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당(雙黨)연대’ 선거 막판에 “통진당이 교섭단체 구성하면 정권교체”최저임금을 근로자 평균 50%로, 연간 병원비 100만 원 상한제 등 ‘실현’통합진보당 “원내교섭단체 꼭 만들어달라”는 민주통합당 후보들
  • 19대 국회의원을 뽑는 4.11 총선이 실시됐다. 여야가 전국 100여 곳에서 초박빙의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쌍당연대’를 구성한 민통당과 통진당은 선거 막판에 “통진당이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꼭 투표해달라”며 호소했다.

    그런데 통진당이 교섭단체를 구성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아는가. 지금 트위터 등에서 돌고 있는 ‘예비군 제도 폐지’ ‘반값 등록금’ 등은 통진당의 주요 공약들과 비교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위엄’ 돋는 통진당의 선거 공약

    통진당의 선거 공약은 그저 스쳐가며 보면 그럴싸하다. 하지만 선거 공보(公報)로 배포한 통진당 유인물을 찬찬히 살펴보니 현실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 ▲ 통합진보당의 주요 공약집 표지. 통진당은 스스로를 '99%'를 대표한다고 주장한다.
    ▲ 통합진보당의 주요 공약집 표지. 통진당은 스스로를 '99%'를 대표한다고 주장한다.

    서민복지라는 명분으로 내세운 공약에는 공공보육시설을 전국 수요의 30%로 확충한다, 6세 미만의 아동을 키우는 모든 가정에 월 10만 원씩의 수당을 지급한다, 고교까지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대학 등록금을 반값으로 깎는다,

    최저임금을 ‘근로자 평균임금’의 50%로 현실화한다, 연간 병원비 100만 원 상한제를 실시하고, 각 시군구 별로 국립병원을 세운다, 지역별 공공임대주택을 20%로 늘인다, 전세값 상한제를 도입하고 임대기간 및 인상률을 법으로 규제한다, 통신비 반값 인하, 유류비 인하, 은행수수료 면제 등을 실시한다고 나와 있다.

    서민경제를 살린다는 이유로 근로자 파견법을 폐지하고, 기간제 근로자 사용제한, 비정규직 철폐를 실시하는 한편 ‘일자리 창출 특별법’을 만들어 2017년까지 1인당 근로시간을 연 평균 1,800시간으로 단축하겠다고 한다.

    또한 ‘농민과 국민 먹거리를 지킨다’며 기초농산물 국가 수매, 채소류 등의 가격상한제, 반값 사료, 반값 비료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여성과 장애인, 다문화 가정을 위한 정책으로는 선출직 30%를 무조건 여성이 맡는 ‘여성 할당제 의무화’, 여성 일자리 확대, 다문화 가정과 1인 가구, 편부모 가정 복지를 확대하고, 한국 남성과 결혼하는 외국여성에 대해서는 신원보증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힌다.

    이어 ‘부패심판’이라며 4대강 사업과 ‘언론장악’ 국회 청문회를 실시하고, 대검 중수부를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조세-금융개혁이라며 부자증세, 정부 재정으로 서민복지를 확대하고, 은행을 개혁해 서민경제와 가정경제를 보호하겠다고 한다.

    정치개혁이라며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실시하고,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없애겠다고 한다. 또한 남북대화를 무조건 재개하고, 한반도 비핵화, 남북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군비를 축소하겠다고 밝힌다.

    ‘녹색 생태사회’ 실현을 이유로 원자력 발전소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공약도 있다.

    ‘현실’로 돌아와 보면 ‘시궁창 만드는 공약’

    공약 제목들만 보면 이건 ‘장미빛’이 아니라 ‘총천연색 무지개’다. 훌륭하다. 현실을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더더욱 그렇다. 한 번 찬찬히 살펴보자.

    6세 미만의 아동이 있는 가정에 월 10만 원씩의 수당을 지급한다면 30대 재벌의 4세들에게도 돈을 준다는 말이다. 이는 서울시의 ‘무상급식’ 보다도 더 심한 ‘포퓰리즘 정책’이다.

