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담화 측근비리 사과..“어떤 질책도 받겠다”취임후 5번째 ‘도덕적 완벽한 정부’ 결국 무너졌다
  •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취임 이후 다섯 번째다. 앞서의 사과는 광우병·세종시·신공항 등 정책적 문제에 대한 것이었지만, 이번 대통령의 사과는 그 무게감이 사뭇 다르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부’라는 구호를 무색하게 만든 친인척과 측근 비리에 대한 것이어서 더욱 뼈아프다.

  • ▲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오후 춘추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친인척. 측근 비리와 관련해 머리숙여 대국민께 사과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오후 춘추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친인척. 측근 비리와 관련해 머리숙여 대국민께 사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24일 오후 2시 춘추관을 직접 찾아와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모두가 제 불찰입니다. 어떤 질책도 달게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4분여간의 짤막한 담화에서 이 말에 가장 힘을 줬다. 측근 비리가 터진 이후 지지율이 추락하면서 남은 임기 동안 국정수행이 어려울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개탄과 자책만 하고 있기에는 오늘 나라 안팎의 상황이 너무나 긴박하고 현안 과제들이 너무나 엄중하고 막중합니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잠시도 소홀히 할 수가 없습니다.”

    “생각할수록 가슴 아픈 일입니다만 심기일전해서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국정을 다잡아 일하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것이고 또한 저에게 맡겨진 소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과 최측근 김희중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구속되면서 대통령 사과가 곧 있을 예정이라는 예상은 있었지만, 이날 이 대통령의 갑작스런 춘추관 방문은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다.

    앞서 광우병 선동사태나 세종시 문제 등에서 사과의 시점이 늦었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이 대통령의 이번 사과는 직접 시점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담화문까지 이 대통령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답답하더라도 검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마는 그것보다는 먼저 국민여러분께 제 솔직한 심정을 밝히는 것이 지금 이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판단해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러한 일들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제 자신이 처음부터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는 확고한 결심을 갖고 출발해서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월급을 기부하면서 나름대로 노력해 왔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자부해 온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바로 제 가까이에서 이런 참으로 실망을 금치 못하는 일들이 일어났으니 생각할수록 억장이 무너져 내리고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제 와서 누구를 탓할 수 있겠습니까?”

    “모두가 제 불찰입니다. 어떤 질책도 달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오직 겸허한 마음가짐과 사이후이(死而後已) 의 각오로 더 성심을 다해 일하겠습니다.”

     

    다음은 이 대통령의 담화 내용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근자에 제 가까운 주변에서 집안에서 불미스러운 일들이 일어나서 국민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렸습니다.

    그동안 저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이를 지켜보면서 하루하루 고심을 거듭해 왔습니다.

    답답하더라도 검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마는 그것보다는 먼저 국민여러분께 제 솔직한 심정을 밝히는 것이 지금 이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판단해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러한 일들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 드립니다.

    제 자신이 처음부터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는 확고한 결심을 갖고 출발해서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월급을 기부하면서 나름대로 노력해 왔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자부해 온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바로 제 가까이에서 이런 참으로 실망을 금치 못하는 일들이 일어났으니 생각할 수록 억장이 무너져 내리고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제 와서 누구를 탓할 수 있겠습니까?

    모두가 제 불찰입니다. 어떤 질책도 달게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러나 개탄과 자책만 하고 있기에는 오늘 나라 안팎의 상황이 너무나 긴박하고 현안 과제들이 너무나 엄중하고 막중합니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잠시도 소홀히 할 수가 없습니다.

    생각할수록 가슴 아픈 일입니다만 심기일전해서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국정을 다잡아 일하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것이고 또한 저에게 맡겨진 소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직 겸허한 마음가짐과 사이후이(死而後已) 의 각오로 더 성심을 다해 일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국민여러분께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