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은 골육상쟁의 비극인 6·25전쟁의 `잠시 멈춤(휴전)'을 끌어낸 정전협정 체결 58주년을 맞은 27일 경축 분위기를 띄웠다.

    조선중앙방송은 이날 정전협정 체결에 관한 기사를 내보내며 "오늘은 우리 군대와 인민이 미제와의 가열처절한 3년간의 전쟁에서 영웅조선의 기상과 위용을 남김없이 떨치고 빛나는 승리를 이룩한 때부터 58돌이 되는 전승기념일"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1973년 7월27일 정전협정 체결 20주년을 맞아 `조국해방전쟁 승리기념일'로 정하고 매년 경축행사를 하고 있다. 1996년부터는 이날을 아예 국가적 명절로 지정했다.

    올해도 정전협정 체결 이틀을 앞둔 지난 25일 농업근로자들의 전승음악회, 조선직업총동맹 중앙노동자 예술선전대 공연, 공화국 영웅들과 조선민주여성동맹원들의 모임 등의 다양한 행사를 곳곳에서 진행하는 등 경축 분위기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북한이 실제로는 승리했다고 보기 어려운 6·25전쟁의 정전협정 체결일을 `전승기념일'로 선전하는 것은 특유의 군중시 정책인 `선군정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북한이 `혁명의 주력군'으로 강조하는 군대의 사기를 북돋고 체제결속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북한은 올해도 선군정치의 중요성을 대대적으로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리영호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은 26일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조국해방전쟁승리 58돌 경축 중앙보고대회'에서 "선군의 기치높이 우리 혁명의 군사적 진지를 철통같이 다져놓으신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불멸의 업적은 선군조선의 영광스러운 역사와 길이 빛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가 노동신문 기사를 인용해 "선군시대와 더불어 온 사회에 인민군 군인들을 친혈육처럼 사랑하고 물심양면으로 성의껏 원호하기 위한 원군열풍이 세차게 휘몰아치고 있다"고 강조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북한은 전승기념일이 되면 어김없이 6·25전쟁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며 미국과 남한을 거친 표현으로 비난한다.

    리영호 참모장은 올해 중앙보고대회에서 "평화와 통일을 위한 우리의 성의있는 노력을 외면하고 반공화국 대결소동에 광분해온 리명박 역적패당은 우리의 최고 존엄을 모독하고 우리의 체제와 군대를 악랄하게 헐뜯는 천추의 용납못할 반민족적, 반통일적 망동을 연이어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다만 북한은 최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6자회담 협의를 위한 북미 접촉을 앞둔 상황을 감안한 듯 작년과 달리 `핵억제력 강화' 등의 표현은 쓰지 않는 등 미국에 대한 자극을 자제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