  • ▲ 통진당이 내세운 19대 국회에서의 최우선 과제. 각종 '개혁'을 내세워 기존의 제도를 뒤집어 엎겠다고 나섰다.
    ▲ 통진당이 내세운 19대 국회에서의 최우선 과제. 각종 '개혁'을 내세워 기존의 제도를 뒤집어 엎겠다고 나섰다.

    최저임금을 ‘근로자 평균임금’의 50%로 현실화한다는 것도 얼핏 보면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통진당이 말하는 ‘근로자 평균임금’은 정부의 엉터리 통계 이상이다. 참고로 정부의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2012년 1월 5인 이상 사업체에 근무하는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은 339만 원에 달한다. 연봉으로 따지면 4,068만 원이다. 이는 연봉 억대에서부터 연봉 1,000만 원까지를 모두 합산해 평균을 낸 것이다.

    이런 통진당의 기준을 생각해 보면, 최저 임금을 월 150~200만 원 선으로 하겠다는 말이다. ‘최저 임금’이란 법으로 강제하는 기준으로 이를 어길 시에는 처벌을 받는다. ‘최저 임금’이 월 200만 원 선이 되면 어떤 사업자가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려 할까.

    가장 눈에 띠는 건 ‘연간 병원비 100만 원 상한제’와 ‘각 시군구 별 국립병원 설립’이다. ‘연간 병원비 100만 원 상한제’란 그 이상의 비용은 건강보험 등을 통해 정부가 부담하되, 병원이 수익을 올릴 수 없도록 하겠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PET나 MRI 검사 등을 하던 대형병원들도 고급 진단의료기를 들여올 여력이 없어진다. 결과적으로 쿠바나 북한 수준의 의료체계를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근로자 파견법 폐지, 기간제 근로자 사용제한, 비정규직 철폐는 우리 사회의 화두다. 문제는 이를 폐지하고 모두 정규직으로 돌린다고 할 때 기업들이나 자영업자들이 수용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우리나라는 1998년 외환위기 대책이랍시고 내놓은 ‘산업구조 개편’ 대책과 ‘산업발전법’이 잘못 적용되는 바람에 ‘노동집약적 산업’을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바꾸지 못한 채 지금까지 버텼다. 그 결과 대기업은 해외로 공장을 이전해 대부분의 매출을 해외에서 올리거나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저임금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고용해 배를 채웠다. 중소기업들 또한 각종 정부지원제도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를 대거 채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인건비를 줄이는 것에만 급급했다.

    정부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늘어나자 ‘4대 보험 의무가입’ 등을 통해 정규직을 늘이겠다고 했으나 엉성한 법규를 피해가는 영세사업자만 늘었다. 여기다 ‘자영업 장려정책’을 펴면서 ‘좋은 일자리’보다는 ‘단순 노무직’ 일자리만 늘었다. 이렇게 정부가 외환위기 때 ‘첫 단추’를 잘못 꿰면서 문제가 생긴 걸 기업의 책임으로 돌린다고 문제가 해결될지 의문이다. 기업은 분명 손해볼 장사는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 특별법’을 만들어 2017년까지 1인당 근로시간을 연 평균 1,800시간으로 의무화하겠다는 것도 재미있다. 1,800시간을 환산하면 하루 평균 7시간 30분을 근무한다는 말이다. 근무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눈다는 건 우리나라에서는 ‘착각’이다.

    실제 우리나라 근로자의 80% 이상이 근무하는 곳은 ‘중견기업’이나 ‘종업원 300명 수준’의 중소기업이 아닌 영세기업이다. 영세기업 중 다수는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에 몰려 있다. 영세업체에는 초과근무수당이라든지 통진당 ‘간부’들이 생각하는 ‘고액 연봉자’가 없다. 월 150~200만 원 받으며 하루 10~12시간 근무하는 사람들이 근무 시간을 줄인다고 해서 ‘좋은 일자리’가 생기는 게 아니다. 이대로 의무화하면? 지금 150~200만 원 받는 사람들은 100~150만 원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말이다.

