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곳 실태조사 착수, “원점서 재검토, 주민 30% 원하면 해제”세입자 등 저소득층 주거권 보장에 방점 찍어재건축, 재개발 시장 위축 불가피...경기 침체 후폭풍 우려
  • ▲ 30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청 기자실에서 뉴타운, 정비사업 新정책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 30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청 기자실에서 뉴타운, 정비사업 新정책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서울시가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을 원점서 재검토 하는 출구전략을 확정 발표했다. 해당 구역 내 세입자와 영세 가옥주 등 저소득층에게 실질적인 입주기회를 보장하고 주민의 30%가 원하는 경우 구역 지정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현재 진행 중인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 610곳에 대한 ‘원점 재검토’를 핵심으로 하는 출구전략을 마련함에 따라 재건축, 재개발 시장의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구역 해제로 인한 건설, 부동산 경기 침체 등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시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서울시 뉴타운․정비사업 新정책구상’을 30일 발표했다. 영세 가옥주 및 상인, 세입자 보호에 방점을 찍은 신 정책구상은 저소득층 복지를 시정 주요정책의 기준으로 삼은 박원순 시장의 뜻이 반영된 결과물이란 평가다.

    철거를 앞세운 기존 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나 박 시장이 강조하는 ‘공동체’와 ‘마을 만들기’를 중심으로 정책방향을 전환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신 정책구상은 우선 세입자와 영세조합원의 주거권 보장을 강화했다는 특징이 있다. 영세 가옥주와 상인, 세입자 등은 거주자이면서도 사업 시행에서 소외된 측면이 적지 않았다. 시는 재개발, 재건축 분야에서도 ‘인권’개념을 도입, 중장기적으로 주거권을 인권 차원에서 다룬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세입자 등의 주거권 보장 근거를 자체적으로 마련하는 한편, 세입자를 사업시행 절차상 참여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등 관련 법령 개편을 정부에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각계 의견과 자체 분석에 의하면 그 동안 뉴타운․정비사업은 영세 가옥주와 세입자들이 인간답게 살 권리로서의 주거권에 대한 보장이 상당히 미흡한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는 “원주민이 재정착하기 어려워 공동체 생태계가 유지되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시는 OS(outsourcing)요원과 용역 동원을 통한 동의서 징구, 서면결의와 총회 개최 등 사업시행 과정에서 만연한 비상식과 불합리성, 우월적 지위에 있는 시공자와 조합의 불공정 행위, 기타 과밀․경관 훼손․지역경제 붕괴 등의 문제점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태조사 대상 610개소 선정, 계속 추진 또는 해제 여부 결정
    신 정책구상은 시장과 지역 실정에 밝은 구청장이 모두 1천300곳에 이르는 뉴타운․정비사업구역을 실태조사 대상(610구역)과 갈등조정 대상(866구역)으로 나눴다.

    특히 사업시행인가 이전 단계에 있는 610개소(아파트재건축 제외)에 대해서는 실태조사를 통해 계속 추진 또는 해제를 결정할 계획이다.

    사업 해제 요건인 토지 등 소유자 동의 비율과 조합해산 등에 필요한 절차와 방법은 4월 중 조례를 개정할 계획이다.

    정책의 실효성 담보를 위해 추진위원회가 해산하는 경우 위원회가 사용한 법정비용 중 일부를 시가 보조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키로 했다.

    법정비용 보조의 조건과 범위 등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근거로 하반기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조례로 정할 계획이다. 단 조합이 취소된 경우엔 법적 근가가 마련되지 않아 비용이 보조되지 않는다.

    주민 갈등 없는 곳, 사업 계속 추진...경비 지원 등 지원 확대
    실태조사 결과 갈등이 없고 주민 대다수가 찬성하는 구역은 추진지역으로 분류해 사업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행정지원을 강화한다. 세입자 대책을 강화해 주거권을 보호하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여기에 세입자 대책 수립과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에 이르기까지 공공관리 업무를 확대, 갈등과 분쟁 요인을 줄여 경비 절감과 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도모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비계획 수립 용역비 50%를 시비로 지원해 주민 부담을 줄인다는 복안이다. 소형평수 전환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은 이미 지난 연말 조례에 반영했다.

    세입자 등 저소득층 주거권 보장 강화
    서울시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추진의지가 있어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경우에도 세입자 등 거주자의 주거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세입자 대책과 영세 조합원에 대한 대책을 강화할 예정이다.

    먼저 야간, 호우, 한파 등 악천후와 동절기에는 이주와 철거를 금지토록 했다. 사업시행자가 임대주택을 추가확보 하는 등 세입자 대책을 강화하면 인센티브를 부여해 물량을 늘리는 방안도 나왔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세입자대책 자격 유무와 관계없이 주거복지 차원에서 모두에게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다.

    세입자가 준공 후 그 지역에 재정착할 수 있도록 재개발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이미 건설된 재개발임대 공가에 우선 입주했다가 세입자가 원하면 다시 준공된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그 동안은 한 번 임대주택에 입주하면 다른 임대주택으로 이주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

    주민반대 심한 지역, 해제지역으로 분류...주거환경 개선 사업 추진
    주민반대가 심한 지역은 해제지역으로 분류, 주민 희망에 따라 마을 만들기, 주거환경관리사업 등 거주민 중심의 재생사업으로 전환한다. 공동이용시설 설치 지원이나 집수리비 융자 등을 통해 마을의 원형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주거환경개선을 추진키로 했다.

    시는 뉴타운 사업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조정하고 대안 제시 등을 전담할 ‘주거재생지원센터(가칭)’를 설치, 운영할 예정이다.

    시는 이와 별도로 지난 12월 구성된 갈등조정위원회를 통해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갈등관리에 관한 정책들을 자문할 계획이다.

    일몰제 도입, 구역 지정 취소 쉽게
    한편 시는 뉴타운 및 정비사업에 ‘일몰제’를 도입, 일정한 요건을 기한 내 충족치 못하면 구청장이 구역 지정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세입자 보장 강화 등 도정법 추가 개정안 정부 건의, 박 시장 직접 협조 요청 
    정부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협력도 강조했다. 시는 뉴타운․정비구역이 단기간에 지나치게 많이 지정된 측면이 있다고 판단, 구역 지정요건 강화, 추진위․조합 해산 시 발생하는 사용비용 부담 등 문제 해결을 위해 정치권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할 계획이다.

    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추가 개정안을 자체적으로 마련, 정부에 법령 개정을 건의키로 했다.

    여기에는 구역지정 단계부터 사업인가 단계까지 세입자 참여 기회 보장, 상가 세입자 실질 대책 마련, 추진주체 해산 시 사용비용 일부 정부 분담, 구역지정과 조합인가 요건 강화 등의 내용이 포험될 것으로 보인다.

    시는 법령 개정을 위해 박원순 시장이 직접 정부에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