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란 원장 "지루하고 외로운 싸움... 계속 함께 할 것!"“탈북자들을 위해 촛불을 들겠습니다.”
  •  

  • ▲ 23일, 10여명의 사람들이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에 항의하는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 ⓒ뉴데일리
    ▲ 23일, 10여명의 사람들이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에 항의하는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 ⓒ뉴데일리

    촛불 문화제가 열린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23일 오후 7시, 서울 효자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한 남성이 있었다.

    난민인권단체 <피난처> 이호택 대표였다. 슬프면서도 호소력 짙은 목소리다.

    그러나 이날 그의 노래를 듣는 시민은 10여명에 불과했다. 탈북자를 위한 촛불은 날이 갈수록 줄어가는 상황이다.

    비가 오는 날씨에 우비를 입은 그의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했다.

  • ▲ <피난처> 이호택 대표가 촛불문화제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하고 있다. ⓒ뉴데일리
    ▲ <피난처> 이호택 대표가 촛불문화제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하고 있다. ⓒ뉴데일리

    하지만 그는 “많은 사람들이 오는 것보다 진실된 사람 한 명이 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계속 노래를 불렀다

    이 대표는 “한 사람이라도 촛불을 켜고 탈북자들과 함께 하길 원한다. 탈북자들도 사람이다. 아름다운 사람이다”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 어느 때 못지 않게 결연한 모습이었다.

    눈에 띄는 사람이 또 있었다. <국경없는인권>의 강기종 회장이었다. 강 회장은 이날부로 단식에 돌입했다. 그는 “오늘부터 단식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내가 뭘 하고 살았는지 많이 반성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중국, 북한 주민들을 굉장히 사랑한다. 하지만 위정자들은 사라져야 한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그의 눈은 중국대사관을 향하고 있었다.

    강 회장은 “탈북 동포들이 왜 굶어죽어야 하는가. 중국은 동포들을 사지로 몰아넣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 단식 3일째인 탈북동지회 최주활 회장이
    ▲ 단식 3일째인 탈북동지회 최주활 회장이 "중국은 강제북송을 중단하라"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데일리

    단식 3일째인 <탈북동지회> 최주활 회장은 “비가 오는데도 탈북자들을 위해 이곳을 찾은 분들이 고맙다”고 했다.

    최 회장은 “북한 주민들은 정말 불쌍한 생활을 하고 있는데 김정은 일가는 주민들의 노동으로 사치스런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북한 동포들은 범죄자가 아니다. 그런데도 김씨 일가는 이들을 무자비하게 죽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살기 위해 탈북한 사람들을 북송시키지 말아야 한다”며 촛불을 높이 들어 올렸다.

    이어 “대한민국 국민들이 하나되면 중국도 우리 뜻을 받아들일 것이다. 국민들이 이곳으로 오길 기대한다”며 동참을 호소했다.

    그동안 많은 단체들이 이곳을 찾았지만 점차 사람들의 발길은 뜸해졌다. 이제 언론에서 이곳의 소식을 듣기란 힘든 일이다.

    하지만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이날 처음으로 문화제에 참석했다는 박은영(21, 여)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탈북자 문화제가 열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왜 왔느냐’는 질문에 “처음에는 탈북자들이 너무 불쌍해서 이곳에 꼭 와야겠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이곳에 와보니 의무감이 아니라 당연히 와야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누구의 손에 이끌려 온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홀로 문화제에 참석한 것이다.

  • ▲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한 명씩 무대에 올라 탈북자들을 위해 함께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뉴데일리
    ▲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한 명씩 무대에 올라 탈북자들을 위해 함께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뉴데일리

    <피난처>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승재(22, 남) 학생이 ‘탈북자 강제북송 금지와 관련된 국제법’을 큰 소리로 낭독했다.

    “세계인권선언 제14조(1)항, 모든 사람은 박해를 피하여 타국에 피난처를 구하고 체재할 권리를 가진다.”

    “난민협약 제33조(1)항, 체약국은 난민을 어떠한 방법으로도 인종, 종교, 국정, 특정사회 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그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영역의 국경으로 추방하거나 송환하여서는 안 된다.”

    “고문방지협약 제3조(1)항, 어떠한 당사국도 고문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을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다른 나라로 개인을 추방ㆍ송환 또는 인도하여서는 안 된다.”

    “중국 헌법 제32조2문, 중국인민공화국은 정치적 이유로 피난을 요구하는 외국인에 대하여 비호의 권리를 부여할 수 있다.”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 제27조, 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그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안된다.”

    “탈북자들을 위해 ... 촛불을 들겠습니다.”

  • ▲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이날
    ▲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이날 "나 ○○○는 탈북자들을 위해 함께 울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뉴데일리

    이호택 대표는 “최근 콘서트에 참여한 연예인들의 다짐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다. 함께 격려하는 의미에서 우리도 한 명씩 탈북자들을 위해 다짐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모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지난 4일 열린 ‘크라이 위드 어스(Cry with Us)’ 콘서트에서 연예인들은 한 명씩 무대에 올라 “나 ○○○는 탈북자들을 위해 함께 울겠습니다”라며 눈물을 흘렸었다.

    이들의 눈물이 결국 시민들에게 귀감이 된 것이다.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장은 “한국에서 15년간 나 혼자 잘 살았다. 이 시간에도 북송되는 탈북자들, 희망없는 북한 주민들을 위한 지루하고 외로운 싸움이다. 계속 함께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탈북자 A씨는 “탈북자들이 인권을 누리기를 원하며 탈북자들을 위해 촛불을 들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손을 맞잡고 희망의 노래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