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 실격에서 400m 계주 세계新까지"볼트로 시작해서 볼트로 끝났다"
  • 한여름 달구벌을 뜨겁게 달궜던 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육상강국 자메이카의 남자 400m 계주 세계 신기록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유치된 이번 대회는 9일간 44만 6305명의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흥행면에서 성공을 거두었다는 평가다. 또한 금지약물 복용 사례가 한 건도 나오지 않아 ‘약물 클린’ 대회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기록흉작과 노메달에 그친 한국 육상의 한계는 아쉬움과 함께 숙제거리를 남겼다. .

    이번대회는 그야말로 '볼트선수권 대회‘ 라고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구 세계선수권은 개막이틀째인 8월28일 '인간 탄환' 우사인 볼트 (자메이카)의 남자 100m 실격의 충격에서 시작해 대회 폐막일인 4일 그의 400m 계주 세계신기록으로 끝났다. 대회 내내 볼트의 실격, 볼트의 명예회복에 시선이 쏠렸다.

    세계기록 (9초58) 보유자인 볼트는 초미의 관심사였던 남자 100m에서 부정출발에 의한 실격으로 탈락했다. 하지만 볼트는 3일 19초40의 준수한 기록으로 200m를 2연패한뒤 400m 계주에서는 마지막 주자로 나서 37초04라는 대회 유일의 세계신기록을 찍었다.

    세계 기록을 0.06초 앞당긴 것으로 종전 기록은 자메이카가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수립한 37초10이었다.

    자메이카와 경합할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은 세번째 주자 패톤과 마지막 주자 월터 딕스가 바통 터치를 시도하다 넘어지며 도중 탈락했다.

    대구조직위원회는 대회를 앞두고 18억원을 들여 ‘마법의 양탄자’라는 몬도트랙을 새롭게 깔았다. 몬도트랙은 무려 230차례 이상 세계신기록을 만들어낸 마법의 양탄자다.

    하지만 이번대회에선 좀처럼 세계기록이 나오지 않았다. 폐막일 직전까지 여자 창던지기와 여자 100m 허들에서 나온 대회신기록 2개가 겨우 체면을 세워줬을 뿐이었다.

    다행히 마지막날 볼트가 뛴 자메이카 400m 계주팀이 1997년 그리스 아테네, 2001년 캐나다 에드먼턴, 2007년 일본 오사카에 이어 역대 네 번째 ‘노 세계 신기록’ 대회로 전락할뻔 했던 대구를 극적으로 구제했다.

    대구 조직위원회가 매일 펴낸 안내책자인 데일리 프로그램은 새로운 '징크스'와 이변을 만들어냈다. 바로 표지 모델로 나섰던 우승 후보들이 잇따라 실격, 부진 등으로 무릎을 꿇은 것.

    첫날 남자 장대높이뛰기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스티브 후커(호주)를 시작으로 남자 100m의 우사인 볼트, 110m 허들의 다이론 로블레스(쿠바),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 등이 '저주'의 희생양이 됐다.

    볼트와 로블레스는 실격으로 탈락했고 후커는 예선 탈락, 이신바예바는 세계기록을 27번이나 바꾼 '지존'답지 않게 6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대회 2연패를 노렸던 남자 400m의 라숀 메리트(미국)는 그레나다의 신예 키라니 제임스에게 왕좌를 내줬고 여자 400m에서도 아만틀 몬트쇼(보츠와나)가 미국과 자메이카 양강 구도를 깨고 정상에 올랐다.

    남자 100m의 새로운 왕좌는 볼트의 훈련 파트너인 요한 블레이크(자메이카)에게 돌아갔다.

    여자 100m에서도 '무관의 제왕' 카멜리타 지터(미국)가 올림픽·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인 셸리 앤 프레이저 프라이스(자메이카)를 따돌리고 영광을 안았다.

    한국육상은 또한번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한 채 무너졌다. 한국신기록 4개가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한국 육상은 이번 대회서 노메달에 그쳤고 '10-10 프로젝트' (10개 종목에서 10명의 결선 진출자 배출) 에도 한참 못미쳤다.

    '톱10'에 든 것은 경보 20km의 김현섭(6위), 경보 50km 박칠성(7위) 두 명 뿐이었다.

    한국 선수단 가운데 유일하게 예선을 통해 결선에 진출(11위)한 멀리뛰기 김덕현(멀리뛰기)은 세단뛰기 예선서 부상해 결선에 출전하지도 못했다.

    노메달 개최국은 1995년 예테보리 대회를 개최한 스웨덴과 2001년 에드먼턴 대회의 캐나다에 이어 역대 세 번째.

    한국 육상은 2009년 오동진 대한육상경기연맹회장이 새로 취임한 이후 한단계 도약을 꿈꿨다.

    외국인 코치를 데려오고 해외 전지훈련을 보내는 등 집중적인 투자로 육상 체질 개선에 힘썼다. 지난해 31년 만에 남자 100m 한국기록을 깨고,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4개를 수확하는 등의 결실을 맺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안방에서 치러진 세계선수권에서는 허무하게 무너지면서 내년 런던올림픽을 대비한 근본적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차기 세계육상선수권 대회는 2년뒤인 2013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