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네팔을 가슴에 품고 싶다

    최신자 /문화여행가

    언제부터인가 꿈꾸어 왔던 인도여행이다
    몇년 전이던가, 이짚트 답사를 마치고 인도를 같이 가자고 했던 사람은 그 여정이 너무 힘든 것을 알았는지 혼자 훌쩍 먼저 떠나버리고 말았다. 그는 쉽게 구름따라 바람따라 나와 동행  하며 내가 바라보는 그 곳에 그의 시선도 함께 꽂혀 있었다. 하나가 아닌 둘의 여행이었다.

  • ▲ 뭄바이 항에 서 있는 '인도의 문'.
    ▲ 뭄바이 항에 서 있는 '인도의 문'.

    9시간25분 비행 끝에 도착한 뭄바이: 서인도의 관문으로 가장 국제적 색채가 짙은 도시이며 서민의 삶 등 서로 다른 색깔이 하나로 어우러진 그곳에는 도비가트(Dhobi Ghat) 야외빨래터가 있다.빨래를 생업으로 살아가는 그들은 최하 신분인 수드라에도 못 미치는 불가촉천민이다.  호텔과 대형숙소에서 주로 나오는 빨래감을 받아서 처리하며 저녁이면 정확하게 주인에게 배달된다. 우리가 잠시 멈춘 버스 앞에는 어느새 인형같이 작은 아이를 안고 구걸하는 어린 엄마의 가녀린 눈망울이 가슴을 적시게한다.

    엘레판타 석굴: 이곳에서 배를 타고 가면  '코끼리 사원'이라고도 한다는 시바신에게 봉헌된 석굴이 있다. 바위산을 위에서 아래로, 밖에서 안으로 깎아 만든 석굴인데 Shiva Linger가 모셔져있고 3면의 얼굴을 가진 Trimurti상이 조각들 중에 압권이다. 8C전후에 만들었다는데 이런 바위산을 무슨 도구로 어떤 설계로 얼마나 뛰어난 장인들이  했기에 이런 석굴사원을 만들수 있었을까? 놀라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 ▲ 엘로라 석굴
    ▲ 엘로라 석굴

    엘로라 석굴: 힌두교,불교,자이나교가 혼재하는 석굴사원으로 34개의 석굴이 2km에 걸쳐서 바위산에 만들어졌다. 그 중에 16번 석굴은 시바신을 모신 바위를 깎아만든 석굴사원인데 가로91m, 세로39m, 높이32m의 어마어마한 크기로 시바의 천국을 나타낸다. 하나의 바위산을 파내려가 조각상을 만들고 벽화를 그린 스케일이 너무 크고 놀랍다.

  • ▲ 아잔타 석굴.
    ▲ 아잔타 석굴.

    아잔타석굴: 말발굽모양의 지형에 조성된 인도 불교미술의 최고봉이라 말하는 28개의 석굴에는 최고수준의 벽화와 조각품이 가득하다. 1번 굴은 빼어난 벽화를 자랑하고 26번 굴에는 7m에 이르는 와불열반상이 있다. 끌과 망치를 든 석공이 절벽위에서 줄을 타고 내려가면 천장이 될 부분을 위에서 아래로 또 밖에서 안으로 쪼아간다. 무작정 빈 공간을 파내는 것이 아니라 기둥, 탑을 만들고 수도승 공간,침상을 만들 암반을 남긴다.정밀한 설계도 없이는 못하리라. 벽면 부조까지 만들면 화공이 내려와 벽화를 그린다. 석굴주변에서 구할수 있는 고령토, 석회석, 대자석, 해녹석, 검댕, 청금석으로 6가지 색을 만들고 이를 혼합해 벽화를 그린다.
    불교문화가 융성할 때 최고 장인들의 손을 걸친 걸작으로 세계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기차여행: 부사발에서 보팔까지 5시간30분이나 걸리는 밤기차를 탔다. 우선 짐을 침대칸에 싣고 도착역에서  빨리 내리는 것이 정말 전쟁 같았다. 아무데서나 잘 잔다고 큰소리 쳤지만 2층 침대칸에 누웠는데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피곤했는지 어느새 깜빡, 내릴 역이다. 4번의 국내선 비행기, 2번의 기차여행이었다.

  • ▲ 산치대탑.
    ▲ 산치대탑.

    산치대탑: 아쇼카왕이 건립한 완벽에 가까운 불교유적지로 직경 36.6m, 높이 16.46m의 벽돌로 만든 사리탑이다 .4개의 탑문 중에 북문이 가장 화려하고 보전이 잘 되어있다. 불교조각의 극치로 붓다의 탄생을 말하는 연꽃, 깨달음을 말해주는 보리수, 그의 가르침을 상징하는 법륜, 그의 현존을 상징하는 발자국,옥좌 같이 직접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상징으로 표현한 부조들이다.

