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이희호 여사-현정은 회장 측 외에는 조문 방북 불허”
  •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연합뉴스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연합뉴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김정일의 조문을 위해 조만간 방북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일 담화문을 통해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유족에 대해 방북 조문을 허용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의 조문 방북 허용에 대해선 “북측의 조문에 대한 답례”라고 설명했다.

    현 회장 측은 이날 통일부를 방문해 조문 방북을 신청했으며, 이 여사 측은 조만간 조문 방북을 위한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 “정부 차원에서는 조문단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 여사와 현 회장의 조문 방북이 이뤄지더라도 개인 또는 민간차원임을 강조한 것이다.

    북한은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시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원동연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실장 등 총 6명의 조문단을 파견했었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의원은 정부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족에 대해 방북 조문을 허용한 것에 대해 “북한의 안정과 향후 남북관계를 위해서도 현명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이희호 여사가 아직 구체적인 조문단 구성이나 방북 일정을 정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정부가 적절한 절차를 밟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김 전 대통령 유족과 정 전 회장의 유족에 한해 “북측의 조문에 대한 답례”라고 선을 그은 만큼, 다른 인사들에 대한 조문 방북은 허락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 여사와 정 회장 측 인사를 제외한 다른 단체나 개인의 조문 방북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노무현재단은 이날 통일부를 통해 조문단 파견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정부가 김 전 대통령과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유족으로 조문단 범위를 한정하자 당혹스런 표정이다.

    안영배 노무현재단 사무처장은 “정부가 조문단 파견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허용해주길 바라고 있다. 정부에서 공식 답변을 들은 뒤 우리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업지구 협력사업을 열어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 노력한 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타계에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전했다. 이어 현 회장은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의 예의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사업차 북한을 방문, 김 위원장과 세 차례 만난 바 있는 현 회장은 재계 인사로서는 처음으로 김 위원장의 사망에 공개 조의를 표했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별세 당시인 2001년 3월과 정몽헌 회장이 타계한 2003년 북한이 각각 조전과 조문단을 보내 애도의 뜻을 표한 만큼 현대도 조만간 조문단을 구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