 고급아파트를 선물하기도 했다. 어쩌면 이런 특권을 위해 북한 선수들이 국가대표를 희망하는 것일 수도 있다.그러나 북한에서는 스포츠도 체제선전 수단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평가의 차별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패자에 대한 처벌이 엄격하다. 특히 미국, 일본, 남한과 같이 북한체제가 백년숙적으로 규정한 나라들을 상대해서 질 경우에는 단순히 실력의 패배가 아니라 정신사상의 패배로 심각하게 문제를 삼는다. 다음번 국제경기 출마권한을 상실할 수 있고, 사상검증 과정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경우 스포츠계에서 완전히 제명될 수도 있다. 때문에 북한 체육인들은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삶을 위해 혼신을 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과 북한이 경기를 한다면 누구를 응원할 것인가? 한국을 응원하나 북한을 응원하나 탈북자들의 대답은 결국 한 구석으로 모인다. 그것은 북한 정권은 증오하지만 북한 주민은 응원한다는 것이다.
[탈북자신문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