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안티조선, 2012년 보수매체의 승리
     
    보수매체의 분화가, 친노종북 매체의 결집을 이긴다
      
    변희재, pyein2@hanmail.net       
     
    20년만에 총선과 대선이 한 해에 치러지는 2012년의 막이 올랐다.
    각 언론사에서도 새해 첫날부터 총선과 대선 관련 전망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현재까지의 판세는 예측하기 어렵다. 현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이 흉흉하기는 하지만, 여야 모두 제 정파들의 이합집산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까지 친노종북 매체들은 오직 현 정부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증폭시키며, 야권세력의 묻지마식 단결만을 촉구해왔다. 이러한 매체전략은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두었으나, 그 심각한 부작용도 뒤따랐다. 매체가 자신들이 지원하는 정치세력의 승리만을 위해 너무나 단순한 논조를 이어가다보니, 논리성과 분석능력이 크게 떨어져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들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불가능해진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한나라당 비대위이다. 한나라당의 비대위와 기존의 인사들끼리의 난투극 벌어지고 있음에도, 친노종북 매체들은 이에 대한 논조를 잡아가지 못하고 있다. 친노종북 매체들은 한나라당에 어떠한 변화의 바람도 불지 않고, 그냥 이대로 가주기만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한나라당 비대위의 활동 전후 예상치 않은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었을 때, 친노종북 매체들은 기존의 묻지마식 단결논리 이외에 어떠한 다른 논조도 찾지 못할 것이다.

    한겨레, MBC, ‘다음’ 등 친노종북 매체, 4년 내내 고정된 틀에 구속

    한겨레,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경향신문은 물론 MBC, 그리고 친노포털 미디어다음까지 친노종북 매체들이 일치단결하여 정권 탈환을 위해 몸을 던지는 것은 대한민국 언론사의 비극에 가깝다.
    다 매체 시대에 각 매체들이 고유의 당파성을 토대로 기사를 작성하는 것은 타당한 일이다. 그러나 당파성을 넘어 제 정치세력의 전략과 전술까지도 나팔수 수준으로 불러댄다면, 스스로 언론임을 포기하는 격이다. 친노종북 매체들은 현 정부 내내 이러한 길을 걸어왔던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2012년 대선 내내 이렇게 정치세력의 사냥개 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듯하다.
    현 정부에 대한 공격과 더불어, 야권연대의 틀에서 벗어나는 세력에 대한 처절한 보복 등 조폭 수준의 기사들을 남발할 것이다. 그리고 4년 내내 이러한 고정된 틀에 구속되면서 조금이라도 이 틀에서 벗어난 현상이 벌어졌을 때, 스스로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후회할 일도 아니다.

    반면 보수우파매체들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보수우파매체 역시 친노종북 매체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당파성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나라당 비대위 활동을 전후로 보수우파 매체는 기존의 보수정치세력과 급격히 분화하고 있다. 특히 이는 기존의 조선, 중앙, 동아로 상징되는 기성매체보다도 조갑제닷컴, 올인코리아, 프런티어타임즈 등 인터넷 매체들의 경우가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논조로만 본다면 한나라당 비대위의 문제 인사들의 교체가 없는 한, 기성 보수정치세력과 매체 간의 화해는 불가능해 보인다.

    2012년의 보수매체의 제 1과제는 친노종북세력의 재집권 저지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수정치세력이 건강하게 살아있어야 한다. 그러나 보수정치세력과 보수매체 간의 분화가 가속화된다면, 이런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할 수가 없다. 보수매체들은 새로운 보수정치세력을 발굴하든지, 아니면 차라리 친노종북세력이 집권하더라도 5년 뒤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 보수 매체들이 이런 선택을 한다면 논조는 더 강경해질 것이며, 보수정치세력의 재집권을 위한 전략 전술형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전체적으로 매체 간의 권력으로 비교한다면, 친노종북 매체가 보수매체를 압도한다. MBC로 상징되는 방송노조와 아무리 허접한 매체와 기사라도 천배 이상 띄우기를 할 수 있는 친노포털 미디어다음이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친노종북매체는 정치세력을 압박할 수 있다. 반면 보수매체의 경우 아무리 비판을 해도 기성 보수정치세력에서 무시해버릴 수도 있다.

    보수우파 매체는 스펙트럼 넓히며 분화할 듯

    이 때문에 2012년의 총선과 대선에서의 미디어 간 대결 역시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도 높다.
    친노종북 매체들이 통합진보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세 대결을 벌일 태세를 보이는 반면, 보수우파 매체는 넓은 스펙트럼으로 포진될 것이다. 정치세력으로 보자면 한나라당의 친박 비대위부터, 강경한 보수신당, 왼쪽으로는 박세일을 중심으로 한 중도신당 각 매체의 성향에 따라서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지난 10년 간 사실상 같은 논조를 이어온 조선, 중앙, 동아, 문화 역시 분화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도 동아일보가 가장 강경한 원칙적인 보수 논조를 유지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보수매체의 분화가 세의 약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바로 이 때문에 보수매체는 물론 보수세력이 친노종북 세력에 역전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할 수 있다. 왜냐하면 스펙트럼이 넓어지면 새로운 변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며, 매체 간 정치세력 간 연대도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보수매체와 보수세력 간에서 ‘자유통일’의 원칙만 지키고 있다면, 각자의 성향에 따라 적극적으로 외연을 확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반면 친노종북 매체의 경우 오직 현 정부에 대한 비난과 야권연대 이탈 단속에만 골몰하면서,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매체라면 반드시 갖춰야할 논리성과 분석능력이 상실해버렸다. 4년 내내 이런 기능이 필요없었고, 오직 정치적 선동만 밀어붙이다가 초래된 결과이다.

    현대사에서 자율성과 다양성을 인정한 세력은 전체주의 세력에 대부분 승리했다. 2차세계대전부터 동구권 몰락이 이를 입증한다. 이는 거대한 세계사적 흐름에서만 적용되는 법칙이 아니라 사소한 일상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직된 구조로는 간단한 구멍가게 하나 성공할 수 없다.

    2002년 대선 노무현의 승리는 안티조선세력의 내부비판 덕택, 보수세력 벤치마킹해야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보수 후보에 역전승을 거두었다. 그 원동력은 안티조선 세력에서 비롯되었다. 안티조선은 보수진영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경직되고 관료화된 친노종북세력 내에서 강력한 내부비판 세력으로 등장하였다. 이들의 등장으로 친노종북세력은 인터넷시대에 발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고, 당시 정몽준과 같은 자유주의 인사까지 손을 잡는 등 외연을 확대할 수 있었다. 친노종북 세력이 건강한 비판세력의 존재를 인정한 것은 바로 2002년도의 안티조선 세력이 마지막이었다.

    놀랍게도 이 안티조선은 노무현 정권 이후 출세의 도구로 변질되면서, 안티조선 세력이 앞장서서 내부비판을 막아버리고, 오직 정치적 승리만을 위해 자율성을 박탈해버렸다. 그러면서 세력 전체가 타락했다.

    2012년 보수매체가 보수세력의 승리를 위해 해야할 일은 건강한 내부 비판을 통해, 세력 전체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각자 외연을 넓히며, ‘자유통일’의 가치 아래의 다양한 가치들을 수용하는 것이다. 보수매체가 이를 해낼 수 있다면 2002년 안티조선 세력의 역전승을 이번에는 보수매체가 거두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