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둑놈'과 ‘빨갱이’뿐이라니! 
     
     金東吉   
     
      어떤 선거이건, 선거라는 것은 지도자를 선택하는 일입니다. 일전에 <조선일보>의 김대중 고문이 “‘도둑놈’을 찍을까요? '빨갱이’를 찍을까요?”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글을 한 편 썼습니다. 그 글 가운데는“한 쪽이‘도둑놈’으로 치부되는 동안 다른 한 쪽은‘빨갱이’로 몰리는 단순 구도는 우리나라의 불행이다”라고 전제하고, 우리에게는‘부패'와‘친북’의 선택 밖에 없느냐고 한탄하였습니다.
     
      지성인들의 입에서‘도둑놈’이니 ‘빨갱이'니 하는 말이, 비록 특수한 국면에서 튀어나온 낱말들이기는 하지만, 이 사실이 한국의 정치적 상황이 위기에 직면한 것을 시사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도둑놈’과 ‘빨갱이’의 대결은 아니고 내 눈에는 국민이 몽둥이를 들고 놈들 앞에 나타나 “한 방에 해치우겠다”고 벼르고 있는 것이라고 느껴집니다.
     
      ‘도둑놈’에게 나라를 맡길 수는 없죠. 월남 패망 직전에 권력을 장악했던 티우니 키니 하는 작자들은 소문에 그 나라가 망한 뒤에 파리로 도망가서 그 돈으로 식당을 차렸다고 들었습니다. ‘도둑놈’이란 그런 인간이지요. 그리고 월남 정부에 충성을 다하는 것 같던 통장·반장도 몽땅 베트콩과 내통하는 자들이었다니 ‘빨갱이’들이었지요.
     
      월남은 결국 ‘도둑놈’과 ‘빨갱이’에 협공을 당하여 쓰러진 셈이죠. 그런데 한국이 그 꼴이 되지는 않습니다. 무엇을 믿고 그런 장담을? 대한민국의 국민을 믿고 하는 말입니다. 대한민국에는 ‘도둑놈’이 아닐 뿐 아니라 ‘빨갱이’도 아닌‘난 사람들’이 수두룩합니다. 나는 앞으로 있을 선거에 대하여 낙관적입니다.
     
      3.15 부정선거에 격분한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군사 독재에 항거한 의로운 청년들이 있었습니다. 안중근·이봉창·윤봉길의 나라가 그렇게 쉽게‘도둑놈’앞에 굴복하고 ‘빨갱이’앞에 무릎을 꿇을 것 같습니까. 천만에!‘ 길은 우리 앞에’있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