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문화제에 울려퍼지는 음악소리..."中-北이 마음의 문 열어달라"평양시민회 김석원 회장(단식 12일째) 동국대 박사과정 와다 신스케 회장, 광화문교회 이원희-강북중앙교회 이규석 목사(단식 9일째)
  • “가혹한 처벌과 죽음이 기다리는 땅으로 탈북자를 되돌려 보내려 하는가.”

    중국 정부의 반인도적인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를 촉구하는 목소리다.

    "내 가족, 내 친구들의 목솜이 지금도 꺼져가고 있다"고 탈북자들은 오늘도 외치고 또 외친다.

    그래도 조금씩 희망이 보인다. 지난 20일에는 미국 연방 하원에서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발의됐다. 결의안은 중국이 국제난민보호협약에 따라 탈북자 강제 북송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 탈북자를 경제적 이유로 불법 월경한 자로 자동 규정해온 관례를 중단하고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에 탈북자에 대한 제한 없는 접근을 허용할 것 등을 중국 정부에 요구했다.

    결의안을 공동 발의한 에드워드 로이스 의원은 "이번 결의안은 중국 정부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며 중국 당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정책은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진 이후 국내에서 활동 중인 탈북자들은 동포들의 자유를 위해 더욱 힘을 내기 시작했다.

    #. 2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효자동 중국 대사관 맞은편 옥인교회 정문 앞.

    기자가 카메라를 꺼내들자 ‘기독교사회책임탈북동포회’ 회원들이 ‘탈북자 강제북송 금지’가 적힌 피켓으로 황급히 얼굴을 가렸다.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탈북자들은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생사가 걱정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설명을 들은 기자는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사람의 목숨이 걸린 일이기 때문이다. 사진을 촬영할 때마다 양해와 허락을 구하고 플래쉬를 터뜨렸다.

  • ▲ 기독교사회책임탈북동포회는
    ▲ 기독교사회책임탈북동포회는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생사가 걱정되기 때문"이라며 선글라스를 끼고도 피켓으로 얼굴을 가렸다. ⓒ 뉴데일리

    탈북동포회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며 집회를 시작했다.

    “중국에는 10~30만명 이상의 탈북자들이 있고 매주 150~300명 정도의 탈북자들이 중국 공안에 의해 체포돼 북한으로 강제송환되고 있다. 탈북자들은 중국에서 홀대와 수모를 당하고 심지어 인신매매 등의 비인권적인 처사로 인해 중국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저희 크리스찬 탈북자들 역시 중국에 큰 울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해 기도하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배우면서 중국을 사랑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거리가 숙연해졌다.

    이어 ‘탈북자 강제북송 중지’, ‘탈북여성에 대한 인신매매와 성노예화 방지’, ‘북한인권운동가들의 석방과 감옥에서 비인도적 처사 개선’을 요구했다. “우리는 중국을 사랑합니다. 중국은 탈북난민을 사랑하여 주십시오”라고 목청을 높였다.

    집회는 '탈북동포회 고향의 봄 실버합창단‘의 노래 공연으로 마무리됐다. 집회가 끝난 후 이들은 옥인교회 안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탈북자인지도 모를 정도로 북한 사투리를 쓰지 않았다. 한 회원은 “우리들은 대부분이 5년 이상 된 탈북자들”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에 있는 딸에게 약을 보내주기 위해 중국으로 간다”는 탈북여성 A씨는 '어떻게 딸에 전달할 것이냐'는 질문에 “중국 상인들한테 부탁하면 된다”고 했다. 그는 “김정일이 죽고, 김정은이 권력을 잡은지 얼마 안되서 한 6개월 간은 조심해야 하기 때문에 그 이후에 가족들을 데려올 것”이라고 했다.

    옆에 서있던 탈북여성 B씨는 “가족들한테 말도 못하고 탈북했다. 북한에 있는 가족들은 내가 죽은 줄 알 것”이라고 했다. 그는 “탈북할 생각도 없이 배가 너무 고파 중국에 먹을 것을 구하려고 갔었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선교사의 도움을 받아 나왔다”고 말했다.

