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독주 가속화, 하지만 모두가 ‘친박’은 아냐스타급 대권주자 건재, 친이->비박으로 재편되나?
  • 이번 19대 국회의원 총선 결과를 바라보는 청와대의 마음은 복잡하다.

    ‘여소야대’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지만, 걱정거리는 여전히 많다. 민간인 사찰 파문, 조현오 경찰청장 사퇴 등 산적한 현안도 많은데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닥칠 정국을 헤쳐 나가야 하는 고민거리다.

    이명박 대통령은 12일 “어려울 때일수록 흔들리지 말고 열심히 일하라는 의미”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했지만, 과연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상황이 될지는 미지수다.

    일단 정국이 명실상부하게 ‘박근혜 체제’로 바뀐 것이 적지 않은 부담이다.

    조국 서울대교수는 “단독 과반 새누리당은 박근혜당이 되었고 MB는 정치적 식물인간이 되었다. 진보개혁진영은 사실상의 대통령이 된 박근혜와 맞붙어야 한다”고 했다.

    대패(大敗)한 야권은 청와대를 향한 공세를 더욱 높일 것이 당연하고, 자타공인 ‘미래 권력’으로 떠오른 박 위원장이 방패막이를 해줄 것 같지는 않다. 여권에서는 “오히려 박 위원장이 함께 공세를 퍼붓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쓴 소리도 나온다.

    1년도 채 남지 않은 ‘현재 권력’의 레임덕(권력누수현상)이 가속화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청와대 참모진들도 선거에 대해 별다른 말이 없던 이 대통령이 어렵게 꺼낸 말에 대해 야당의 공세든, 여당의 차별화 전략이든 예고된 '고난의 임기 말'을 잘 극복하자는 독려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 ▲ 이번 총선 결과를 바라보는 청와대의 마음이 복잡하다. 여소야대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박근혜 독주 체제가 갖춰지면서 레임덕 현상은 더욱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친이계는 몰락했고 청와대는 민생안정에 전념할 것을 다짐하고 있지만 향후 정국에서 어떤 변수가 벌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
    ▲ 이번 총선 결과를 바라보는 청와대의 마음이 복잡하다. 여소야대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박근혜 독주 체제가 갖춰지면서 레임덕 현상은 더욱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친이계는 몰락했고 청와대는 민생안정에 전념할 것을 다짐하고 있지만 향후 정국에서 어떤 변수가 벌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

    ◆ 친이계 몰살? 힘은 ‘팍’ 줄었지만…

    “위기는 기회?” 그동안 이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한 공세가 이어질 때마다 든든히 버팀목이 되어주던 것은 역시 ‘친이계’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당당히 생환한 특임장관 이재오 의원(당선)을 중심으로 여전히 여의도를 중심으로 친이계 세력은 건재했다. 오세훈-김문수로 이어진 수도권 라인도 굳건했다.

    하지만 지난해 무상급식 논란으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사퇴하면서 균열이 가기 시작했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거쳐 총선을 치르고 난 지금 친이세력은 거의 몰락, 새누리당은 온전히 ‘박근혜 당’으로 변했다.

    하지만 이 같은 1인 독주 상황에서의 친이계의 역할론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은 높다.

    패배했다고는 하지만 의석수를 크게 늘린 민주통합당과 연대로 뭉친 통합진보당의 견제 수위는 더욱 거세질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박 위원장 입장에서는 재편된 새누리당 조직 장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친이계 계보는 아직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재오 의원도 고 노무현 대통령의 입으로 불리던 통합진보당 천호선 대변인을 꺾고 건재를 과시했고, MB정부 초대 특임장관과 당선인 대변인을 지낸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도 3선을 달성했다.

    이 대통령의 대선 캠프 부산 지역 좌장을 맡았던 정의화(부산 중·동구) 의원과 조해진(경남 밀양·창녕) 의원, 윤진식(충북 충주) 의원, 김희정(부산 연제) 전 청와대 대변인,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권성동(강원 강릉) 의원, 김영우 의원도 모두 재선에 성공했다.

    숫자는 작지만 초선 의원 비중이 상당히 늘어난 19대 국회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이들의 저력은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많다. 더욱이 새누리당 152석 중 핵심 친박계 외에 비박계 당선자들도 적지 않은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향후 정국에서 어떠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 ▲ 박근혜 독주체제가 갖춰졌지만 새누리당에는 여전히 대권을 노리는 잠룡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태호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 박근혜 비대위원장, 이재오 의원, 정몽준 의원, 정운찬 전 총리 ⓒ
    ▲ 박근혜 독주체제가 갖춰졌지만 새누리당에는 여전히 대권을 노리는 잠룡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태호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 박근혜 비대위원장, 이재오 의원, 정몽준 의원, 정운찬 전 총리 ⓒ

    ◆ 이재오·정몽준·김문수 등 간판급 스타 ‘건재’

    대선으로 치닫는 정국에서 가장 필요한 화력은 확실한 대권주자 여부다. ‘박근혜’라는 이름으로 일통한 총선 결과지만, 여전히 친이계에는 정몽준·김문수 등 대권을 넘보는 잠룡들이 때를 기다리고 있다.

    실제로 새누리당 일각에선 불굴의 투지로 19대 국회에 입성한 친이계 좌장 이재오 의원이 친이계 잠룡들과의 접촉면을 넓히면서 입지 확대를 모색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떠오르는 신예 스타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남 김해에서 재선에 성공한 김태호 의원이다. 현 정권 국무총리 낙마의 아픔을 딛고 지난해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돼 파란을 일으키더니 이번 총선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김경수 봉하마을 사무국장까지 꺾었다.

    동반성장위원장을 사퇴한 정운찬 전 국무총리도 꺼내봄직한 카드다.

    정 전 총리는 “우리 사회가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필요하다면 그것이 무슨 자리고 어떤 소임이든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퇴 이후 정치권 투신 의도를 감추지 않고 있다.

    √ 분수령은 5월 전당대회

    친이계 부활의 핵심 분수령은 당장 5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로 점쳐진다. 당 지도부에 입성해야 최소한의 입김을 유지할 수 있다. 원내에 입성한 이재오 의원과 정몽준 의원의 과제다.

    지도부 입성만 성공한다면 추가적인 세력 확대도 가능하다. ‘정권 재창출’을 명분으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계획에 한 지분을 받을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박 위원장의 경선 대안으로 스타급 대권 주자를 내세울 수 있다.

    하지만 상종가를 친 박근혜 정국에서 이 같은 논의가 곧바로 진행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친이계라고 부를 원내 세력이 워낙 적은데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분란만 초래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친이계 한 인사는 “이제 막 총선이 끝난 상황에서 정치권 싸움은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코앞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대선까지는 시간이 많다. 섣부른 예상은 이르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