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완장 차고 그라운드 등장‥맨유 전설 대열 합류?
  • "노란 완장을 찬 박지성을 보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24일 새벽, TV중계를 통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약스의 2011-2012 유로파리그 32강전을 지켜보던 국내 축구팬들은 선수단 입장 장면에서 '감격적인' 순간을 맛 봤다.

    페넌트를 들고 맨 앞에 선 박지성의 왼팔에 노란색 '주장 완장'이 감겨져 있었던 것.

    박지성의 뒤로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루이스 나니, 애슐리 영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선수들이 나란히 입장했다. 이날 경기에는 퍼거슨 감독이 사전에 공언한 대로 20살을 갓 넘긴 어린 선수들이 선발 출전했다. 그라운드에 나선 선수 중 박지성 보다 경력이 많은 선수는 베르바토프 뿐이었다. 그러나 맨유에서 뛴 경력만 따지자면 박지성이 최고참에 해당한다.

    맨유의 공식 주장인 네마냐 비디치가 부상으로 결장한 가운데 라이언 긱스나 파트리스 에브라 등 베테랑 선수들이 모두 결장한 이번 경기에서 박지성이 '캡틴' 완장을 찬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축구종가 영국에서도 '최고 구단'을 자부하는 맨유에서 주장 완장을 찼다는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지금껏 맨유에서 아시아계 선수가 노란 완장을 찼던 적은 단 한번도 없다. 박지성 외 맨유에서 뛴 선수가 없었던 탓도 있지만 주장의 자리는 언제나 경험 많은 '백인' 선수들 몫이었다. 물론 파트리스 에브라가 임시 주장을 맡고 있으나 아프리카 혈통의 선수들은 세계 축구 무대에서 이미 '주류'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따라서 이날 유로파리그 경기에서 박지성이 주장 완장을 차고 그라운드를 누빈 것에 대해 해외 언론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UEFA닷컴은 "주장 완창을 찬 박지성이 에르난데스의 선제골을 도왔다"며 그의 활약상을 다뤘고 BBC, 스카이스포츠 등도 "박지성을 주장으로 내세운 맨유가 유로파리그 16강에 진출했다"고 밝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주장 대리인으로 출전한 박지성이 몇 차례 가로채기를 성공하고 치차리토의 선제골을 돕는 등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이후 스콜스가 투입되자 레프트윙으로 옮겨 경기를 이끌었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당초 이날 경기의 주장으로 지목됐던 선수는 박지성이 아닌 필 존스였다고.

    필 존스는 경기 직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경기 전 마이크 펠란 코치가 내가 주장을 맡을 거라고 말했지만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주장으로 낙점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영국 언론들은 필 존스가 유럽축구연맹의 출전 선수 명단에 주장으로 이름을 올리자, 퍼거슨 감독이 '자국 선수'의 경험을 쌓게 한다는 측면에서 20살에 불과한 선수를 과감히 기용한 것으로 풀이했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은 경기 직전, '신예' 필 존스가 아닌 '베테랑' 박지성을 캡틴으로 선정했다. 

    8년째 맨유에서 뛰며 '200경기 출전'이라는 아시아인 초유의 기록을 세운 박지성은 마침내 맨유에서도 '주장' 완장을 꿰찰 정도로 비중이 높은 선수가 됐다.

    현지 언론은 퍼거슨 감독의 전략을 가장 잘 이해하는 선수로 박지성을 언급하곤 한다. 특히 로테이션 경쟁이 치열한 맨유에서 박지성은 묵묵히 주어진 임무에만 충실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여타 선수들이 네임벨류가 올라갈수록 입이 거칠어지는(?) 행보를 보이는 것도 박지성을 돋보이게 하는 부분이다.

    아시아인 최초 '주장 선발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박지성이 또 어떤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