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가 없는 땅 한반도
      
    한반도에는 정치가 없습니다. 김일성‧김정일로 이어져 이제 3대째가 되는 김정은이 물려받은 ‘김 씨 왕조’에 정치가 있을 리 없습니다. ‘임금님’이 원하는 대로, 뜻하는 대로 공화국은 굴러갑니다. 김정은으로 ‘김 씨 왕조’는 끝날 것으로 내다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두고 봐야 알 일입니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로 ‘국시의 제 1의’를 삼은 5천 년 역사의 최초의 민주공화국입니다. 그러나 그 자유민주주의가 회갑을 지났지만 아직도 초보 단계를 면치 못한 탓인지 국회를 보나 법원을 보나 청와대를 보나, 올바른 민주정치는 낌새도 보이지 않고, 부정‧부패가 기승을 부리고, 의사당에서도 행길에서도 불법과 폭력이 판을 칩니다.

    독재는 어디서나 질서정연하지만 민주정치는 이 다리 저 다리 들면서 모두가 목소리를 높이니 누가 옳은지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어지럽고 소란스러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를 능가할 만한 정치적 이념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죽은 김정일을 조문가는 문제를 놓고도 의견이 백출입니다. 우리가 ‘위대한 장군님’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할 수는 없지만 사람이 죽었다는데 애도의 뜻을 표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어떤 일간지의 사설에 문상문제를 두고, “중요한 것은 남북 관계의 개선”이라고 나와 있는 것을 보고, 이 논설위원은 무엇을 개선이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었습니다. ‘개선’이니 ‘개막’이니를 논할 수조차 없는 것이 정치가 없는 한반도의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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