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을 만듭시다.

    요즈음 서울의 거리는 촛불 타는 냄새와 여야 국회의원들의 설전(舌戰)으로 다시금 곤욕을 치르는 것 같습니다. 어제 한미 FTA가 강행처리 되었는데, 여기에 오기까지 여야의 대립, 이로 인한 시민들의 동요로 나라 전체가 시끄러웠습니다. 특히나 외교통상 상임위원회 회의장은 금방이라도 물리적인 충돌이 일어날 것같이 불안했습니다. 국민의 대표라는 분이 남의 어께를 타고 올라가 회의장에 설치된 CCTV를 신문지로 가리는 것은 국민의 인권을 무시하는 것이며 너무나 유치한 행동이었습니다. 그리고 붉은 띠를 머리에 두르고 한미 FTA를 반대한다고 주먹을 올렸다가 내렸다 하는 노조원들의 시위모습이 TV화면으로 비치고 있으며, 초등학교에 갓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 어린아이들이 노조원들의 틈에 끼어서 '이명박 천벌 받아라.'라고 쓴 싸인을 들고 함께 시가행진에 가담하는 사진도 보였습니다.

    이는 과거에 엄마들이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자식을 인간방패로 삼아 광우병에 걸린다는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 데모에 참여했던 것을 연상하게 합니다. 이번 한미 FTA에 반대하는 데모에 철모르는 어린이들을 인간방패로 삼은 셈인데, 이들을 대동하고 나오신 부모들의 심정도 이해는 되지만 데모의 목적도 판단 못하는 어린이들을 반국가적인 사회모임에 참여시키는 것은 과연 그 분들이 아이들의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생각이나 하고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한미 FTA 반대데모는 마치 반미를 외치는 것 외는 다른 목적이 없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국민건강을 해치는 불량식품들이 중국에서 물밀듯이 많이 들어 왔어도 우리 국민들은 반중(反中)데모는 한 번도 없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미국 쇠고기로 광우병에 걸렸다는 보도는 없었어도 중국의 불량식품으로 인해 고통 받은 사람들을 보면서도 반중데모는 없었습니다. 이번 한미 FTA 반대이유는 투자자 국가 제소권(提訴權)(ISD, Investor State Dispute)이 독소조항이라는 것 때문인데, 이는 해외투자자가 정부를 직접 중재회부(일종의 제소)할 수 있는 권한입니다. 이런 조항이 없이 무역을 한다는 것은 마치 심판 없는 운동시합과 같은 것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조항은 대한민국 투자도 미국의 규제로 인해 손해를 본다면 미국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조항입니다.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야당정치인들은 한미 FTA는 나라를 쥐들에게 주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미 FTA가 나라를 팔아먹는 것 같이 생각하는 정치권에 있는 분들의 사고방식이 진정으로 나라를 위하는 것인지 아니면 반대를 위한 반대인지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제일야당의원 중에 반 이상이 투자자 국가 제소권(ISD)을 이해하고 있는 것 같지만, 한국의 정치는 예상을 할 수 없는 정치라 예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문제를 가지고 여야가 또 몸싸움을 한다면 한국의 의회주의는 더 이상 희망이 없어지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2004년 한-칠레 FTA, 2009년 한-아세안 FTA, 2010년 한-EU FTA에도 이 ISD조항은 삽입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때는 반대가 없었습니다.

    최근 어느 일간 신문의 사설에는 이번 이 사태를 두고 눈먼 정치인이 앞장서고 팔다리가 부실한 국민이 뒤따르는 나라만큼 위험천만한 나라는 없으며 하향평준화의 흙탕물에 휩쓸려 국민도 이에 따라 눈이 머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은 너무나 뒷걸음치고 있습니다. 한국학생들이 해외에서 일등 했다는 소식은 사라지고, 중국학생과 인도학생 그리고 월남출신 학생들이 일등 한다는 소식뿐입니다.

    특히 교육의 하향평준화와 학교에서 체벌을 금한 후, 교실은 선생과 학생들 사이에 사각의 정글이 되어가고 있으며, 소위 일류학교가 없어진 후 천재아동들이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해외유학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한국유학생 수가 중국학생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아졌는데 이는 천문학적인 달러가 해외로 나간다는 말이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공교육정책 때문에 사교육이 기승을 부리면서 학부모들의 가계부는 무거운 압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것이 반정부데모의 원인의 하나가 되어 이렇게 데모라도 함으로서 그들의 감정을 다스리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기상천외한 정부 교육정책은 하루 빨리 지양(止揚)되어야 하며 더 이상 우리 국민들이 눈먼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미국도 초등학교 3학년부터 성적이 좋으면 특수반에 들어가 공부를 시킵니다. 성적 좋은 학생과 성적 나쁜 학생을 같은 반에 넣어 서로 시간낭비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이민자들이 오기 전에는 미국에 공부를 위한 사교육 시설은 없었습니다. 미국에서는 돈의 여유가 많은 가정이나 학군이 나쁜 곳에 사는 가정은 아이들을 사립학교에 보내기도 합니다만, 이는 극소수입니다.

    미국의 공립학교는 중앙정부가 아니라 주(洲)정부나 군(郡)정부가 관할하는데, 공립학교는 주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운영합니다. 아이들을 사립학교에 보내는 가정은 대부분 자기들이 낸 세금을 무시할 정도로 부유한 집안들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한참 인기를 끌고 있는 학교에서의 무상급식은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각자가 점심가방을 들고 다니거나 학교에서 그 날 인기 있는 점심메뉴가 있으면 사서 먹습니다.

    우리나라의 학교 내에서 존경과 예의가 사라진 이유가 누구의 책임인지 묻지 말고 정부는 정부대로, 학교는 학교대로, 가정은 가정대로 모두가 내 탓이라고 생각하고 우리나라의 교육을 하루 빨리 정상적인 괘도에 올려놓아야 하겠습니다. 지금 이대로라면 우리나라에 희망은 없습니다. 서로 노력하면서 희망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 편지는 한미FTA 처리 전에 쓰였습니다.

    로버트 김(robertkim04@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