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하다 선거철만 되면 ‘정권 외압설’ 제기사건 전말 잘 드러나지 않는 속성 이용해 호도핍박받는 모습 연출로 감성 예민한 젊은층 선동
  • “또 김제동? 왜 선거철만 되면…”

    4·11 총선 최대 분수령으로 떠오른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논란이 방송인 김제동으로 번지고 있다.

    일부 매체가 주도하는 ‘정부가 연예인까지 간섭했다’는 식의 여론 호도에 여권과 청와대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사찰이다 아니다’, ‘불법이냐 아니냐’는 갑론을박을 떠나, 정작 중요한 대목은 ‘과연 김제동을 단순한 연예인으로 봐야 하느냐’는 점이다.

    만약 김제동을 비롯한 일부 연예인들이 자신의 유명세와 신뢰도를 이용해 선거에서 특정 세력을 도왔다면, 이에 대한 국가 기관의 동향 파악은 ‘업무의 연장’으로 볼 논리가 성립된다.

    교묘하게 선거법을 피해가면서도 일반 유권자들에게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게 투표할 것을 독려하는 행위는 물론 소위 ‘연예인 노이즈마케팅’은 유권자들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 노이즈마케팅이란 특정 연예인이 마치 정부의 외압에 의해 ‘억울한 피해자’인 것처럼 호도해 여권에 악영향을 주는 방식이다.

    다음은 최근 주요 선거에 영향을 미친 연예인들의 파급 효과다.

  • ▲ 4.11 총선을 앞두고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민간인 사찰이 방송인 김제동으로 모이고 있다. 연예인 노이즈마케팅은 선거때마다 야권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전략이다. 사진은 지난해 10.26 재보궐선거 당일 서울광장에 모인 박원순 당시 후보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하는 김제동 씨. ⓒ 자료사진
    ▲ 4.11 총선을 앞두고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민간인 사찰이 방송인 김제동으로 모이고 있다. 연예인 노이즈마케팅은 선거때마다 야권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전략이다. 사진은 지난해 10.26 재보궐선거 당일 서울광장에 모인 박원순 당시 후보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하는 김제동 씨. ⓒ 자료사진

    √ 2009년 10.28일 재보궐 선거

    선거 직전인 10월 방송인 김제동은 ‘KBS 스타골든벨’에서 손석희 교수는 ‘MBC 100분 토론’에서 각각 하차했다.

    당시 좌파 매체들은 ‘이념 성향에 따른 외압’ 때문이라고 의혹을 제기하며 선전에 나섰지만, 밝혀지거나 드러난 사실은 없었다.

    하지만 핵심 승부처인 수원 장안 지역구에서 투표 직전까지 우세하던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가 이찬열 민주통합당(민주당) 후보에게 역전당하는 등 전체 재보선에서 큰 영향을 미쳤다.

    √ 2010년 6.2 지방선거

    이때도 김제동이 ‘한건’ 했다. 선건 하루 전날인 6월1일 김제동 소속사(다음기획)은 “케이블 방송인 Mnet의 ‘김제동 쇼’에서 자진 하차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연예인인 ‘방송에서 하차한다’는 보도자료를 스스로 배포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데다, 시점 자체도 선거 전날이었다는 점에서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특히 다음기획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사회를 이유로 방송을 연기했다”며 방송사를 비난하고, ‘정치적 외압설’을 제기했다. 방송사(Mnet)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지만, 일부 매체는 외압설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다.

    김제동과 각별한 관계인 가수 윤도현 역시 앞서 5월21일 노무현 추모콘서트 무대에서 자신의 방송 하차(2008년 11월, KBS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대해 정부 개입을 시사하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결국 당시 지방선거는 야권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 ▲ 방송인 김제동을 더 이상 단순한 연예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여론도 거세다. 이미 여러차례 선거에 영향을 끼쳐온 만큼 정치인보고 정치인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사진은 10.26 재보선 당일 인터뷰하는 김제동 씨. ⓒ 자료사진
    ▲ 방송인 김제동을 더 이상 단순한 연예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여론도 거세다. 이미 여러차례 선거에 영향을 끼쳐온 만큼 정치인보고 정치인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사진은 10.26 재보선 당일 인터뷰하는 김제동 씨. ⓒ 자료사진

    √ 2010년 7.28 재보궐선거

    지방선거가 끝나고 바로 다음 달 시작된 재보권선거구도에서 방송인 김미화는 선거가 있는 7월 ‘KBS 블랙리스트’를 터뜨렸다.

