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에이전트와 계약, 이르면 내년 메이저리그소속팀 KIA가 허락할지는 미지수
  •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별로 우뚝선 KIA 윤석민이 올 겨울이 지난뒤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수 있을까?

    7일 오후 프로야구 MVP 투표가 열린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은 후끈 달아올랐다. 몇 시간전 윤석민이 메이저리그 수퍼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와 계약했다는 사실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윤석민은 MVP 수상직후 미국 진출의 꿈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올해 개막 전부터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성적이 잘 나오면서 정말 많은 에이전트들로부터 연락받았다. 그러면서 정말 가능성이 있구나 생각했고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윤석민의 미국 진출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활약하면서부터다. 이후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수시로 찾아 경기를 지켜봤다.

    더구나 올해 윤석민은 국내 7시즌을 모두 채워 해외무대에 진출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

    KIA 구단이 윤석민을 공개입찰에 내보내고, 가장 높은 이적료를 제시한 메이저리그 구단이 독점 협상권을 가진 뒤, 협상이 잘 돼 윤석민을 데려가면 KIA는 그만큼 이적료를 받는다.

    보라스는 메이저리그의 무수한 스타들을 관리하는 거물 에이전트로 박찬호와 김병현을 비롯해 현재 추신수(클리블랜드)를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걸림돌이 딱 하나 있다. 윤석민의 해외 진출을 ‘허락’해줘야 하는 KIA 입장에서 에이스를 내주기가 쉽지 않다. KIA가 목표로 하는 우승도 윤석민 없이는 어렵다. 윤석민 역시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무작정 KIA를 떠나 미국에 가겠다는 마음은 전혀 없다. 가더라도 좋게 얘기를 풀어서 가고 싶다”며 말을 아꼈다.

    새로 지휘봉을 잡아 내년 전력을 구상하고 있는 선동열 감독의 의사도 매우 중요하다. 이미 준플레이오프를 마친 뒤 지난 달 말 구단에 해외 진출을 검토해줄 것을 요청한 윤석민은 조만간 일본 미야자키현 마무리캠프에 합류해 선 감독과 해외진출 여부를 상의할 계획이다.

    현실적으로 당장 내년부터 미국에서 뛸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선 감독도 이미 마무리훈련에서 윤석민을 ‘설득’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바 있다. 선 감독 지도 아래 내년에 KIA를 우승으로 이끈 뒤 기분좋게 미국으로 가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다.

    한편 윤석민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 하모니볼룸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MVP 기자단 투표에서 전체 91표 중 62표를 얻어 수상자로 결정됐다. 윤석민은 오승환(19표), 최형우(8표·이상 삼성), 이대호(2표·롯데)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여유있게 따돌렸다.

    KIA 소속 선수가 MVP를 받은 것은 윤석민이 8번째다. KIA는 2009년 김상현 이후 2년만에 MVP를 배출했다. 투수가 MVP를 수상한 것은 2008년 김광현(SK) 이후 3년만으로 선발 투수가 4관왕에 등극한 건 91년 선동열 이후 무려 20년 만이다.

    윤석민은 올 시즌 27경기에 나서 17승 5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45로 리그 최고의 선발 투수로 자리 매김했다. 다승과 평균자책점, 탈삼진(178개), 승률(0.773) 부문 1위에 오른 윤석민은 MVP까지 차지하면서 2011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반면 타격 3관왕을 차지한 최형우와 최다 세이브 및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한 오승환, 2년 연속 수상을 노리던 이대호는 윤석민에게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특히 삼성은 사실상의 후보 단일화로 최형우를 적극 지원했지만 윤석민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규시즌에서 한 시즌 아시아 세이브 신기록 타이(47세이브) 기록을 달성하고 한국시리즈에서 3세이브를 올리며 MVP에 올랐던 오승환과 정규시즌 홈런·타점왕 최형우는 의외로 적은 표를 얻었다. 오승환이 팀 후배 최형우를 밀어주기 위해 후보 사퇴 의사를 밝힌 게 오히려 표를 깎아먹는 것으로 보인다.

    생애 단 한 번 뿐인 신인왕의 영예는 올 시즌 삼성의 톱타자 역할을 깔끔히 해낸 배영섭(25)에게 돌아갔다. 배영섭은 최우수신인상 기자단 투표에서 총 유효투표수 91표 가운데 65표를 얻어 최우수신인상을 수상했다.

    삼성 소속 선수가 신인왕을 받은 것은 양준혁(1993년), 이동수(1995년), 오승환(2005년), 최형우(2008년)에 이어 배영섭이 5번째다. 삼성은 2008년 최형우 이후 3년만에 신인왕 수상자를 배출했다.

    올 시즌 99경기에 출전한 배영섭은 절반이 넘는 69경기에 1번타자로 출전했다. 타율 0.294(340타수 100안타) 2홈런 24타점을 기록했다. 도루 33개를 해냈고, 51득점을 올렸다.

    배영섭은 9월 중순 당한 부상 탓에 한국시리즈 출전도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빠른 회복세를 보여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배영섭은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0.200(15타수 3안타) 3타점 2도루 1득점으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2차전에서는 2타점 결승타를 날려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