    ‘효율성’ 떨어지는 농업, 세금으로 살려야 하나?

    통진당이 도입하겠다는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채소류 등의 가격상한제, 반값 사료, 반값 비료 등도 황당하다. 현재 우리나라 농산물의 80% 이상은 ‘수입산’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단은 40년 전 배추, 된장, 파, 마늘 등으로 채울 수 있었던 식단에서 크게 바뀌었다. 실제 사람들의 식단을 차지하는 ‘수입산’의 가격은 어떻게 잡을 건가.

    반값 사료나 반값 비료 제도도 웃기는 건 매 한가지다. 국내 사료와 비료 시장을 해외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데 그 손목이라도 비틀 건가.

  • ▲ 지난 3월 7일 '여성공약'을 발표하는 통진당 사람들. 선출직 공직에도 여성 30%를 의무적으로 '할당'하겠다고 밝혔다.
    ▲ 지난 3월 7일 '여성공약'을 발표하는 통진당 사람들. 선출직 공직에도 여성 30%를 의무적으로 '할당'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농업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전체 인구의 5%에 가까운 인구가 종사하는 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 미만이라는 것은 ‘치욕적’이다. 그것도 지난 10년 동안 정치권이 ‘표심’을 바라고 농업에 들이부은 돈이 100조 원이 넘는다는 것까지 생각하면 우리나라 농업은 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 지원만 한다고 ‘살림살이’가 좋아 지겠는가.

    ‘여성 할당제 의무화’와 여성 일자리 확대 정책을 보면 통진당 사람들은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만 취급하는 ‘마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현실을 보자. 서울대를 나온 여성과 지방대를 나온 남성, 고졸 남성 중 누가 사회적 약자인가. 이런 사회 현실을 외면한 채 나온 정책이 통진당의 ‘여성 할당제’다. 

    다문화 가정과 1인 가구, 편부모 가정 복지를 확대한다는 말도 의심스럽다. 지금까지 통진당이나 ‘쌍당연대’를 맺은 민통당은 1인 가구나 편부모 가정 중에서도 남성 가구나 편부 가정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았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원도 외국인이면 그 사람이 아랍에미리트나 네델란드, 미국 등 부자나라 출신인지 중국, 파키스탄 출신인지를 가리지 않고 지원해 왔다(덕분에 다국적 기업 한국 지사장들이 무척 기뻐한다는 말도 있다).

    한국 남성과 결혼하는 외국여성에 대한 신원보증제 폐지? 그럴싸하다. 그렇다면 ‘위장결혼’에 대해서는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결혼해 놓고 한국 남편을 살해하는 외국인 여성 범죄가 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어떤 말을 할 지 궁금하다.

    이쯤에서 모든 국가자원 청산해 나눠먹자는 이야기?

    통진당의 ‘공약 개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은행을 개혁해 서민경제와 가정경제를 보호하겠다고 한다. 은행을 어떻게 개혁한다는 말인가. 대출 문턱을 낮춘다는 건가? 아니면 기업이나 부자들이 예금한 돈을 뺏어서 나눠주겠다는 말인가?

    대출 문턱을 낮춰주겠다고 하는 거라면 더 큰 문제다. 은행의 회계기준이 일반 기업과 다른 이유는 ‘남의 돈’으로 장사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그렇다. 예금은 일종의 ‘부채’ 개념이고, 대출 중에서도 ‘이자’가 매출이다. 이런 금융기관을 어떻게 개혁하겠다는 말인지 궁금하다.

    세금제도를 뜯어고치겠다는 것도 기껏해야 부자증세와 정부 재정개혁인데, 그 많은 복지정책을 재정개혁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부자 증세면 충분하다고? 지금 우리나라에서 근로소득세를 안 내는 사람이 전체 급여소득자의 20%가 넘는다. 수많은 자영업자들도 각종 ‘면세’ 혜택을 보고 있다. 그럼에도 ‘면세’ 혜택을 얻는 이들조차 ‘먹고 살기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소리가 갈수록 커지는 이유가 뭔지 아는가.

