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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들이 좋아하는 3가지 영화들
주인공을 따라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문화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그래서 유행어도 대부분 사극에서 나오는 대사들이라고 한다.
장진성
탈북자들에게 북한에서 어떤 영화들이 제일 재미있었냐고 물어보면 거의 똑같은 대답을 한다.
"옛날 영화"이다. 처음엔 영화제목을 말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요즘 영화보다 옛날 영화들이 더 재밌다는 뜻이었다. 그 '옛날영화'의 시기는 김정일이 당선전선동 업무를 맡기 이전인 1960년대까지를 의미한다.그때는 북한의 문화도 정치와 마찬가지로 구소련 영향을 받아 '사실주의적 사회주의'를 주장할 때였다. 사회주의 현실 속에 사는 사실적 인간들을 그려낸다는 것이다. 그래선지 비교적 볼만한 영화들이 많았었다. 그런데 김정일이 선동권력을 쥐면서 '사실주의적 사회주의'를 '수정주의'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주체조선의 영화가 갈 길은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라고 했다.
앞뒤 말만 살짝 바꾼 것 같지만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란 체제허용 범위 안에서의 왜곡과 세뇌를 뜻한다. 그때부터 북한 영화들은 김씨가문의 충성유도를 위해 인물, 갈등, 사건, 심지어는 대사까지도 부자연스러워졌다. 북한 주민들이 '옛날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지 추억 때문이 아니라 이러한 질적 차이 때문이기도 하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북한 주민들이 좋아하는 두번째 영화는 '신상옥영화'라고 한다. 당시 신상옥 감독의 영화는 북한 주민들에게 커다란 문화적 충격이었다고 한다. 그 전까지 북한 영화에선 남녀키스, 외국문화, 열차전복과 같은 색다르고 기술적인 장면을 전혀 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영어로 '신필름'이라고 새겨지는 영화제작사 로고부터 새로웠지만, 보다는 시나리오, 촬영, 미술, 음악, 소품에 이르기까지 일대 혁명이었던 것. 한마디로 외국영화 같은 북한영화였다고 한다. 그래서 북한의 남녀노소는 새영화가 나오면 '조선영화이냐? 신상옥영화이냐?' 하고 구분해서 물을 정도였다고 한다.
'신상옥영화'에 이어 '고구려영화'가 세번째를 차지했다. '고구려영화'란 남한 식으로 사극이란 뜻이다. '고구려영화'라고 하는 이유는 북한이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역사가 고구려밖에 없고, 그래서 사극도 대부분 고구려, 아니면 조선왕조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런 사극같은 경우 현 체제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어서 영화도 재미있지만, 우선 보기가 편하다는 것이다. 일반 영화들은 관객과 상관없이 주인공이 혼자 울고 웃는데 사극만은 다르다고 한다. 주인공을 따라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문화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그래서 유행어도 대부분 사극에서 나오는 대사들이라고 한다.
이같은 탈북자들의 증언을 들으며 기자는 생각해본다. '북한 사람들이 과연 언제면 3편의 영화가 아니라 수백, 수천편의 영화를 즐기며 살 날이 올까?' 하고 말이다.
국내최초 탈북자신문 뉴포커스 이애리 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