    델리: 인도의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관문이자 출구인 불멸의 도시로 역사를 한눈에 볼수있는 뉴델리 국립박물관이 있고, 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의 넋을 기리기위해 세운 인디아 게이트도 있다. 꾸뜹미나르는 힌두에 승리한 이스람교의승리를 기념한 승전탑으로 3대에 걸쳐서 세운 인도에서 가장 높은 석조탑이다. 녹슬지 않는다는 7.2m의 철 기둥이 신비스러웠다
    평화의 상징인 마하트마 간디 박물관은 무저항주의로 힌두와 이스람이 융합하는 하나의 인도를 위해 애쓴 모습을 사진으로 다시 볼 수 있다. 안타깝게 위대한 걸음은 짧게 끝났다.

  • ▲ 타지마할.
    ▲ 타지마할.

    후마윤의묘-타지마할-아그라성의 연결고리: 무굴제국의 왕비 하지베굼이 남편인 후마윤을 기리기위해 건설한 무굴 건축의 대표작으로 타지마할 건축에 영향을 미쳤다
    타지마할 때문에 인도에 오는 사람도 있다. 새벽 일찍 줄을 서서 문 열기를 기다려 만난 타지마할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임을 뽐내고 있었다. 무굴황제 샤자한이 부인 뭄타즈 마할을 추도하기위해 만든 무덤인데 신발은 꼭 벗고 들어가야 한다. 야무나강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데 강 위로 물안개가 자욱한 그 모습이 더 경이롭게 느껴진다. 23년간 2만여명의 장인들이 동원되어 막대한 예산으로 건축되었기 때문에 국가재정이 탕진되었다. 황제는 아들에 의해 아그라성에 유폐되어 매일 타지마할을 바라보며 여생을 보냈다. 대문을 들어서면 길 중앙에 일직선의 물이 양옆의 나무를 비추어 마치 녹색물 같고 우유 빛갈의 대리석과 돔 양식의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고 돔 내부에 묘관이 안치되어있는 인도 이스람 건축문화를 대표한다.

  • ▲ 카쥬라호의 조각들.
    ▲ 카쥬라호의 조각들.

    카쥬라호: 인도관광객중 서양사람들이 제일 많다고 한다.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곳의 하나가 카쥬라호이다. 85개중 이스람세력에의해 파괴되고 22개사원만 남았다.서부사원군중 락슈마나 사원 외벽에 에로틱한 조각상이 많다. 사원 내부에는 물론 신상이 가득하다. 조각의 압권은 미투나상인데 여인의 풍만한 곡선미는 물론이고 남녀의 곡예사 같은 84가지의 성행위 모습이 너무 자세하고 적라라하게 조각되어 있어 놀라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신라토기 위에나 토우에도 이런 모습이 보이긴 하나 이렇게 사실적인 조각은 볼 수 없다. 코끼리가 곁눈질로 이런 관능적인 조각을 슬쩍 보는 모습은 참 애교스럽다. 이런 파격적인 발상은 누가 했으며 그토록 정교한 조각기술을 가진 장인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꼬리를 무는 질문이 이어진다.

    바리나시: 바리나시를 감싸안고 성산 히말리야의 눈녹은 물을 품고 흐르는 간지스강은 힌두교도들에게는 영원한 안식처이고 성지중의 성지이다.삶과 죽음을 동시에 볼 수 있고 아름다운 초월의 삶과 비참한 현실이 함께 있는 곳이다. 꺼지지않는 불에 죽음이 타오르는 가트위의 화장터, 그 모든 것을 담고있는 간지스강은 결코 깨끗한 물은 아니나 이들은 오직 Ganga의 신성에 대해서만 믿는다. 간지스강 입구에는 그 물을 담아가기 위한 물통을 파는 가게를 많이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약수터 근처 풍경과 비슷하다. 힌두 전통예배의식인 강가아르띠뿌자를 보기 위해 밤에 간지스강에서 모터보트도 타고 릭샤도 타보는 체험…정말 많은 사람이 함께 한 축제였다. 간지스강의 일출을 보러 가는 새벽 골목길에서 맛본 라씨 한잔은 참 따뜻하고 맛이 있었다. 연꽃등을 강물에 띄우며 소원을 비는 동안 해는 어김없이 간지스강가를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아니! 해가 강물에 비친 그곳에도 Shiva Linger가 있다니….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는 그들의 마음이 그곳에 함께 있었다.

  • ▲ 보드가야의 마하보디 사원.
    ▲ 보드가야의 마하보디 사원.

