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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만 대학생이 매년 내는 등록금은 약 15조 원이다.
산술계산만 해도 한 사람이 연간 450만 원을 부담한다.
국립대와 사립대 간의 등록금 격차가 두 배 이상임을 생각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내는 돈은 연 800만 원 이상이다.그런데 대학들은 ‘돈이 없다’고 ‘징징’거린다. 그러면서 정부와 기업에 손을 벌린다.
기성세대는 모르는 등록금의 현실
지금 등록금 문제를 다루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적이 실망스럽다.
여당은 원내대표가 ‘반값 등록금’ 이야기를 꺼냈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
야당은 기회다 싶었는지 대학생들을 부추겨 시위현장으로 내몰고 있다.
좌파 단체와 극렬 시위자들은 이때다 싶은 듯, ‘반값 등록금 시위’ 학생들 뒤에 모여 경찰과의 충돌을 부추기고 있다.
좌파 진영은 ‘MB는 반값 등록금 공약 지키라’며 모든 책임을 현 정권에게 떠넘기에 신이 난 모습이다.
우파 진영은 ‘좌파극렬세력이 또 순진한 학생 꼬드긴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각 진영과 세력이 자신들의 목적과 이익을 위해 ‘반값 등록금’을 놓고 가타부타하는 지금 이 시간에도 기말시험을 마친 학생들은 등록금 마련으로 고민한다. 아니 ‘목숨’을 건다.
편의점, 카페, 백화점, 식당 등에서 일하는 건 양반축에 속한다. 에어컨 설치와 이삿짐센터 짐나르기 등의 중노동에서, 신약 임상실험, 담배-술을 포함한 신제품 시험사용에 이르기까지 온갖 아르바이트에 도전한다.건설현장이나 공장의 막노동은 어떤가?
그곳은 지난 정권 때부터 내세운 ‘다문화 정책’으로 이미 조선족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점령해버렸다. 외국인들의 조직적인 담합에 대학생은커녕 일반 노동자들도 일자리를 구하지못하고 있다.일부 학생들은 남녀 구분 없이 ‘목돈’을 마련하려 유흥업소에 발을 디디고 있다.
그러나 영영 빠져나오지 못하기도 한다. 자청해서 ‘돈 많은 중년 남녀들의 성적 노리개’가 되는 학생들까지 있다.이런 현실이니 소수의 여유 있는 집안 학생 말고는 대학 졸업 자체가 ‘인생의 목표’처럼 보인다.
공부 욕심 많은 학생은 입학 때부터 장학금을 노린다. 하지만 사립대에서 장학금 혜택은 상위 10% 미만에게만 주어진다. 보통의 공부실력으로 장학금은 꿈도 꾸기 어렵다.
결국 학자금 대출을 선택하게 된다. 졸업 후 첫 월급을 받을 때부터 대출금을 갚느라 허리가 휜다. 더 많은 공부를 위해 대학원 진학을 하고 싶지만, 그건 ‘꿈’일 뿐이다.이런 학생들에게 ‘미래’를 이야기하면, 돌아오는 것은 코웃음이다. ‘현재’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미래’를 내다보겠냐는 얘기다.
대학생, 기업 기부금, 정부 지원은 대학의 생존 도구
기성세대들은 이런 이야기가 믿기지 않을 것이다. ‘극소수의 이야기’라거나 ‘노력하지 않아 성적이 나쁜 애들이 그런 말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은 1995년 이후의 현실이다. 누구나 대학생이 될 수 있었고, 아무나 대학교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 그 무렵 시작됐기 때문이다.1980년대 우리나라에 4년제 대학이 80개가 채 되지 않았을 때 사립대 등록금은 한 학기에 30~80만 원 사이였다.
1980년대 대학 등록금 인상률은 연 평균 6% 내외. 1981년 졸업정원제를 실시하면서 24% 오른 해를 제외한 수치다.
1985년까지만 해도 전국에 4년제 대학 수가 80개 남짓이었고 대학생 수 또한 2년제 대학을 다 합쳐도 130만 명가량이어서 ‘소수’의 문제로 치부됐다.
게다가 당시 정부는 등록금 인상이 물가상승에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해 대학 당국을 압박했다.1989년 노태우 정부의 사립대 등록금 자율화 조치가 발표됐다. 대학들은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등록금을 인상하기 시작했다. 전년 대비 평균 10% 이상의 인상률을 보였다.
1995년 YS정부는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마음대로 대학을 설립할 수 있게 했다. 그러자 대학 수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1997년 11월 외환위기가 터진 뒤 주춤하던 대학과 대학생 수 증가세는 곧 회복됐다.
1998년 김대중 정부는 전문대도 ‘대학’ 명칭을 쓸 수 있게 했다. 정권 말기인 2002년에는 국․공립대 등록금까지도 대학 자율에 맡겼다.
국․공립대의 등록금 인상 빗장이 열리자, 사립대들은 등록금 인상 고속도로를 질주했다.이 과정에서 2000년엔 대학생 수가 282만9,000명, 대학 수는 4년제 대학만 190개가 됐다.
2002년에는 대학생 수가 300만 명을 돌파했다.
2005년에는 사이버대학, 특수목적대학 등을 합해 대학 수가 430개를 넘었다. 2010년에는 4년제 대학만 200개, 학생이 255만 명을 넘었다.
