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문재인 상대할 때 ‘비장의 카드’ 꺼냈으면···
  • 선거판 기적이니 혁명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공천 메시지를 판독 못한 손수조 후보는 4.11 총선의 ‘꽃’이 될 두 번의 기회를 어이없이 날렸다.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당선자에 맞선 부산 사상의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는 연봉 3천만원 이내에서 선거를 치르겠다는 구호를 내걸고 무명(무명) 정치신인으로 출발했다.

    약관 27세에 주요 경력이라고는 ‘부산 주례여고 학생회장’이 전부인 손수조 후보와 대권주자 문재인 후보의 대결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으로 불려왔다. 손수조는 “바위를 깨는 계란이 되겠다”고 외치기도 했다. 그러나 총선레이스가 끝나고 개표한 결과는 득표율 43.8%.

    총선 최고의 유명세를 탄 손수조에게는 ‘패배했지만 성공한 도전’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필자가 분석한 바에 의하면 당연한 패배였다고 귀결 지을 수밖에 없다. 역전이 가능한 두 차례의 기회를 손 후보가 맥없이 놓아버렸기 때문이다.

  • ▲ 새누리당 박근혜 위원장과 부산 사상 손수조 후보가 유세차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연합뉴스
    ▲ 새누리당 박근혜 위원장과 부산 사상 손수조 후보가 유세차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연합뉴스

    모든 조건에서 완벽히 열세인 손수조를 새누리당에서 공천하게 된 메시지는 ‘고비용 선거문화 혁신’과 ‘기성정치에의 당찬 도전’으로 집약된다. 손수조는 어느 순간 자신의 참신한 이미지를 망각하고 기성정치인의 흉내를 모방하다가 단 한 번의 역전 찬스도 만들지 못하고 자멸한 것이다.

    상승 분위기를 타던 손수조의 첫 번째 위기는 후원금을 받으며 ‘3천만원으로 선거뽀개기’ 약속을 스스로 포기하는 순간에 찾아왔다. 야권과 언론은 이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오죽했으면 손수조가 “선거가 처음이라 정치에 복병, 자객들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며 눈물을 흘렸을까? 그러나 이 사건은 손수조가 자청한 화근에 기인한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3천만원으로 선거뽀개기’ 약속의 실체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손수조 블로그에 적혀있는 ‘3개월 예상 주요 지출내역’을 찾아보니 아래와 같았다.
     
    (1) 후보등록 선관위 기탁금 -1500만원
    (2) 예비후보 기탁금 - 300만원
    (3) 특별당비 - 180만원
    (4) 공천 심사비 - 100만원
    (5) 사무실 계약금 - 500만원
    (6) 사무실 월세 - 450만원(3개월 분)
    (7) 사무실 집기 - 150만원(3개월 분)
    (8) 가건물 건립 후 취소금 - 150만원
    (9) 현수막 - 70만원
    (10) 회계사 월급 : 220만원
    (11) 명함 - 약 100만원 (약 1주일 당 1만장, 30만원)
    (12) 당명교체로 인한 현수막 및 어깨띠, 명함 수정비 - 미정(예상치 못한 지출)
    (13) 기타 잡비, 연료비, 식비 등 - 약 300만원

    지출합계가 대략 4천만원인 위 지출내역은 필자가 볼 때 너무나 어설프다. 필자가 원안을 최대한 살린 상태에서 살짝 수정, ‘3천만원으로 선거뽀개기’ 공약으로 제시해도 별 하자가 없을 정도로 재편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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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3천만원으로 선거뽀개기> 공약 중 회수가 가능한 임시 지출내역(합계 2천만원)

    (1) 후보등록 선관위 기탁금.......................1천500만원(15%이상 득표 시 전액회수)
    (2) 선거운동 사무실 계약금............................500만원(3개월 계약 만료 후 회수)

    B. <3000만원으로 선거뽀개기> 공약 중 고정 지출내역(합계 1천400만원)
    (3) 예비후보 기탁금.....................................300만원
    (4) 특별당비..............................................180만원
    (5) 공천 심사비..........................................100만원
    (6) 사무실 월세..........................................450만원(월150만원 X 3개월 분)
    (7) 사무실 집기 임대료.................................150만원(월 50만원 X 3개월 분)
    (8) 회계사 월급...........................................220만원

    C. <3천만원으로 선거뽀개기> 공약 중 유동 지출내역(1천600만원 내에서 사용 예정)
    (9)  현수막..................................................70만원
    (10) 명함...................................................100만원(1주일 당 1만장, 약 30만원)
    (11) 가건물 건립 후 취소금.............................150만원
    (12) 당명교체로 인한 현수막, 어깨띠, 명함 수정비....미정(예상치 못한 지출)
    (13) 1차 유동성 지출.....................................300만원(연료비, 식비, 기타 잡비 등)
    (14) 예비비.................................................980만원

    <양해 사항> 서울에서 사용하던 월세집의 임대보증금 3천만원이 아직 회수되지 못한 관계로 어머니에게서 3,000만원을 일시 차용하여 사용하오니 양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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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와 같이 ‘3천만원으로 선거뽀개기’ 공약을 당당히 제시하고, 후원금은 회수가 가능한 2천만원만 받아 일시적으로 사용한 후 나중에 정산을 하는 방법을 취한 후 1천600만원으로 시작하는 유동 지출내역을 선거운동기간 매일매일 공개하는 ‘고비용 선거문화 혁신’을 실천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렸을 것으로 본다.

    손수조는 자신을 새누리당 후보로 공천 받도록 해준 첫 번째 메시지, ‘고비용 선거문화 혁신’을 미련 없이 폐기처분했기에, 4.11 총선의 ‘꽃’이 될 첫 번째 기회를 날리게 된 것이다.

