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을 먼저 살려야

    북한에서는 4월15일이 김일성 생일 100주년이라고 특별행사를 벌인다고 합니다. 이날을 위해 해외에서 사람들을 초청하고 주민들에게 줄 선물도 준비한다고 하는데, 이를 위해 20억 달러를 책정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날을 즈음해 8억5천만 달러가 사용된 광명성3호라는 장거리 미사일도 쏘아 올리는 불꽃놀이도 하는 모양입니다. 김정은은 사망한 지 18년이 지나 얼굴도 기억하기 어려운 그의 할아버지를 위해 거의 30억 달러를 사용한다고 하니 북한은 참 돈이 많은 나라인가 봅니다. 아마 김정은에게는 30억 달러가 하찮게 보이겠지만 그 돈을 가지고 현시세로 쌀을 산다면 북한 주민들이 7년을 먹을 수 있는 양식을 살 수 있다고 하는데, 이 큰 돈을 이날 하루를 위해 쓸 모양입니다.

    지금 북한의 어린이들은 영양실조로 성장도 늦고 면역성을 잃어 병이 들면 쉽게 죽는다고 합니다. 최근 한국의 어느 일간지에 북한 어린이의 2명 중 1명이 영양실조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는 끔찍한 기사거리였습니다. 잘산다는 평양시내에만 21만1600명의 어린이들이 영양실조라고 하는데, 이 도시의 43.5%의 어린이들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평양과 멀리 떨어져 있는 양강도와 함경도에는 거의 80%의 어린이들이 영양실조로 성장장애를 겪고 있다고 합니다.

    이 통계숫자는 UN산하인 UNICEF(국제연합아동기금)가 북한의 중앙통계청과 함께 2004년부터 2009년에 실시한 조사에서 발표된 숫자인데, 지금도 이 숫자는 개선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가끔 TV에서 보는 평양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영양실조라는 느낌을 받지 않아 이러한 비참한 상항을 착각할 수 있는데, 식량배급이 제대로 안 되고 농토가 좁은 북쪽 시골에 사는 아이들은 정말로 비참한 상태일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북한정권은 이러한 참상을 미국과 남한이 자초한 일이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북한의 후견국인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과 러시아의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민생을 먼저 챙기라고 북한에 건의하는 모양인데, 김정은 정권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는 양 로켓발사를 강행하기 위해 발사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지금 전 세계 지도자들은 북한의 로켓발사를 비난하고 있으며 이는 2009년 북한의 로켓발사와 핵실험 뒤에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의 위반이라고 북한의 불장난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결의와 국제적 비난은 그들에게는 우이독경(牛耳讀經)이며 마이동풍(馬耳東風)인 것 같습니다.

    북한의 핵개발을 포기시키기 위해 남한과 북한, 그리고 한반도의 주변국가인 중국, 러시아, 일본과 미국이 동참한 6자회담이 2003년에 처음으로 열렸는데, 그 후 여러 차례 6자회담이 열렸으나 북한의 약속파기로 아직도 끝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이 기간에 핵을 파기하기로 약속하고 이 6자회담 참가국들로부터 경유와 식량을 원조 받았으나 번번히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와서 또 회담을 시작하자고 합니다.

    이 6자회담 당사국들도 이제는 북한이 성실하게 과거약속을 이행하기 전에는 이 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하니 한반도에서 북한의 핵 공갈은 언제 끝날지 모르겠습니다. 이틈에 희생되는 북한 주민들 특히 그곳 아동들이 굶어 그들의 건강상태는 더 악화 될 것 같아 불쌍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북한 정권은 핵개발과 로켓개발에는 엄청난 돈을 쓰면서 백성을 돌보지 않는데 이 배고픈 백성들을 위해 북한정권에 식량 원조를 한다는 것은 마치 가장(家長)이 가정을 돌보지 않고 방탕하게 돈을 다 써버리는 이 가정을 위해 이웃들이 계속 지원을 한다는 것은 언어도단(言語道斷)입니다.

    역사에서 보면 백성들이 굶는 것은 독재자들의 무책임에서 온다는 것입니다. 1930년 1000만 명의 아사자를 기록한 우크라이나 대기근, 1942년 400만 명의 인도의 아사자, 1950년 중국의 대약진운동으로 쓰러진 수만 명의 민간인, 1990년 중반에 북한에서 있었던 고난의 행군으로 300만 명이 아사했으며 2000년대 초반에 짐바브웨의 대기근도 백성을 무서워하지 않는 독재정권으로 인한 비극들이었습니다. 이제 북한의 3대째 왕조인 김정은 독재정권은 어떤 기록을 남길지 생각만 해도 끔찍해집니다.

    1942년 인도의 기근을 경험한 아홉 살짜리 아마티야 센은 인도의 이 기근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아 평생을 가난과 기아 연구에 전념하여 199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는데, 그의 결론은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곳에서는 기아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북한과 접경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세계 각국의 협조 하에 북한이 민주주의 국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 그곳 주민의 생명이 더 이상 독재자의 희생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무기(武器)로 정권 연장을 하기보다 백성의 생명이 더 중요하다는 것도 알고 그들의 정책을 수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국민이 있어야 나라가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로버트 김(robertkim04@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