    탈북여성 C씨는 “우리들은 탈북하는 방법도 잘 몰랐다. 대부분 선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우연히 한국으로 오게 된 경우가 많다”고 했다. “선교사들이 탈북 통로를 잘 알고 있어, 지금도 돈만 더 있다면 탈북자들을 충분히 더 데려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 북한민주화위원회 홍순경 위원장은 단식 11일째인 21일 구급차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 뉴데일리
    ▲ 북한민주화위원회 홍순경 위원장은 단식 11일째인 21일 구급차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 뉴데일리

    이날까지 단식을 할 계획인 '북한민주화위원회' 홍순경 위원장의 수염은 덥수룩했다. 그는 아픈 몸이지만 기자의 질문에 열과 성을 다해 대답했다.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해 태국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던 홍 위원장. 그에게 “굶주림을 겪지 않았을텐데 왜 탈북했는가‘라 묻자 “체제 자체가 신물이 났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북한 전체의 자유가 없고, 인권이 없고, 그런 체제이기 때문에 살고 싶지가 않았다. 몸담고 있던 나라를 떠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을 위해 일해봐야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북한 외교관으로서의 삶'에 대해 "북한 주민들처럼 자유가 없다"고 했다. "집에 어떤 손님이 왔다갔고, 무슨 물건을 주고 받았는지 다 감시가 된다. 어느 식당에서 무엇을 먹었고, 얼마나 돈을 썼는지... 조금만 잘못하면 감옥에 가는 처지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탈북자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북한 정권이 북한의 주인이며, 그런 정권은 북한 주민들의 ‘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주민들은 북한의 주인이 아니라 굶어죽는다. 그래서 탈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탈북자들이 대북 지원을 반대하고, 한국이 북한 정권과 대화하는 것을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우리나라 국민들이 꼭 이해했으면 한다”고 했다.

    홍 위원장은 이날 자주 누웠고, 피곤한 모습이었다. 몇시간이 지나자 홍 위원장의 안색은 급격히 창백해졌고 끝내 구급차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단식 11일째였다.

  • ▲ 오후 7시마다 열리는 촛불 문화제엔 3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에 항의하는 시위를 했다.  ⓒ 뉴데일리
    ▲ 오후 7시마다 열리는 촛불 문화제엔 3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에 항의하는 시위를 했다. ⓒ 뉴데일리

    오후 7시 촛불집회는 국제난민과 북한난민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는 기독교 자원활동 단체인 ‘피난처‘에서 주관했다. 이들은 ’우리의 소원‘을 부르며 촛불문화제를 시작했다.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장은 이날도 참석했다. 그는 “안철수 원장, 이희호 여사, 김제동씨에게 최근 편지를 보냈다. 저 시커먼 중국 대사관 건물을 이기는 방법은 편지 밖에 없었다”고 운을 뗏다.

    그는 “언론에서 많이 알려줘야 한다. 그래서 영향력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오게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편지를 보낸 이유를 설명했다.

    문화제에 참석한 '행복이 열리는 교회' 송우남 집사는 "한국에 온 탈북자들이 많이 있지만 한국에 오지 못한 탈북자들을 돕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촛불을 들었다.

    단식 12일째인 평양시민회 김석원 회장, 9일째인 동국대 북한학과 박사과정에 있는 와다 신스케 회장, 광화문교회, 이원희 목사, 강북중앙교회 이규석 목사의 부인도 행사에 참석했다.

  • ▲ 피난처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승재(22, 남), 서혜경(22, 여) 학생이 촛불문화제에서 각각 바이올린,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 뉴데일리
    ▲ 피난처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승재(22, 남), 서혜경(22, 여) 학생이 촛불문화제에서 각각 바이올린,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 뉴데일리

    이날 문화제엔 젊은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피난처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승재(22, 남), 서혜경(22, 여) 학생은 각각 바이올린, 피아노를 연주했다. 이들이 '상록수'를 연주하자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따라 불렀다.

    서혜경 학생은 "사람들이 좋아 '피난처'에서 일하게 됐다. 처음에는 북한 문제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는데, 너무 당연한 인권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북한 주민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촛불문화제라고 해서 과격한 시위를 하는 것인줄 알고 고민을 많이 했지만 막상 와보니까 그렇지 않았다. 그동안 너무 사회의 좋은 면만 보고 살았다. 소외된 사람들, 북한 주민들에 계속 관심을 가지겠다. 저희 할아버지도 북한 사람이다"라고 밝혔다.

    이승재 학생은 "평소에도 인권 문제를 많이 생각했다. 전세계에서 가장 가장 인권을 탄압하는 국가가 북한이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에 대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제대로 돕고 있지 않다. 우리라도 먼저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고 나같은 젊은 친구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연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화제는 전날 공개한 '문을 열어두세요'란 노래로 마무리됐다.

    "문을 열어두세요.
    우리의 함성소리 퍼지도록...
    그들의 한숨소리 들리도록...
    우리의 친구들이 숨쉬도록...
    우리의 사랑이 보이도록...
    문을 열어두세요."

    이 노래를 작사한 김진하(27, 남) 간사는 "탈북자 문제는 인권 문제로 봐야 한다. 왜 우리들을 보수 단체로 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가사의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탈북자들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중국과 북한에 문을 열어달라는 의미다. 또한 양국이 마음의 문을 열어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일부 시민들은 탈북자와 북한 동포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