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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方(전방)을 돌면서
노무현은 틀렸다.
金成昱
1.
기자는 전방의 군부대 몇 곳을 돌고 있다.
지난 수년 간 군부대 강연을 하면서 수천 명의 장교와 수만 명의 군인을 만났다. 개 중엔 “6·15선언을 실천해야 한다”고 우기는 소령, “북한을 도와야 평화가 온다”는 중령, 친북세력 비판을 “왜 우리 진보세력을 욕하냐”고 따지는 대령, “이념얘기를 군(軍)에서 해봐야 소용없다”며 비아냥대는 장군도 있었다.
군인정신(軍人精神)이 빠지고 魂(혼)이 없는 이들, 조국을 지키는 게 아니라 군복 걸친 회사원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얼마나 될까? 적어도 내가 만난 장교단 중에는 5% 미만일 것이다. 절대다수 한국의 職業軍人(직업군인)은 세상과 격리된 군부대 안에서 헌법을 경전 삼아 애국을 수양하는 산 속의 도인(道人)들 같았다. 다른 어떤 집단보다 순박하고 충성스러웠다.
천안함·연평도는 눌렸던 이들도 깨웠다. 전방에는 북한의 정권과 주민을 구분한 主敵觀(주적관)이 분명해졌다. “北進統一(북진통일)” “滅北統一(멸북통일)” 같은 간판이 세워지고 화장실에 “세습독재 도려내어 북한동포 구해내자” “김부자를 처단하여 3대세습 종결짓자”는 스티커를 붙이는 부대도 있었다.
어제 방문한 OOOO부대는 사령관 지시에 따라 인터넷에 있는 기자의 동영상 강연을 수차례 全장병에게 시청케 한 곳이다. 동영상 강연을 들은 병사들 중에는 종북세력 실체를 알게 된 뒤 “2008년 촛불난동 집회에 참가한 것을 후회한다”는 이들이 많았다. 짤막한 소감은 역시 캠코더로 촬영돼 기자도 볼 수 있었다. 기자는 변화된 그들의 소감을 들으며 감동을 받았다.
OOOO부대 사령관은 “우리 부대는 훈련이 고돼서 이래저래 사고가 많은 곳으로 불렸지만 지난 1년 정신교육을 강화하면서 사고가 거의 사라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군대에 억지로 끌려온 게 아니라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데 힘을 쏟았습니다. 대한민국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지켜졌으며, 우리는 이 위대한 조국을 지키는 사람들이고 결국 북한의 동포를 해방하고 통일하는 역사적 사명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 것이죠. 병사들의 정신은 변화되었고 사고는 현저히 줄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결국 정신이었습니다”
2.
2차 대전을 다룬 미국의 인기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Band of Brothers)’의 주인공들은 동료가 죽어가는 참혹한 戰場(전장)에서 ‘왜 싸워야 하는가?’하고 懷疑(회의)한다.
시리즈 끝 무렵 독일로 진주한 그들은 해답을 찾는다. 수수깡처럼 말라 죽어가는, 또 죽어있는 수많은 유태인을 발견한 것이다. 유태인수용소를 해체하는 병사들을 배경으로 실루엣 같은 제목이 스쳐간다. “Why We Fight”
20대는 원래 막연한 것이다. 빈약한 기회, 부족한 일자리는 그들의 불안을 더욱 키운다. 군대에 와 잠시간 유예를 갖지만 여전히 앞날은 불투명하다. 어제도 그랬다. 기자는 아프고 힘들고 어려운 그들을 위로하며 한편으론 절대적 고통 속에 살아가는 북한을 말했다. 정치범수용소 그림을 띄운 뒤 同族(동족)의 절규를 전했다. 수백 명 병사 중 단 한명의 조는 사람, 의심의 눈빛도 찾을 수 없었다.
북한 정치범수용소를 해체하고, 죽어가는 동포들을 구해낼 때 그들도 해답을 얻게 될 것이다. Why We Fight. 왜 우리가 싸워왔냐고. 수백 개 수용소 시설에 갇혀서 죽어간 그리고 죽어갈 순이, 영희, 철수들에게 그들의 영혼은 외쳤을 것이다. “반드시 구해낸다. 살아만 있어다오”
3.
기자는 지금 강원도 복주산 계곡에 앉아 이 글을 쓴다. 글을 쓰는 동안 기자의 강연을 듣고 자신이 다니는 교회의 또 다른 청년을 깨우러 나섰던 20대로부터 문자가 왔다. “청년들이 진실을 깨닫고 북한을 진심으로 품게 됐으니 함께 자유를 향해 외치자”는 내용이었다.
이 땅에 어둠이 짙지만 새벽이 올 것을 믿는다. 노무현의 조롱처럼 군대는 “썩는 곳”이 아니라 ‘청년이 조국을 깨닫는 곳’이며 또 다른 김성욱이 이 땅을 깨우는 탓이다. 우리가 진실에 서 있고 정의와 함께 하기 때문이다. 강력한 부흥은 최악의 어둠 속에서 일어난다. 모든 힘이 빠진 뒤 새로운 힘이 솟구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