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못 알아봐 문책? 제왕적 태도 비판응급전화 응대 규정 위반, “당연한 조치”
  • "만약 진짜 응급 구조 요청이었다면 어쩔뻔 했는가?"

    소방공무원의 전화 응대가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인사 조치를 취한 것으로 구설수에 오른 김문수 경기지사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이번 인사조치가 도지사인 자신에게 무례하게 했다는 것이 이유가 아니라 응급전화 응대관련 근무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소방행정에 대한 애착이 특히나 강한 것으로 알려진 김 지사 측은 이번 구설수를 '언론의 부적절한 몰아세우기'로 판단,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김 지사는 지난 19일 남양주시의 한 요양병원을 방문했고, 요양원내 암환자의 응급 이송 관련 문의를 위해 남양주소방서 119상황실에 전화를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지사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소방관의 이름을 물었다.

    하지만 소방관은 이를 장난전화로 오인하고 전화를 그냥 끊어버렸다. 김 지사는 곧바로 다시 전화했으나 다른 근무자도 장난전화로 판단, 응대하지 않았다. 김 지사는 통화에서 모두 9차례에 걸쳐 신분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사는 이를 도소방본부에 통보했고, 지난 23일 자로 해당 상황실근무자 2명을 포천과 가평소방서로 각각 인사발령을 냈으며 별도의 징계도 검토 중이다.

  • ▲ 지난 5일 오전 경기도 평택 송탄소방서에서 열린 119구조대 故 이재만 소방위와 한상윤 소방장의 영결식에서 김문수 지사가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뉴데일리
    ▲ 지난 5일 오전 경기도 평택 송탄소방서에서 열린 119구조대 故 이재만 소방위와 한상윤 소방장의 영결식에서 김문수 지사가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뉴데일리

    이에 대해 일부 언론과 네티즌들은 김 지사가 자신의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한 것에 기분이 상해 인사 조치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도지사가 전화하면 당연히 성실히 답변해야 한다는 ‘제왕적 태도’라는 것이다.

    <경향닷컴>은 이날 ‘“나 김문수 지사야” 목소리 몰라본 119대원 문책’이란 제목으로 사건을 보도했다. 119대원들이 김 지사의 목소리를 몰라봐 징계를 당했다는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 <중앙일보> 역시 ‘김문수 119 전화 논란…목소리 몰랐다고 인사조치?’란 제목을 붙였다.

    <뷰스앤뉴스>는 현직 소방관 "기본 운운하는 김문수, 상왕의 마인드"라는 제목으로 한 소방관의 "상황실 전화는 긴급전화로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는 주장을 담았다. 이 매체는 소방관의 트위터 발언을 그대로 인용 "전화응대 부실로 징계 운운하는 게 현재 김문수와 소방본부의 수준이다. 권위주의 시대에 부응 못한 게 죄"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전화를 받은 소방관이 임의로 장난전화로 판단한 것이 문제였다는 입장이다. 도지사가 아니라 일반 시민의 전화라도 절차와 규정을 지켰어야 한다는 말이다.

    소방공무원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에 따르면 상황실 근무자는 119 전화신고 접수 시 먼저 자신의 관등성명을 밝히고, 신고내용에 대해 성실히 응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황실 근무자는 모든 신고전화에 대하여 장난전화 여부를 임의로 판단하여 응대하게 될 경우 자칫 진짜 사고에 대처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9년 2월 남양주소방서에서는 응급환자가 119로 신고했는데도 당시 상황실 근무자가 이를 장난전화로 오인, 구급차가 출동하지 않아 신고자가 동사한 사고도 있었다.

    경기도 관계자는 “도지사는 경기도 소방의 최고책임자로서 모든 경기도 소방공무원을 지휘, 감독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신고전화를 오인하는 이와 같은 사례를 계속 방치한다면 앞으로 시민이 큰 피해를 보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에 문책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상황실 근무자는 전화를 건 사람이 도지사가 아니라 일반시민이 설혹 장난전화를 했다 할지라도 만에 하나 그것이 사실일 수 있다는 가정하에 성실히 응대해야만 하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잘못을 반복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경기 지방신문 <중부일보>와 <뷰스앤뉴스> 등은 사건 이후 경기도가 도지사의 목소리를 기억하라는 교육을 실시했다는 보도도 쏟아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경기도는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교육은 시민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정확한 119상황 접수가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정당한 직무교육이었다는 설명이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는 “또다시 이러한 일이 재발되어 시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곧바로 철저한 상황접수요령에 대한 교육과 지도를 실시했다. 향후 재발 방지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시민이 불편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