    문재인 측에서 위와 같은 ‘3천만원으로 선거뽀개기’ 공약을 대했다면 하자를 잡으려 하기는커녕 손수조 후보에 대해 엄청난 심리적 부담감을 느끼며 대의명분상 위축되었을 것으로 추정해 본다.

    박근혜 위원장은 선거기간 부산 사상을 네 번이나 방문하며 파격적으로 손수조 후보를 지원했다. 그것은 ‘기성정치에의 당찬 도전’을 피력한 27세의 새내기 후보에게서 구태의연한 선거운동을 탈피한 무엇을 기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손수조는 자신에게 부여된 무언의 메시지를 판독하지 못하고 구태의연한 선거운동과정을 답습하며 예정된 패배의 길을 걷고 있었다.

    손수조가 제아무리 골목골목을 부지런히 누빈들 훨씬 앞서 동일한 행위를 시작한 상대편을 따라잡기는 어려운 것이며, 사상 본토박이를 내세워 양산에 거주하던 타지인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려한들 그것이 역전의 발판이 되기에는 역부족인 제반 여건이었다.

    그렇다면 애초부터 도저히 승산이 없는 지역에 손수조라는 풋내기를 정치 마루타로 투입했다는 것인가?

    손수조에게는 이미 유명세라는 프리미엄이 붙어있었다. 따라서 민통당 유력 대선후보로 꼽히고 있는 문재인과의 ‘지역방송 TV토론회’는 당연히 전국적인 관심의 대상일 것이기에 손수조는 그 기회를 ‘3천만원으로 선거뽀개기’ 공약실천에 버금가는 자기의 것으로 만들었어야만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손수조의 TV토론 진행과정에서는 이슈가 될 만한 내용이 거의 없었다. 손수조는 거물급 상대를  위협할 ‘비장의 무기’를 준비하지 못한 채 TV토론에 임했다. 상대편 문재인 후보가 작은 위기조차 느끼지 못했으니 평범한 공방전으로 끝났다고 평할 수 있다.

  • ▲ 부산 사상 선거에서 승리한 민통당 문재인 후보가 만세를 부르는 모습 ⓒ연합뉴스
    ▲ 부산 사상 선거에서 승리한 민통당 문재인 후보가 만세를 부르는 모습 ⓒ연합뉴스

    스스로 폐기한 ‘고비용 선거문화 혁신’에 이어 마지막 역전의 기회마저 평범한 땅볼로 날려버린 손수조에게서 ‘기성정치에의 당찬 도전’은 이미 실종된 상태였으며 박근혜 위원장의 특별한 사상 지역 애정표현은 무위로 돌아갔다.

    손수조는 낙선의 눈물을 흘리는 대신 “맨땅에 헤딩했던 손수조를 이만큼 만든 것이 바로 사상구민들인 만큼 사상구민들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며 후일을 기약했다. 문재인 당선자가 12월 대선에 뛰어들면 보궐선거에 나설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일 듯하다.

    여담이지만 손수조 측에 유사시 사용을 검토해보라며 필자가 ‘비장의 카드’를 제시한 바가 있다. 손수조가 그 ‘비장의 카드’를 갈고 닦은 후 TV토론에서 적기에 활용했다면 아마도 득표율이 43.8%에 그치지는 않았으리라 본다. 어쩌면 기적 같은 선거의 혁명이 사상지역에서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었다고 본다.

    작년 10월의 서울시장 보선에서 아름다운재단 총괄상임이사를 역임한 야권단일후보 박원순과 힘겨운 맞상대를 하던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 측근에게도 필자는 ‘비장의 카드’를 건네주었다. 하지만 마지막 TV토론 절호의 찬스에서 ‘비장의 카드’는 제시되지 않았다. 측근들이 묵히고 만 것이다.

    당시 나경원은 박원순에게 아름다운재단의 불법모금 의혹을 제기했었고, 박원순은 나경원에게 “아름다운재단의 웹사이트 홈페이지를 방문해 본 적이 있느냐”며 원초적인 것을 되물었다.

    그러자 나경원은 솔직하게 “방문한 적이 없다”고 답했고 그 즉시 노회한 박원순의 “아름다운재단은 웹사이트에 재단의 입출금 내역을 정직하고 투명하게 공시하고 있다. 불법모금은 있을 수 없다”고 되받아 치는 페이스에 말려들고 말았던 것이다.

    이때 나경원이 ‘비장의 카드’를 꺼내 TV카메라 앞에다 흔들면서 “이것은 아름다운재단 웹사이트의 회계공시내역에서 확인한 회계조작 및 기금횡령 의혹 자료다. 직접 확인해 보겠는가?”하며 강력하게 추궁했더라면 지금의 서울시장은 박원순이 아니라 나경원일 수도 있다고 본다.

    나경원에 이어 손수조도 필자가 건네준 ‘비장의 카드’를 사용하지 못하고 낙마하고 말았다.

    손수조는 ‘3천만원으로 선거뽀개기’ 공약이나 ‘비장의 카드’ 둘 중의 하나라도 강력하게 밀어붙였다면 4.11 총선의 ‘꽃’으로 활짝 피어 ‘리틀 박근혜’로 불릴 수도 있었는데, 참으로 아쉬워 관전평으로 남긴다.

    선거는 앞으로도 쭈욱 계속될 것이기에 새내기 입후보 출마자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손수조 후보에 제시한 비장의 카드는 다음의 글에서 찾아볼 수 있다.

    http://www.newdaily.co.kr/news/article.html?no=110892

    필자가 꺼내든 ‘비장의 카드’를 한 차례씩 비켜간 박원순과 문재인의 호운(好運)은 4.11 총선기간이 지나고서도 약간의 시간이 더 지나야 비로소 내리막길을 걷게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