    보드가야의 마하보디사원: 바리나시에서 보드가야는 고속도로를 이용해도 6시간이나 걸린다.
    모든 중생이 다 다닐 수 있다는 고속도로-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 버스, 소, 염소..,사람, 정말 모든 중생이 이 길을 가려니 쉼없이 울려대는 자동차 경적소리, 매연 먼지 무질서함…그래,그게 다 인도란다. 소 똥을 납작하게 만들어 말리는 모습을 자주 본다. 요긴한 연료이기 때문이다.
    이 사원은 부처님의 깨달음을 얻은 그 자리위에 세운 52m에 달하는 9층탑인데 전세계에서 모여든 순례자들이 많아 고대 불교유적지가 아닌 현실 속에 살아 숨쉬는 성지로 보인다. 아쇼카왕이 25m 보리수 나무 옆에 가람을 세우고 부처가 앉았던 자리에 금강좌를 조성하였다. 깨달음을 얻은후 첫발을 내디딘 그 곳에 두발자국이 새겨진 바위가 있고 법륜, 물고기 문양이 새겨져 있다.그 대탑 안에는 main불상이 있는데 석굴암 본존불과 수인이나 모습이 거의 같다
    불교성지 4곳 중 하나가 바로 보드가야 사원이다. 붓다의 탄생지인 룸비니만 네팔에 있고 초전법륜지인 사르나트, 열반의장소 쿠수나가르는 인도에 있다. 수자타 집터도 둘러 보았다.

    사르나트:녹야원으로 알려진 이곳에는 처음으로 설법한 자리에 세워진 다멕 스투파가 있다. 이것은 부처님의 사리를 보관했던 사리탑인데 사리함은 뉴델리박물관에 있고 초전법륜상은 사르나트 박물관에 있다.그곳에는 인도지폐에서 흔히 보는 4마리 사자상이있다.

  • ▲ 네팔 수도 카트만두.
    ▲ 네팔 수도 카트만두.
    네팔: 인구보다 많은 3억3천만의 신이 있는나라, 가정 집보다 사원이 많은 나라가 네팔이란다.
    바리나시에서 카트만두까지 비행기로 1시간 25분이면 되지만, 이목구비가 뚜렷한 인도사람들과는 생김새가 달랐다. 오히려 우리와 가까운 친근감이 있다. 휘발유를 인도에서 수입한다지만 기름을 넣으려고 줄을 길게 서있는 오토바이를 보니 알것 같았다. 좋은 호텔인데도 잠시 정전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박물관과 같은 도시 카트만두, 파탄, 박타푸르를 보기로 하자.
  • ▲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보다나트 사원.
    ▲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보다나트 사원.

    보다나트: 네팔 최대의 불교사원이며 카트만두를 상징하는 랜드마크이고, 네팔 티벳불교의 총본산인 가장 높은 사리탑이다. 스투파는 4면에 그려진 두 눈이 인상적이고 코는 진리는 하나라는 의미로 네팔의 숫자 1 이 대신하고 이마에는 제3의 눈인 지혜의 눈이 그려져 있어 신비스럽다. 시계방향으로 마니차를 돌리며 계속 돌고있는 많은 사람 외에 그 안쪽에는 빈 자리마다 오체투지를 하는 신도들로 가득하다. 마니차엔 “옴마니 밧메홈”이 새겨져 있어 오른 손으로 돌리면 경전 읽는 공덕을 쌓는 것과 같다.

  • ▲ 힌두교 성지 파슈파트나트.
    ▲ 힌두교 성지 파슈파트나트.


    파슈파트나트: 힌두교 최대성지로 사원과 화장터가 함께 있다. 화장후에 간지스강의 지류인 바그마티강에 재를 뿌리는데 강물이 많지 않아서인지 쓰레기 냄새와 시체 태운 냄새가 섞여 마스크를 한 관광객이 많이 보인다. 2층 사원에는 힌두교도들이 아니면 들어갈 수가 없고 지붕은 금박을 입힌 황동탑이다. 네팔의 수호신인 파슈파티에게 봉헌된 사원이다. 화장이 끝나면 강물을 부어 씼어내고 다음 화장을 준비한다.

    스와얌부나트: 언덕위에 있어서 카트만두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불탑은 거대한 반구형 돔위에 네팔식 불탑이있는 오래된 불교사원이다. 원숭이사원 이라고도 한다.

    쿠마리사원: 힌두교의 처녀신 쿠마리에 대한 얘기는 가끔 TV를 통해 본 적이 있다. 명문가의 어린 처녀 중에서 신비한 선택과정을 거쳐 선정되면 모든 이의 숭배를 받는다. 화장을 짙게한 쿠마리를 목조 조각의 창틀이 유명한 2층 창문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초경을 하면 저주받은 것이라 하여 자리를 물려준다는데 마음이 안쓰러웠다.

    가이드: 연세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요리사 자격증까지 있다는 인도 가이드-꾸마르, 해박한 지식으로 우리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었다
    막노동으로 한국에와서 노력 하나만으로 아주대 장학생이 되어 한국어 공부를 했다는 네팔 가이드 닐 구릉….앞으로 그들의 삶에는 봄날만 있기를 바란다

    현대라는 것이 어느날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런 감탄할 만한 유적지와 유물들은 인도 사람들의 삶이 녹아있는 것이다. 그 힘이 저 가난한 인도 사람들을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이다. Dalit신분에서 인도 최고자리까지 올라온 나렌드라 자다브 같은 인물이 계속 나올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