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도계위 소위원회 논의 후 재상정”조합 “예견된 결과, 10일 대규모 항의집회 열 것”서울시 ‘소형 평형 확대’...주민들 강한 거부감
  • ▲ 소형 평형 공급비율 확대 등 공공성을 강화한 서울시의 주택정책에 재건축, 재개발을 바라는 시민들의 항의가 거세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소형 평형 공급비율 확대 등 공공성을 강화한 서울시의 주택정책에 재건축, 재개발을 바라는 시민들의 항의가 거세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 강남 개포 주공1단지에 대한 재건축 사업을 놓고 서울시와 주민간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총 5천40가구에 달하는 개포1단지는 지구 내 최대 규모로 서울 전역의 아파트 시세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다.

    서울시는 4일 제6차 도시계획위원회(이하 도계위)를 열고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 재건축정비계획(안)을 보류했다. 시가 밝힌 보류 이유는 인근 개포 주공2,3,4단지와 시영아파트 재건축정비계획안과 함께 소위원회 논의를 거쳐 재상정하기 위한 것이다.

    시 관계자는 “소위원회 논의를 거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시의 해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형 평형(전용 60㎡이하) 비율 50% 확대와 부분임대 도입을 바라는 시의 ‘권고사항’을 조합이 받아들이지 않아 시가 ‘퇴짜’를 놓은 것이란 반응이 지배적이다.

    시의 보류 결정 소식이 알려지자 개포1단지 주민들은 조합원 카페 등에 글을 올리면서 격앙된 감정을 쏟아내고 있다. 시가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정책을 밀어붙인다는 불만이다.

    조합측은 담담한 모습이다. ‘한 번에 심의를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예상을 한 만큼 도계위의 보류 결정이 놀랄 일은 아니라는 것.

    실제 박원순 시장 취임 뒤 시의 주택정책 기조가 공공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바뀌면서 시와 주민간 마찰은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조합은 지난 2월 재건축정비계획안을 시에 제출했지만 도계위에 상정초자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주민들은 시청 앞에서 항의시위를 갖고 시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결국 조합은 지난달 시의 권고를 일부 받아들여 부분임대 44가구를 포함시킨 수정안을 제출, 도계위 상정에는 성공했지만 통과에는 실패했다.

    조합이 제출한 정비계획안은 현재 5천40가구를 6천340가구로 늘리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전용면적 60㎡이하 소형 1천282가구(20%), 60∼85㎡ 2천530가구(40%), 85㎡초과 2천528가구(40%) 등으로 시의 조례가 규정하고 있는 ‘2-4-4’ 원칙을 따랐다. 시가 도입을 권고한 부분임대는 주민 설문조사를 통해 44가구를 포함했다.

    그러나 이 계획안은 시의 정책과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

    당장 소형 비율에서 시와 조합의 입장이 현저하게 다르다. 소형 비율을 전체 가구의 50%로 늘릴 것을 요구하는 시의 기준에 따르면 조합은 5천40가구의 절반인 2천520가구를 소형으로 지어야 한다. 하지만 조합이 제시한 소형 가구 수는 1천282가구로 그 절반에 불과하다.

    부분임대 역시 시각차가 뚜렷하다. 조합은 44가구를 부분임대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가구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로 시가 요구한 전체의 10% 수준과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시의 보류 결정에 대한 시장의 반응 역시 조합과 마찬가지로 평온하다. 조합이 시의 방침을 알면서도 원안과 거의 같은 수정안을 제출한 이상 심의가 통과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는 것.

    이번 계획안은 심의 통과를 위한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반대 의사가 얼마나 확고한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시장에서는 “소형 평형 50%는 지나치다”는 볼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지연되면 될수록 그 피해는 해당 지역의 주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시와 조합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개포1단지 재건축 사업은 수개월 이상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도계위 소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재상정절차를 밟기 위해선 적어도 몇 달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특히 주민들의 거부감이 강해 소위원회 논의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시장에서는 이번 보류 결정으로 서울지역 아파트 값 하락세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 개포1단지 조합은 10일 시청 앞에서 조합원 1천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항의집회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