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전쟁이 일어난 지 올해로 150년이 흘렀다. 미국 전역에서는 요즘 각종 기념행사가 한창이다.

    워싱턴 D.C.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버지니아주 북부 매너서스에서는 지난 21일부터 대규모 전투재연 행사를 비롯한 각종 기념행사가 나흘간 열리고 있다.

    매너서스(Manassas)는 남북전쟁 개시 이후 남군과 북군이 제대로 맞서 싸운 최초의 전투현장이다.

    남북전쟁은 노예반대론자인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당선에 반발한 남부 7개 주가 연방을 탈퇴해 남부연합으로 분리독립을 선언한 뒤 구성한 남군이 1861년 4월12일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찰스턴항의 북군 기지인 `포트 섬터(Fort Sumter)'를 포격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같은 해 7월16일, 전열을 정비한 북군이 어빈 맥도웰 장군의 지휘 아래 3만5천명의 병력을 동원해 남군의 거점 버지니아주 리처먼드 점령 작전에 나서면서 전쟁은 본격적으로 확대됐다.

    수도 워싱턴 D.C.에서 출발한 북군은 7월21일 매너서스에서 피에르 보우리가드 장군 및 조지프 존스턴 장군이 이끄는 남부연합군 3만2천명이 부딪쳤다. 결과는 예상치 못했던 북군의 대참패로 끝났다.

    62만명의 숨진 남북전쟁의 본격적인 전투의 시작이었다. 62만명이라는 숫자는 당시 미국 전체 인구의 2%가량이다. 오늘날로 따지면 600만명 가량이 숨진 것이라고 미국 역사학자들은 얘기한다.

    남군은 이 첫 전투를 매너서스 전투라고 부르지만 북군은 불런(Bull Run) 전투라고 부른다.

    동부지역을 강타한 불볕더위로 섭씨 40도에 육박할 정도로 뜨거운 날씨 속에서 23일 이 첫 전투현장 주변에서는 대규모 전투재연 행사가 열렸다.

    재연 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겠다고 신청한 사람(reenactor)만 8천700여명에 달했다. 북군과 남군의 옛 군복을 입고, 머스킷 장총을 어깨에 걸거나 옛 대포를 밀면서 이들은 2시간에 걸쳐 옛 전투장면을 하나씩 재연하며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였다. 400필이 넘는 말들도 등장했고, 총과 포에서는 공포탄이 발사됐다.

    무엇 때문에 이 무더위에 이런 행사에 참여할까. 지난 21일 현장에서 기자와 만난 전투재연 요원인 조지 앨콕스(58)씨는 오하이오주에서 왔다고 했다.

    그는 "역사를 즐기고 역사를 가르치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행사에 참여했다"면서 "사람들에게 역사에 대해, 또 무엇이 일어났는지를 가르쳐 주고, 아이들이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고 말했다.

    4년간의 남북전쟁 이후 미국은 다시 통합됐다. 미 합중국(United States of America)은 복수로 취급됐지만, 전쟁 이후에는 단수(is)로 취급됐다. 미국인에게 아픈 상처이긴 했지만, 남북전쟁은 대통합의 계기가 됐다.

    하지만, 정치적인 측면에서 당시 남군과 북군의 중추세력 지역들은 여전히 나누어져 있는 것도 현실이다.

    미국 지도를 놓고 당시 남부연합군에 참여했던 11개 주(州)와 그 외의 북군 지역이었던 동북부 지역 및 서부지역 주들의 대선투표 결과를 분석해 보면, 남군 지역은 레드 스테이트(공화당 지지지역), 북군 지역은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지지지역)로 뚜렷이 구분됨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008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이 당시 남군지역이었던 플로리다와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승리하는 등 접경 지역이나 일부 지역에서 이탈현상도 생기고 있지만 큰 틀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 뉴아메리카재단(NAF)의 공동설립자인 마이클 린드는 이 같은 점을 지적하면서 "남북전쟁이 어떤 측면에서는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CNN 방송이 지난 4월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전쟁 발발 원인 등 남북전쟁과 관련된 질문에 인종, 정치, 지정학적 요소에 따라 의견이 갈리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매너서스 전투 150주년을 맞아 현장을 찾은 버지니아주에 사는 데이브 리처드(58) 씨는 `미국이 여전히 분리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여전히 그런 느낌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일부 수긍했다.

    그는 기자에게 "미국에서 인종차별주의는 여전히 있다"면서 "우리가 이를 어떻게 없애야 하느냐. 사람들을 교육하고, 이런 현장들에 데리고 와서 어린이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고, 더 나은 미국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것으로 그런 게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할아버지와 함께 매너서스 유적지를 방문한 초등학교 6학년생인 제이콥 크리스천(12) 군은 "대부분의 아이가 학교나 역사책들을 통해 남북전쟁 등을 배우지만,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이곳에 왔다"면서 "그것이 나에게 기초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