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이 정당이라면
      
    의회정치란 곧 정당정치인데 선거 때 후보를 내지 못하는 정당을 과연 정당이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 민주당은 서울 시장 선거를 앞에 놓고 엄청난 위기를 맞이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서울 시장 후보도 내지 못하는 정당이 과연 정당인가라는 질문에 무엇이라고 답할 것입니까.

    박영선 의원이, 얼마 뒤에 실시될 서울 시장 보궐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공천을 받았다고 할 때 나는 매우 잘 된 일이라고 여겼습니다. 여‧야가 함께 여성을 후보로 내세웠으니 어느 당이 승리하건 한양이 1392년 서울로 정해지고 619년 만에 여성이 다스리는 한양이 된다고 내다볼 때 감격스럽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제 1야당인 민주당은 정당정치를 포기 내지는 무시하고 정강‧정책이 문제가 안 되고 다만 포퓰리즘에 바탕한 인기 위주의 정치풍조에 편승하듯 박 모라는 ‘정체불명’의 (적어도 정치판에서는 그렇습니다) 사나이와 싸움을 붙여 이긴 사람을 민주당의 시장 후보로 삼겠다고 하였으니 정정당당하게 정당으로의 제 구실은 단념한 것 아닙니까.

    민주당의 정식후보인 박영선이 밀려나면 당 대표를 사임하겠다고 했을 때 그래도 이 사람에게는 정당 지도자로서의 양심은 살아있다고 느꼈습니다. 당의 후보가 미끄러지고 엉뚱한 사람이 시장 후보가 되어 당 대표는 사표를 던지고 물러났습니다. 당연한 처사라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단 하루 만에 사표를 철회하고 정치를 안 하는 정당의 당 대표 자리를 계속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정당정치가 ‘점입가경’이라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정치판은 이제 허깨비들의 ‘광란의 무대’가 되는 겁니까.

    만일 박 모 후보가 당선이 되어도 “나는 민주당에 가입할 의사는 전혀 없고 오직 ‘독자적인 노선’(그 노선이 어떤 노선인지 우리는 잘 모르지만)을 고집한다”면 민주당의 꼴은 뭐가 됩니까. 또 한 번 링컨이 남긴 말을 되풀이하겠습니다. “모든 사람을 한 동안 속일 수는 있습니다. 소수의 사람들을 언제까지나 속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언제까지나 속일 수는 없습니다." 정당은 있어도 정치는 없습니까.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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