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2008년과는 성격 판이..원인 '톱다운'등 3가지 차이""과거처럼 정부 주도 해결 안먹혀..재정-노동 개혁 선행 필요"
  •  유로 채무 위기 심화에 미국의 신용 등급이 강등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겹치면서 전세계가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크게 요동치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심각한 유동성 이탈 조짐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시장이 '질서있는 공포감'에 빠졌다고 블룸버그가 분석했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9일 '지금의 위기가 지난 2008년과는 다르다'면서 당시와는 달리 결코 유동성 부족이 아닌 신뢰 상실이 주요 원인임을 강조했다.

    뉴욕 소재 인스티넷 그룹의 미 세일즈 트레이딩 책임자 마크 터너는 8일 블룸버그에 "증시 하강이 뭐랄까 질서있게 이뤄져왔다"면서 "현재 여하한의 유동성 문제도 제기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처럼 "프로그램 트레이딩이 부각되거나 청약 부족으로 시장이 와해되는 일이 지금은 되풀이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뉴욕 소재 증권회사 콘버그엑스 그룹의 글로벌 전자거래 책임자 조지프 캔저미도 "유동성과 거래량을 감안할 때 시장 구조가 거래를 잘 이루고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불확실성 속에서 이것이 시장과 시스템에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는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경기 불확실성에서 직접 초래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샌프란시스코 소재 BTIG의 브렛 모크 대표는 블룸버그에 "투매가 있지만 지난 2008년에 비해 훨씬 질서있게 이뤄져왔다"면서 "공포감에서 초래되고는 있지만 혼란스런 투매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가 위험 부분을 떼어내면서 전세계 시장에서 가격 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국면"이라고 덧붙였다.

    저널은 지금의 위기와 지난 2008년 사태가 근본적으로 세가지 측면에서 다르다면서 첫째는 지난번 위기가 과다한 낙관에 기반한 과열로 인해 밑에서부터 올라온(bottom-up) 것인데 반해 지금은 정책 당국으로부터 비롯된 하향(top-down) 성격이 강하다는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두번째 차이는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으로 2008년 위기는 금융사와 가계에 대한 싼 여신으로 거품이 폭발해 생긴 것인데 반해 지금은 반대 상황에서 소비와 기업 투자가 위축된 것이 다르다고 저널은 지적했다.

    마지막은 앞서의 두가지 변수가 복합돼 나타나는 차이로 2008년의 경우 저금리와 금융 구제 및 공적자금 투입 등으로 정부 부양이 가능했던데 반해 지금은 그런 방법이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저널은 강조했다.

    왜나하면 기업이 불투명한 경기 상황 등 때문에 기록적인 현금을 쌓아놓고 있으며 레버리지도 과다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실질적인 문제는 금융시장의 신뢰가 저하됐다는 것으로 이 때문에 정부의 경기부양 노력도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저널은 지적했다.

    따라서 지금의 위기를 해결하기위해 과거 방식을 동원하는 것이 먹혀들지 않는다고 저널은 강조했다.

    저널은 돈을 더 찍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면서 한 예로 뱅크 오브 뉴욕이 주제할 수 없을 정도로 현금이 많이 예치되자 지난주 5천만달러가 넘는 예치에 대해 수수료까지 부과하는 극히 이례적인 조치를 취한 점을 상기시켰다.

    저널은 지금은 2008년과는 달리 정부 돈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미국과 유럽 정부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재정과 노동 개혁을 통해 가라앉은 투자 수요를 되살려 시장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권고했다.

    한편 블룸버그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미국의 신용 등급을 떨어뜨린 것이 계속 논란을 빚고 있지만 S&P가 손댄 것은 장기채권 등급(국가 등급)이라면서 머니마켓과 직결돼있는 단기채권 등급은 최고 수준인 A-1+가 유지된 점이 간과돼서는 안된다고 8일 지적했다.

    UBS의 싱가포르 소재 수석 통화 전략가 만수르 모히-우딘은 블룸버그에 기업과 은행들이 머니마켓에서 단기 자금을 주로 조달해온 점을 상기시키면서 따라서 단기 등급이 유지됨으로써 머니마켓 차입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보뱅크의 미국 담당 시니어 전략가 필립 마레이도 8일 고객 보고서에서 미국의 국가 등급 강등이 "머니마켓에 주는 영향이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노무라 홀딩스의 금리전략 책임자 게오르기 콘클라베스도 블룸버그에 S&P가 미국의 장기 등급을 강등한 것이 "체질을 개선하라는 상징적 경고 의미가 훨씬 크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S&P가 반면 단기 등급은 유지함으로써 `미국의 단기 차입은 문제없다'는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머니마켓에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도 8일 미 등급 강등으로 금융시장의 관심이 연간 2조7천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머니마켓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