    지역별 공공임대주택을 20%로 늘이고, 전세값 상한제를 도입하고 임대기간 및 인상률을 법으로 규제한다는 것도 임대인이나 땅 주인의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이것이 가능해지려면 국민의 재산권을 심각한 수준으로 침범해야 한다.

  • ▲ 통합진보당 출범 당시 대표단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총선승리를 통해 정권을 교체한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야 한다.
    ▲ 통합진보당 출범 당시 대표단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총선승리를 통해 정권을 교체한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야 한다.

    통진당의 정치개혁도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우선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의 경우 유권자 1명이 후보와 정당에 투표하는 것은 지금 선거와 같지만, 지역구 후보가 비례대표로도 출마할 수 있다는 게 다르다. 이 경우 ‘정당’을 좌지우지하는 계파의 핵심들은 지역구에 신경 쓰지 않아도 안전하게 당선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왜 통진당이 굳이 ‘독일식’을 요구하는지 살펴봐야 하는 대목이다. 

    우리가 총을 내려놓으면 북한도 OK?

    통진당 정책의 백미는 안보 정책이다. 통진당은 남북대화를 무조건 재개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실천하며, 남북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군비를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입장에서 본다면 ‘가능한’ 이야기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객 살해사건이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도발에 대해 절대 사과하지 않으면서 무조건적인 남북대화를 원한다. 남북대화로 각종 ‘지원’을 얻으려는 속셈이다.

    김정은 정권 입장에서는 남한에서 주한미군을 쫓아내는 게 ‘한반도 비핵화’다. 자기네가 핵무기를 만드는 건 ‘자위권’ 수준이고 핵무기 개발기술을 이란 등에 수출하는 것은 ‘평화적인 이용’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 ▲ 통진당 당원들이 광화문 청계천 광장에서 '한미FTA 폐기'를 주장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이 국회에 들어가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다.
    ▲ 통진당 당원들이 광화문 청계천 광장에서 '한미FTA 폐기'를 주장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이 국회에 들어가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다.

    남북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도 주한미군과 관련이 있다. 한미 동맹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것이다. 그런데 남북한이 ‘평화협정’을 맺으면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할 명분이 사라진다는 게 김정은 정권의 계산이다. ‘평화협정’ 후에 우리나라가 먼저 총을 내려놓으면 ‘생각해 보고’ 북한도 군비를 축소할 수 있다는 주장은 북한이 김일성 정권 때부터 50년 넘게 하고 있는 것이다.

    통진당이 ‘교섭단체’를 만들면 생기는 일들

    이런 ‘공약 개그’를 실천하는 통진당은 왜 ‘원내 교섭단체’에 목을 매는 걸까.

    통진당의 전신인 민노당과 국참당은 지금까지 10석 미만의 의석 수만 확보, 교섭단체를 구성한 적이 없다. 때문에 ‘쌍당연대’를 구성하면서 민통당을 리드하는 모습은 보여줬지만 정작 중요한 국회 내부활동에서는 목소리를 키울 수 없었다.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게 되면, 국회 의사일정과 운영 등을 모두 협의할 수 있다. 각 위원회 별 상임위원장과 간사 자리도 맡을 수 있다. 국회 사무총장이나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앙선관위원장 임명 등 주요 독립부처의 인사에도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정보위원회에도 참여해 국정원, 기무사, 국방부 등 주요 부처 내부 사정도 파악할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 ‘쌍당연대’를 구성할 때 몇 안 되는 의석으로 100석이 넘는 민통당을 좌지우지한 통진당이 교섭단체까지 구성한다면, 각종 ‘아젠다’로 민통당을 이끌며 각종 ‘특별법’을 만들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이 누가 되든 취임 초기부터 ‘식물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다. 한미 FTA 폐기도 쉬워진다. 즉 통진당의 ‘공약 개그’가 ‘현실’이 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