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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초중학교 중 학생안전을 위해 청원경찰이 배치된 학교는 몇 곳이나 될까?
정답은 ‘없다’ 이다. 교과부가 작년 6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김수철 사건’을 예방하겠다며 의욕적으로 추진한 ‘학생안전강화학교’ 사업이 겉돌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박보환 의원이 교과부로부터 제출받은 '학생안전강화학교 청원경찰 배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청원경찰이 배치된 학교는 ‘0’곳이다.
김수철 발생 직후인 작년 7월, 교과부는 인적이 드물거나 치안상태가 열악한 전국 1,000곳의 초중학교에 청원경찰 등 전문경비인력과 진출입로 무인보안시스템을 설치하겠다는 ‘학생안전강화학교’ 사업을 발표했다. 당시 교과부는 늦어도 연말까지는 소요예산(학교 당 4천6백여만원)을 해당 학교에 배정해 사업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학생안전강화학교는 올해 추가 지정된 600곳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모두 1,600곳에 이른다.
그러나 1년이 다 되 가도록 전국 초중학교에 배치된 청원경찰은 없다.
김수철 사건과 같은 일이 발생할 경우 위기상황에서 학생을 보호해야 할 업무는 전문경비 대신 평균 연령이 50대 후반인 학교보안관이나 학부모 자원봉사자들이 맡고 있다.
학교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민간경비업체는 진출입로 보안시스템에서 이상신호가 발생하는 경우가 아니면 하루 한 두 차례 학교 주위를 순찰하는 것이 고작이다.
결국 학생안전은 여전히 은퇴한 전직경찰관이나 학부모 등 자원봉사자에게 맡겨져 있는 셈이다.
가장 큰 이유는 ‘돈’과 교육당국의 준비소홀에 있다.
‘학생안전강화학교’는 발표직후부터 혼선을 빚었다. 시도교육청과의 사전협의 없이 교과부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발표하면서, 시도교육청은 “교과부가 언론플레이를 했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특히 예산과 관련한 불만이 컸다. 교과부는 소요예산 중 진출입로 무인보안시스템 설치비용 275억원(학교당 2천7백50만원)만을 지원하고 청원경찰 등 경비인력 배치예산 195억원(학교 당 1천9백50여만원)은 각 시도교육청이 자체적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시도교육청이 예산마련에 난색을 표한 것이다.
이미 예산이 확정된 마당에 학교 당 약 2천만원에 이르는 추가비용을 마련키 어렵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결국 각 시도교육청이 자체 예비비로 경비인력 예산을 긴급히 마련했으나 월 평균 약 150만원 수준의 예산으로는 청원경찰을 채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청원경찰의 월 평균 급여는 2백~2백5십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가스총 등 무장을 소지하고 전문적인 수련과정을 거친 청원경찰을 채용하기 위해서는 연 2천5백만원~3천만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결국 일선 학교들은 청원경찰에 비해 인건비가 적게 드는 학교보안관이나 배움터지킴이 등을 경비인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보안관이나 배움터지킴이 등은 전문 경비인력이 아니다. 퇴직 경찰 출신이 다수를 차지한다고 하지만 이들의 평균 연령은 50대 후반이다. 자원봉사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책임소재도 불분명하다.
학교마다 배치돼 있는 공익근무요원을 경비인력으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학교마다 적어도 1명 이상의 청원경찰을 채용 할 수 있는 예산을 마련하는 것이다.
사업이 겉돌면서 교과부가 발표만 하고 정작 사업 운영에는 관심이 없다는 비난이 거세다.
교과부 못지않게 시도교육청의 무사안일함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다. 학교보안관이나 배움터지킴이를 배치하는데 드는 비용의 두 배면 청원경찰을 채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지만 있으면 못 할 사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연봉 2천5백만원의 청원경찰을 1,600개 학교에 한 명씩 배치하는데 드는 소요예산은 약 400억원이다. 지원 대상 학교가 가장 많은 경기도의 경우 소요예산은 약 60억원 가량이다. 이미 책정된 학교보안관이나 배움터지킴이 예산을 고려할 때 추가로 30억원 정도만 더 있으면 학생들의 안전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학생인권조례 제정보다 학생안전강화가 더 시급하다는 의견도 있다. 무상급식에 쏟는 관심을 조금만 돌려도 학교가 훨씬 더 안전해 질 것이란 학부모단체의 목소리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