    김미화가 7월 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미화는 KBS 내부에 출연금지문건이 존재하고 돌고 있기 때문에 출연이 안 된답니다. KBS에 근무하시는 분이 이글을 보신다면, 처음 그 말이 언론에 나왔을 때 제가 믿지 않았던, 정말 한심하다고 생각했던 ‘블랙리스트’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고 돌아다니고 있는 것인지 밝혀 주십시오. 참 슬픕니다”라는 글을 올렸고, 이는 삽시간에 정부 개입 외압설로 번졌다.

    여기에 현재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인 문성근과 배우 권해효도 여기에 동조, 마치 블랙리스트라는 것이 실제 있는 것 같은 보도가 이어졌지만, 이 역시 사실로 밝혀지지 않았다.

    √ 2011년 10.26 재보궐선거

    김제동은 선거일 당일 트위터를 통해 “닥치고 투표. 저 누군지 모르겠죠. 흠흠”라는 글과 함께 투표 인증샷을 올렸다.

    당시 선거의 핵심이었던 서울시장 재보선은 ‘투표율이 높을수록 야당에 유리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게다가 이미 김제동의 정치 성향이 뚜렷하게 알려진 가운데 나온 인증샷은 선거법 논란을 빚었고 논란 자체로 여권에 불이익을 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 ▲ 투표율이 최대 쟁점이던 지난 10.26 재보선 당시 방송인 김제동 씨가 트위터에 올린 투표 인증샷. ⓒ 캡쳐화면
    ▲ 투표율이 최대 쟁점이던 지난 10.26 재보선 당시 방송인 김제동 씨가 트위터에 올린 투표 인증샷. ⓒ 캡쳐화면

    ◆ 선거철만이면 등장하는 연예인 노이즈마케팅, 언제까지 속을 건가?

    선거철만 되면 등장하는 연예인 노이즈 마케팅이다. 특히 김제동은 2010년 지방선거 당시 한차례 ‘대박’을 터뜨렸던 소재이기도 하다.

    이미 선거 결과의 칼자루를 쥔 젊은 유권자들은 정책 공약보다 감성적 이슈에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노린 전략이다. 특히 연예인의 방송하차나 출연금지 등 어떠한 보이지는 않지만 권력의 중심에서 짓밟는 ‘탄압’으로 비춰질 수 있는 이슈는 특히나 동정심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선거 때마다 연예인 효과를 경험한 야권이 이번 총선에서도 연예인 노이즈마케팅을 시작하는게 아닌가 한다”며 “근거 없는 의혹을 부각시켜 마치 정권의 외압 때문에 피해를 입은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20~30대 유권자들의 표심이 결정적 당락을 좌우하는 최근 선거에서는 여권에 악재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심현섭·이덕화가 ‘자해공갈’ 하던가?

    소위 ‘좌파 연예인’을 자처하는 이들은 자신들이 현 정권에서 탄압을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명확한 근거를 내놓지는 못한다.

    정권 외압설의 특징상 사건의 전말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을 오히려 역이용해 마치 피해자인 것처럼 유권자를 자극하는 셈이다. 외압설의 주체인 정부나 여권에서 해명을 하면 할수록 더 여론이 악화되는 역효과도 나타나기 때문에 마땅한 대응책이 없기도 하다.

    때문에 여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치사한 자해공갈단’이라고 비꼬기도 한다.

    반면 회자되는 소위 김대중-노무현 정권 당시 ‘반대 노선’을 달리던 연예인들의 억울함은 비교적 언급되지 않은 경향이 짙다.

    과거 KBS 개그콘서트의 중흥을 이끌었던 개그맨 심현섭은 2002년 대선 전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진영에 뛰어들면서 연예인으로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심현섭 본인의 주장에 따르면 당해년 KBS 연예대상에서 개그맨 부문 최우수상은 자신이 낙점된 상태였는데 돌연 최소 결정이 내려졌고 결국 개그를 펼치는 무대도 KBS에서 SBS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배우 이덕화도 한때 자신이 “정치적 불이익을 당했었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이덕화는 한 언론인터뷰를 통해 “과거 정치 활동 탓인지 김대중 정부 시절 지상파 방송 출연에 제약을 받았었다”고 털어놨다. 이덕화는 지난 1992년 대선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에 동참한 전력이 있으며 여세를 몰아 1996년 15대 총선에서 경기도 광명 지역구에 신한국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의 고배를 마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