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20인 발표…'성폭력 은폐' 정진후 당선권 배치온라인 투표 경선 조작 의혹…"투표 중 투표함 연 것"
  • 통합진보당이 '시한폭탄'을 끌어안고 비례대표 후보 순번을 확정했다.

    이정희 대표가 ‘여론조사 조작’으로 도덕성에 직격탄을 맞은 지난 21일 통진당은 4.11 총선 비례대표 20인의 명단을 내놨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2008년 발생한 민주노총 간부의 '성폭행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다는 의혹을 받는 정진후씨를 비례후보 4번에 배정한 대목이다. 피해자 지지모임이 여전히 정진후 후보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후보 검증 과정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성추행 전력이 드러난 <민중의소리> 대표 출신 윤원석 후보의 사퇴로 논란이 사그러질 새도 없이 이번엔 청년비례대표 경선 과정을 둘러싸고 선출조작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경선 결과 조작 가능성은 특정 후보가 투표 수 데이터를 바꿔쳤다는의혹이 불거지면서 제기됐다. 하지만 당은 청년비례 몫으로 3번에 배정한 김재연씨를 그대로 후보로 확정했다. 

    특히 통진당은 비례후보 선출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부정투표 논란을 '쉬쉬'하고 진상조사를 선거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말로만 '진보-개혁'이었다. "구태 청산"을 부르짖던 통진당이 오히려 구태의 늪에 빠지게 된 셈이다.

    ◇ ‘성범죄’에 관대…후보 검증 ‘구멍’

    정진후 전 전교조 위원장은 성폭행 사건에 대한 은폐 의혹을 받으며 ‘피해자 지지모임’ 측이 공천 철회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정씨가 위원장으로 재직하던 2008년 성폭력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는 것. 당시 민주노총 간부는 전교조 소속 여교사를 성폭행하려다가 미수에 그쳤다. 하지만 당시 민노총과 전교조는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 했다.

    이에 피해자는 “성폭력으로 가장 힘들고 상처준 것은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과 간부”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간 연대후보로 경기 성남 중원에 출마하는 윤원석 전 민중의소리 대표의 성추행 전력도 드러났다. 이 지역은 민통당이 양보한 곳으로 협상 과정에서 경기지역의 심상정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출마하는 고양 덕양갑과 함께 통합진보당이 핵심지역으로 요구한 곳이다.

  • ▲ 통합진보당이 21일 발표한 20인의 비례대표 후보. ⓒ 통진당 홈페이지
    ▲ 통합진보당이 21일 발표한 20인의 비례대표 후보. ⓒ 통진당 홈페이지

    윤 후보는 지난 2007년 술에 취해 술집 앞 골목에서 이 매체 계열사 여기자를 강제로 껴안는 등 성추행을 저지르고 이후 사내 진상조사 과정에서 성추행 사실이 인정돼 대표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윤 후보는 2008년 대표직에 복귀해 출마 직전까지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진보당은 윤 후보의 성추행 전력에 대해 사전에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당은 황급히 사태 수습에 나섰고 윤원석 후보는 내외적인 압박을 받다가 22일 사퇴를 선언했다.

    ◇ 비례대표 전체경선 조작 가능성도

    비례대표 선출 과정에서도 잡음이 터져나온다.

    통진당 선관위는 21일 비례대표 오옥만 후보가 제기한 비례 선출 선거 관련 의혹에 대해 "이의사유의 근거와 소명이 부족하고 총선 후 진상조사위를 구성키로 한 것을 감안해 이의를 기각한다"고 공지했다.

    이에 오 후보 측은 공개질의서를 통해 대구, 용인, 화성 등의 투표용지 분실 등 다양한 의혹 사례를 열거하며 "김승교 선관위원장이 적시한 사항인데 이것이 단순한 실수와 일부지역 부정행위인가"라고 재차 이의를 제기했다

    당선 안정권인 3번에 배치된 청년 비례대표 경선결과 조작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청년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온라인투표로 실시한 청년 비례대표 선거결과 서버의 로그파일(접속 기록)에 외부에서 접촉한 정황이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진보당은 한국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김재연씨를 청년비례대표 후보로 선출했다.

    비례대표 선거에서 탈락한 한 후보측이 예상투표수와 실제 특표수의 차이가 크자 당에 재검표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투표 서버 관리 업체를 방문, 소스코드 변경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진보당은 진상조사위를 꾸리고 사실 관계파악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미지수다.

    청년 비례대표 투표의 서버 업체는 “투표 기간에 소스코드가 변경된 사실을 확인했다. 투표 중 투표함을 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통합진보당의 일반 비례대표 온라인 선거도 같은 업체의 서버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 ‘비례대표 20인’ 주요 공약 살펴보니…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인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20인의 주요정책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MB정권 심판, 노동기본권 쟁취 등이다.

    21일 통합진보당 홈페이지에 게재된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노동계와 농민,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과 여성의 '인권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주장하는 '인권'에는 정작 가장 시급한 '탈북자들의 인권'이 빠져 있었다. 어느 누구도 생사(生死)를 넘나드는 동포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언급한 이가 없었다.  

    비례대표 1번인 윤금순 후보는 당선권 후보 중 유일하게 공약에서 북한을 언급했다. 윤 후보는 “농민에겐 희망을 민족에겐 통일을” 주장하며 대북 쌀 지원 법제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중국에서 붙잡힌 탈북자의 강제북송 문제가 국내를 넘어 국제사회의 이슈로 부각되는 상황에서도 북한 인권과 관련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청년비례대표 김재연 후보는 최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국회의원이 된다면 ‘인권문제’를 다루고 싶다고 했다. 다만 그 대상은 ‘사병’이었다. 그는 “사병복지 및 인권차원과 한반도 평화까지 총괄해 병역문제를 다루고 싶다고 했다.

    당선권과 거리가 있는 15번을 배정받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은 지난 2005년 평양 출산 경험을 강조하며 "여성복지 교류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더 좋은 제도는 서로 배우자"고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황씨는 "평양 당국과 산원의 각별한 관심과 조치가 아니었다면 그 해 나의 평양 관광 길은 축복이 아니라 비극으로 남았을 것"이라는 글을 남겨 논란이 되기도 했다. 특히 그는 "평양의 벗과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나의 기쁨을 열배 백배로 만들어 주신 분들"이라 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들의 공약 면면을 살펴보면 통진당(구 민노당)이 '진보의 껍데기를 쓴 종북 정당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사는 이유를 어렵게 찾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꼬집었다. 

    다음은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명단

    1번 윤금순(52) 전 전국여성농민총연합회 회장
    2번 이석기(50) 사회동향연구소 대표
    3번 김재연(31) 청년비례대표
    4번 정진후(54) 전 전교조 위원장
    5번 김제남(49) 녹색연합 사무처장
    6번 박원석(42) 서울교육발전 자문위원
    7번 조윤숙(38) 장애인푸른아우성 대표
    8번 이영희(50) 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9번 오옥만(50) 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10번 노항래(50) 통합진보당 정책위의장
    11번 나순자(47) 전 보건의료노조위원장
    12번 유시민(53)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13번 윤난실(47) 전 진보신당 부대표
    14번 서기호(42) 전 서울북부지법 판사
    15번 황선(38)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
    16번 문경식(57) 진보사랑 공동대표
    17번 박영희(51)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
    18번 강종헌(60) 한국문제연구소 대표
    19번 김수진(55) 우리들헬스케어 상무이사
    20번 윤갑인재(50) 건설산업연맹 정치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