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 청소년 여름캠프, 정부청사 노려 30대 용의자 체포..범행동기는 불명현지 한국대사관 "교민 피해 소식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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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가장 평화적인 나라로 여겨지는 노르웨이에서 집권 노동당 청소년캠프 행사장과 총리집무실 등이 있는 정부청사를 노린 연쇄 테러가 발생해 최소 91명이 사망했다.
22일(현지시각) 오후 5시30분께 수도 오슬로에서 30여㎞ 떨어진 우토야섬에서 발생한 집권 노동당 청소년 캠프 행사장 테러로 최소 84명이 숨졌고 이보다 2시간여 전에 오슬로의 총리집무실 등이 있는 정부청사 부근에서 폭탄이 터져 7명이 숨졌다. 경찰은 두 테러사건이 연관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노르웨이 경찰은 23일 기자회견에서 우토야섬 청소년 캠프 행사장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의 사망자가 앞서 발표한 80명에서 84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외스테인 맬란드 경찰청장은 이날 새벽 연 기자회견에서 사망자수를 "최소 80명"이라고 발표했었다. 맬란드 경찰청장은 중상을 입은 사람들도 있다고 밝혔지만 정확한 부상자 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사고 현장을 수색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사망자 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엿다.
사망자들은 대부분 13~18세의 청소년들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한편 노르웨이 경찰은 정부청사 부근에서 발생한 폭탄테러의 사망자는 최소 7명이라고 말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총리는 이날 출근하지 않고 재택 근무 중이어서 다치지 않았다.
경찰은 우토야섬 캠프장 현장에서 용의자를 체포했으며 이 용의자가 두 사건 모두에 연루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현지 공영방송 NRK는 체포된 남성은 노르웨이 태생 32세의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비크'로 경찰이 전날 밤 오슬로에 있는 그의 집을 수색했다고 보도했다.
캠프장 총격사건은 노동당 청년조직 주관으로 560여명이 참여한 여름 캠프에서 일어났다. 스톨텐베르크 총리는 이 행사에서 연설할 예정이었다.
목격자 엘리스(15) 양은 "총성을 듣고 건물을 나와보니 경찰관 한 명이 있어 안심했는데 그가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녀는 "그가 먼저 섬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총을 쐈고 나중에는 (총격을 피해) 물로 뛰어든 사람들을 향해 쐈다"고 말했다.
정확한 범행 동기와 단독 범행인지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노르웨이 경찰 대변인 로저 안드레센은 이날 기자들에게 용의자가 인터넷사이트에 올린 글들에 따르면 그는 노르웨이인이며 "기독교 근본주의자"라고 말했다.
그의 정치적 성향은 "우익"에 기울어져 있다고 안드레센은 덧붙였다.
앞서 스에니눙 스폰헤임 경찰서장은 NRK 방송에 용의자가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글들은 "그가 극우, 반(反) 이슬람 시각의 정치적 성향이 다소간 있었음을 보여준다"면서도 "이게 범행 동기의 배후에 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TV2는 체포된 용의자가 극우주의 세력과 연루돼 있으며 자신의 이름으로 등록된 무기가 2점 있다고 보도했다.
다른 현지 언론매체들은 그가 `페이스북'에 자신을 "보수주의자" "기독교신자"로 묘사했으며 사냥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같은 컴퓨터게임에 관심 있다고 소개했다고 전했다.
익명의 한 경찰관은 AP 통신에 용의자가 두 사건을 단독으로 저지른 것 같다며 "국제 테러조직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슬람 테러라기보다는 미친 사람이 저지른 사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톨텐베르그 총리는 "이번 사건이 유럽에서 가장 평화적인 나라를 위협하지 못할 것"이라며 "노르웨이의 민주주의와 국민을 망가뜨리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만간 이번 테러의 배후가 누구인지, 그 배후가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 지켜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93년 체결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오슬로 협약 등 각종 평화협약을 중재하면서 국제 평화의 상징국이 됐던 노르웨이는 아프가니스탄에 약 500명의 병력을 파견했지만,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공격을 받았던 적은 없었다.
이번 연쇄테러는 지난 2004년 191명이 사망한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테러 사건 이후 서유럽에서 일어난 최악의 참사다.
한편 주노르웨이 한국대사관 이창규 영사는 연합뉴스에 "한인회 등을 통해 알아 본 결과 우리 교민이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은 다행히 아직 없다"고 밝혔다.
이 영사는 "노르웨이 국민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당혹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