대학 진학률은 80%를 넘기게 됐다.
가히 폭풍적 성장이었다.대학과 대학생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문제가 터져 나왔다.
대학 지원자보다 대학 입학정원이 더 많아졌고, 지원자들이 ‘가고 싶은 학교’로 몰리는 ‘당연한 현상’ 때문에 지방을 시작으로 신입생이 부족한 학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입(등록금)이 줄어든 대학 측은 부족분을 등록금을 올려 충당했다.‘BK21’ 등 각종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정부 지원금을 받아내는 데에도 주력했다.
이것만으로는 모자라 다른 ‘돈벌이’에도 나섰다. 대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새 건물을 짓고 기자재를 구입했다.
그래도 모자라는 돈은 정부 지원금으로 채웠다. 재단 기금은 ‘홍보용’이었다.결국 자녀들을 대학에 보낸 서민들, 특히 지방대 학생들부터 피가 마르기 시작했다.
등록금을 대기 위해 학생들이 온갖 일을 하기 시작하는 현상은 2000년 초반 지방에서 이미 나타났다.
2009년에는 이런 일이 서울의 상위권 대학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등록금, 돈의 문제인가 시스템의 문제인가
정부의 교육예산도 급격히 늘었다. 하지만 대학의 ‘배’를 채워주지 못했다.
1990년대 초반 공산주의가 무너진 뒤 대학가 운동권들은 새로운 이슈로 ‘등록금’을 내세웠다.
당시 한총련의 구호는 ‘GDP 6%를 교육예산에 투자하면 모든 학생들에게 무상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지금 정부의 연간 교육 예산은 교육과학기술부만 41조2,000억 원. GDP와 대비해 4% 수준이다.당시 운동권들 생각대로라면 최소한 ‘반값’이 아니라 ‘200만 원 등록금’이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세 배 등록금’이다.
왜 그럴까.
정부는 국-공립대는 물론 사립대에도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사립대 운영을 위해 지원하는 돈만 연간 5조 원 대다. 이 중 상위 10개 대학이 받아가는 돈이 2조2,000억 원이 넘는다. 여기에는 대기업이 재단을 보유한 대학들도 포함돼 있다.이들 대학에 ‘돈이 없어서’ 정부가 지원하는 걸까. 오히려 반대다.
사립대학들의 재단기금 규모는 10조 원을 넘는다. 일부 대학은 1조 원이 넘는 돈을 기금으로 쌓아놓고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립대들은 학교 운영비의 50~75% 가량을 등록금에 의존한다.
동문이나 기업들이 기부한 돈은 재단기금으로 쌓아놓고 부동산,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하고 있다. 겨우 연 1% 남짓의 수익을 내면서.대학 교수와 교직원의 급여나 복지는 ‘신도 상상 못한 수준’이다.
일부 사립대 교수의 연봉은 1억6,000만 원, 교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1,000만 원에 달한다. 물론 이들은 ‘스타 교수’도, ‘펀드매니저 교직원’도 아니다.여기다 전기요금, 수도요금 등도 산업용 수준의 ‘혜택’을 본다.
사립대 직원들은 국민연금이 아닌 사학연금에 가입돼 오래 근속할 경우 훨씬 더 많은 연금을 받게 된다.이렇게 전반적인 ‘살림살이’가 좋은 편인데도 대학들은 ‘학교에 돈이 없어 등록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학교 지원금(고등교육 교부금)을 더 줘야 한다’고 죽는 소리를 한다.
지난 9일에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초청으로 국회에 모인 12명의 사립대 총장들은 ‘세제 혜택과 정부 지원을 늘려주면 연간 10% 정도씩 차근차근 낮춰가겠다’며 등록금 인하 문제에 강하게 반발했다.
사립대들은 이전에도 정부가 ‘부실대학 리스트’를 공개하려 하자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결국 정부는 감사원을 통해 대학들의 운영 실태를 대대적으로 감사하기로 결정했다.
200개가 넘는 전국 대학이 모두 감사 대상이다.
회계 투명성, 등록금 산정기준의 객관성, 국고지원의 적정성 등을 밝히기로 했다.대학을 나온 사람이라면 재학시절 학교에서 본 대학들의 이상한 행태를 기억할 것이다.
그렇게도 받기 어려운 장학금을 왜 학생회 간부만 되면 받을 수 있는 걸까.
육성회비를 꼭 내야만 하는 이유가 뭘까.
학생회비는 왜 꼭 내야 하는 걸까.
한 과목에서 낮은 학점을 받아 한 학기를 더 다녀야 할 때, 왜 한 학기 등록금을 모두 내야 하는 걸까.
가정형편 때문에 휴학할 때는 왜 1년 단위로만 휴학이 가능한 걸까.
문과대와 공대, 의대의 등록금이 몇 배 씩 차이가 나야하는 이유는 뭘까.
대학 총장이나 재단 관계자들은 왜 대학 명의로 된 차를 타고 다닐까.‘반값 등록금’은 이런 대학 교육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를 파헤치는 ‘단서’일 뿐이다. ‘궁극적인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세금 투입이나 정책으로 단순한 등록금 인하만을 내세운다면, 5~7년 뒤에 지금과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그 때 다시 ‘반값 등록금’을 외치지 않으려면, 이번에야말로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고쳐야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