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민심 들썩, 민주-통합진보 후보들 여권 후보 제쳐야권 연대로 지지율 올리기, 여권은 아직도 고심 중
  • 새누리당의 최대 텃밭이던 부산·경남(PK) 지역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등 친노 인사들이 여당 후보들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아직 선거 밑그림도 못 그린 채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당내에서는 PK 지역에서 참패를 당할 경우 “100석도 못 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부산 민심은 지금…

    지난 주말 부산은 벌써부터 선거 열기로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주요 도로 곳곳에는 이미 선거캠프가 설치됐고, “이번엔 바꿔 보입시더”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사상터미널 앞에서 탄 택시 운전기사는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안철수와 문재인에 대한 호기심이 크다. 한나라당 후보는 아직 뚜렷하게 보이는 사람이 없어 더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중앙일보와 엠브레인이 지난 7~10일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3일 발표한 4·11총선 가상대결을 살펴보면 친노 세력의 강세는 눈에 띈다.

    선봉장으로 꼽히는 부산 사상에 출마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42.3%의 지지를 얻어 34.7%의 지지를 얻은 새누리당 권철현 전 의원을 7.6%포인트 차로 눌렀다.

    부산 북강서을에 나선 문성근 민주통합당 최고의원은 41.9%의 지지율로 새누리당 허태열 의원(32.5%)을 9.4%포인트 차로 제쳤다. 지난해 4·27 재보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성지로 불리는 경남 김해을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금배지를 달았던 김태호 의원(34.0%)도 김경수 봉하사업본부장(40.9%)에게 밀리고 있다.

    새누리당 부산시당 고위 당직자는 “여전히 고정 지지층이 두텁지만, 이번 총선은 어렵다는 말로는 표현하기 힘들 정도”라고 고개를 저었다. 이 당직자는 “전략 공천되는 인물이 어떤 사람이냐가 승부의 관건”이라면서도 “하지만, 아직 중앙당은 이렇다 할 후보를 내세우지 않아 전략 짜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 ▲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과 문성근 최고위원이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부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문재인 이사장은 사상구, 문성근 대표는 북강서을에 출마한다. ⓒ 연합뉴스
    ▲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과 문성근 최고위원이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부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문재인 이사장은 사상구, 문성근 대표는 북강서을에 출마한다. ⓒ 연합뉴스

    ◆ 이제 시작, 야권 연대되면 더 무섭다

    새누리당은 전통적인 텃밭인 부산 경남지방의 경우 후보자들간의 경선 이후 본격적인 선거 구도가 재편되면 지지율은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선거들에서도 야당 후보의 반짝 인기가 고정 지지층의 몰표에 좌절된 경우는 많았다.

    하지만 야권에게도 복안은 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범야권이 선거 연대에 성공할 경우 판세는 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특히 이 지역의 야권 연대는 중앙당 차원의 논의와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 10·26 재보선에서 패배한 이후 절치부심했다는 평가다. ‘연대만이 살 길’이라는 목표로 이미 밑그림이 거의 완성된 단계다.

    부산 지역의 경우 문재인 민주당 상임 고문의 지휘로 후보 선출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통합진보당이 요구하고 있는 두 곳에 대한 논의만 끝내고 나면 상당수 지역구의 후보 윤곽이 이미 드러나고 있다.

    경남과 울산도 연대를 통한 후보 선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남은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등 야 3당의 경남도당과 지역 시민단체는 후보자 간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시민선거인단 투표 50%와 여론조사 50%를 합산해 단일 후보를 선출하기로 지난해 말 합의했다. 울산 역시 민주당이 남구을과 동구에서 통합진보당에게 양보를 약속했다.

  • ▲ 새누리당의 가장 큰 숙제는 PK 낙동강 전선의 문재인 상임고문의 예봉을 꺽을 인물을 내세우는 일이다. 사진은 홍준표 전 대표 ⓒ 연합뉴스
    ▲ 새누리당의 가장 큰 숙제는 PK 낙동강 전선의 문재인 상임고문의 예봉을 꺽을 인물을 내세우는 일이다. 사진은 홍준표 전 대표 ⓒ 연합뉴스

    ◆ 아직도 내홍, 새누리당 텃밭 다 뺏긴다

    텃밭에서 친노 야권 돌풍이 일고 있지만, 새누리당의 후보 공천은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지난 12일 저녁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열린 새누리당 비대위원들의 모임에서는 이에 대해 위기의식이 쏟아져 나왔다.

    이상돈 위원은 “총선이 (MB 정권) 심판론으로 가면 100석도 못 얻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한 비대위원은 “총선 공천이 이제 시작되는데 친이계는 물론 친박계에서도 용퇴하는 의원이 생각만큼 안 나온다”며 공천 과정이 지지부진함을 꼬집었다.

    가장 고심 중인 부분은 역시 문재인 상임고문이 나선 부산 사상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위협하는 지지율까지 올라선 문 상임고문의 예봉을 꺾는 것은 새누리당의 최대 숙제다.

    “빨리 후보를 공천해 문 이사장을 사상에 묶어 놔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지만 마땅한 사람이 없다. 13일 현재 부산 사상의 새누리당 예비 후보는 친이계인 김대식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등 4명이다. 여기에 권철현 전 주일대사, 안준태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 설동근 전 교과부 차관도 출마 예상자로 거론되지만,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당 일각에선 홍준표 전 대표를 이곳에 출마시키는 방안이 나오고 있다. 과거 친박 핵심이었던 4선의 김무성 의원(부산 남구을)도 거론된다. “승률이 최소 60%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 후보 자격의 첫 번째 조건이다.

    문성근 최고위원의 전담 마크맨 구하는 것도 관건이다. 최근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를 겨냥해 서울 관악을에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도 이 지역구 물망에 올랐다. 과거 학생운동을 하면서 문 최고위원의 아버지인 고(故) 문익환 목사의 친북단체에서 활동하다 전향한 하 대표의 이력이 대립각을 이루기 좋은 그림이라는 전략이다.

    하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중앙당 고위 당직자는 “모든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면서도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시당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야권의)지지율 추격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3월부터는 본격적인 선거 구도가 짜여져야 한다. 만약 경선 과정에서 또 잡음이 생긴다면 두 자리 의석(부산은 총 18개 지역구)도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