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관 국정토론회서 공직자 비리와 부처 이기주의 질타"그냥 온통 나라 전체가 비리투성이 같다" 탄식"정권 초기 취임한 장관처럼 열정, 희망갖고 일해달라"
  • ▲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장-차관 국정토론회에서 고위공직자들의 정신 재무장을 강조하고 있다.ⓒ청와대
    ▲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장-차관 국정토론회에서 고위공직자들의 정신 재무장을 강조하고 있다.ⓒ청와대

    “보따리는 하루 전날 싸면 된다. 1,2년 전에 보따리 사면 되겠느냐. 보따리 싸자는 정신으로는 안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장-차관과 청장, 청와대 수석 및 기획관 등 고위공직자 88명을 앉혀 놓고 정신 재무장을 강조했다.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이날 오후 3시 시작된 장-차관 국정 토론장이었다.

    29분에 걸친 이 대통령의 어조에는 격정이 묻어났다.

    정권 초기에 취임한 장관처럼 열정, 희망을 가지고 일해 달라는 것이 요지다. 1년8개월 남았다고 생각지 말라고 했다. 정신만은 새로운 것 한다는 마음으로 해달라고 했다.

    그러다 보따리는 하루 전날, 물러나는 하루 전날 싸라는 것이다. 평소에 맨날 떠날 준비하면 무슨 일이 되겠느냐는 게 이 대통령의 지적이다.

    특히 공직자들의 비리에 보통 기분이 상한 것이 아닌 듯하다. 이 대통령은 29분에 걸친 모두발언의 대부분을 관행화된 공직자들의 비리에 할애했다. 국민 생각 않는 공직자들의 제 밥그릇 찾기 행태도 이 대통령의 도마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도대체 나라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냥 온통 나라 전체가 비리투성이 같다”고 말했다. “오늘 당면한 혼란스런 일을 보면 아주 국민들이 당혹스럽고 걱정을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공무원들이 연찬회 가서 업자들의 뒷바라지 받던 일은 관습적으로 돼 왔다고 밝혔다. “나도 민간에 있었기 때문에 잘 안다. 을의 입장에서 뒷바라지 해 준 일이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기성세대는 관행처럼 돼 왔던 거지만 젊은 세대들은 그런 것을 이상하게 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는 더 이상 관행으로 저질러지는 비리가 용납되는 시대가 아니라는 비유다.

    공무원의 군림하는 태도는 두 가지 사례를 들어 지적했다. 먼저 교육과학기술부 공무원들이 과장만 되면 대학 총장들을 오라 가라 한다고 했다. 또 공기업에 민간 CEO들을 앉히면 단임하고 다들 떠나려 한다는 점을 들었다. 주무 부처 공무원들에게 시달리고 국회에서 사람 대접 못 받기 때문이란다.

    공직자 출신이 공기업 대표로 왔을 때 달라지는 공무원들의 태도도 꼬집었다. 주무 부처 공무원의 태도가 달라져 잘해 준다는 것이다. 공직자 출신 공기업 대표도 국회에서 단련돼 “네네”하고 국회에서 적당히 시간만 보내고 돌아와선 연임하려고 로비 한다고 말했다. 그런 공기업 대표가 들으면 비수로 꽂힐 말이다.  

    부처 이기주의의 대표적 사례로는 검찰과 경찰의 밥그릇 싸움을 들었다. 이 대통령은 “검찰과 경찰 싸우는 거 보니 한심해”라고 직설적으로 나무랐다. “공정사회를 만들어 나가는데 검찰과 경찰이 법 질서의 중심인데, 뭐라고 해요, 밥그릇 싸움이라고, 그런 거 한다”고 질타했다.

    장관끼리 마주 앉아 합의하면 금방 될 일이 밑에 맡겨 1~3년 걸리도록 한다고도 했다. 부처 내에서 힘없는 장관 소리 들을 까봐 내버려 둔다는 것이다. “이런 공직자들의 일하는 자세는 과거 3金(김) 시대 행태 아래서 일하는 걸 쭉 이어오는 것”이라는 게 이 대통령의 진단이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공직자는 누구에게도 핑계를 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공직자의 책임이 막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값 등록금에 대한 교과부 장관의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반값(등록금)이 안된다고 알면 이 기회에 새로운 대학의 질서를 다시 만들라”는 것이다. “대학이 얼마나 안일하게 해 왔느냐. 대학교수들도 새로운 자세로 해야 할 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말도 곁들였다.

    서민경제 대책에 대해서는 미국을 예로 들며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다. “서민경제에 대해 하늘을 찌르듯 불만이 많다. 서민 잘 살펴 일자리 하면 세계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중산층 정책이 없는 점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다시 한번 공직자 비리 척결에 대해 역설했다. “이번 기회에 관행적 부정과 비리를 청산하는 계기를 제도적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건 사정과 관계없고 사정과 다르다”고 말했다. “사회를 새로운 기준으로 올려 놓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나는 1년8개월 남은 임기 중이라고, 임기 초란 기분으로 일한다”고 밝혔다. 고위공직자들도 “그렇게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