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을 촉구하는 쇼! 트루맛쇼!"'영화 '트루맛쇼' 김재환 감독을 만나다'
  • ▲ '트루맛쇼' 김재환 감독.ⓒ하늘 제공
    ▲ '트루맛쇼' 김재환 감독.ⓒ하늘 제공

    "미디어가 보여주는 것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을 촉구 하는 영화 트루맛쇼!"

    영화 '트루맛쇼'의 조용한 돌풍이 시작됐다. 지난 2일 개봉한 후 5일까지 누적관객 1700명을 돌파하며 뜨거운 입소문까지 타고 있다.

    '트루맛쇼'는 전직 MBC 교양PD 출신인 김재환 감독이 “대박 식당을 위한 미디어 활용법을 실험하겠다”며 직접 식당을 차려 운영하고 1인칭 시점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맛집’ 정보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 '트루맛쇼’는 TV 맛집 정보 프로그램에 얽힌 방송사, 외주제작사, 식당 간 유착 관계를 정면으로 고발한다.

    지난 8일 김재환 감독을 만났다. 

    "하루종일 사무실에 있었더니..제가 자주 가는 산책 코스에 가서 인터뷰 괜찮으시죠?" 

    여의도 공원에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우선 김 감독이 왜 이런 영화를 만들었는지 궁금했다.

    "무엇일까요, 왜 보여주고 싶었을까요, 16년 PD생활을 하면서 한번도 가보지 않은 법정에 처음 가봤어요. 법정이 주는 무언가 묵직한 분위기가 있더라구요. 사실 이런것도 다 생각을 했어요. 영화를 만들때 수만가지의 예상을 했거든요"

    MBC는 개봉전 '트루맛쇼'에 대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방송사의 맛집 소개 프로그램이 돈을 받고 음식점을 출연시켜 준다는 트루맛쇼의 내용은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 MBC의 가처분 신청은 이유가 없다"며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 ▲ '트루맛쇼' 스틸컷.ⓒ하늘 제공
    ▲ '트루맛쇼' 스틸컷.ⓒ하늘 제공

    "'트루맛쇼', 아무도 안 만들었고 앞으로도 안 만들꺼 같아서 만들었어요"

    "사실 처음 영화를 만들때 우선 영화제서 '트루맛쇼'가 주목을 받고 열광적인 분위기를 끌어낸다면 개봉의 기회를 잡을텐데..개봉이 되면 아마 큰 파장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긴 했어요. 하지만 그 확률은 0.1%로 정도? 사실 전주, 부산 영화제를 통틀어 트루맛쇼가 최단 기간에 개봉된 영화라고 하더라구요. 전주에서 영화를 300 여명이 보셨어요. 그런데 입소문을 타고 350만이 본것처럼 기사가 나더라구요. 아마 기사를 보시면 영화를 본듯한 느낌이 들어서 영화를 보지 않는 분들도 있을꺼에요. 하하"

    현재 '트루맛쇼'에 대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트루맛쇼는 입석까지 매진되고 관객상을 수상했다.

    "사실 영화를 처음 기획한 이유는 하나에요. 지금까지 아무도 안만들었고 저는 알고 있는 주제였고 앞으로도 아무도 안 만들 것 같았거든요. 영화를 만들기 전 온갖 리스크를 다 생각했어요. '개봉이 안될 수도 있다', '영화를 만들어도 화제가 전혀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방송 3사와 싸우겠다고 전쟁터에 나가는 것인데 아무 준비없이 나갈 수는 없잖아요. 준비를 많이 했는 데도 생각보다 힘들었어요. 저 같이 낙천적인 사람도 스트레스가..혹시 트루맛쇼를 같은 영화를 만들 분들은 '자~알' 생각해보고 만드세요" 

    사실 김 감독이 영화를 만든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다고 한다. 친한 친구들 사이에선 회사도 잘 운영하고 먹고 살만하니깐 인생이 무료해서 만들었다는 '인생무료 설',  이런 영화를 만들고도 남는 놈, 이것보다 더 논란이 되는 영화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러고도 남을 놈 설'.

    "진짜 맛집 사장님들 위로해야 해요, 눈물도 닦아 드리고.."

    사실 영화 '트루맛쇼'를 보고 나면 밥맛이 뚝 떨어져 버린다. 이 세상 어디에도 맛집은 없을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든다.

    모든 식당이 다 조미료와 불량 재료를 쓸 것 같고 집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 

    영화가 진짜 맛집에 피해를 입히지 않을까?

    "실제 맛집, 진짜 맛집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하지 마세요, 진짜 맛집이 선의 피해자가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선 한 단계 더 들어가서 생각하셔야 합니다. 영화를 기획할 때 이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했어요. 하지만 그래도 트루맛쇼를 만든 이유는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위해서에요. 트루맛쇼는 진짜와 가짜가 구분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앞으로 가짜 맛집 상당 부분이 없어질거에요. 그럼 TV에 출연했던 진짜 맛집은 더 장사가 잘될겁니다. 장기적으로 진짜 맛집만 살아남는거죠. 진짜를 다니시는 분들은 알고 있어요"

    김 감독은 TV에 나온 가짜 맛집으로 인해 고통받았던 진짜 맛집을 우리가 위로해야 한다고 했다.

    "TV에 맛집에 나오고 나면 그 효과는 어마어마해요. 하지만 진짜 맛집이면 TV를 거부한 꼬장꼬장한 사장님들이 있는 진짜 맛집이 있어요. 아마 이런 분들은 그동안 괴롭고 힘드셨을거에요. 이런 집 옆에 만약 스타마케팅이나 대형 프랜차이즈 맛집이 세워지면 자연스럽게 피해를 입거든요. 1년이면 9,000여개 가까운 식당이 나오는 방송 시스템으로 인해 상시적으로 맛집 피해자가 나오고 있어요. 저는 임재범씨가 여러분을 위로할때 진짜 맛집을 위로하고 싶어요. 사장님들 눈물도 닦아주고...그래야 TV를 거부했던 사장님들이 위로받으십니다"

  • ▲ 김재환 감독.ⓒ하늘 제공
    ▲ 김재환 감독.ⓒ하늘 제공

    "모든 사람이 인정할 수 있는 맛집? 없을꺼에요"

    그럼 김 감독이 생각하는 맛집의 기준이 있을까? 궁금했다.

    "기준? 없어요. 모든 이들이 인정할 수 있는 맛집, 최고의 맛집은 아마 없을꺼에요.

    미각은 정말 주관적이고 간사해요. 저는 맵고 짠걸 못먹어요. 거의 외국인 수준이에요. 심심한 맛을 좋아해요. 하지만 매운맛이나 얼큰한 맛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마 제가 사랑하는 맛집을 좋아하시지 않겠죠. 누군가에 의한 맛집, 누가 던져주는 맛집, 그런 맛집에 휘둘리지 말아야 해요. 트루맛쇼에서도 말해요"

    김 감독은 진짜 맛집을 위해서 TV 따위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조미료를 쓰지 않고 좋은 재료를 쓰는 집을 판단할 수 있는 미각을 길러야 해요. 지금 우리 식당은 위태로운 상황이에요. 대형 프랜차이즈 등쌀에 밀려 진짜 맛집이 사라지고 있어요. 작은 것들, 우리 주변에 사라지지 않길 원하는 진짜 맛집을 위해 직접 먹어보고 자신만의 기준을 정하세요. TV따위에 휘둘리지 마시고!" 

    후배 PD "형 이거 혹시 몰래 카메라 아니야?...밥이나 먹어"

    트루맛쇼 제작진은 영화에서 직접 식당을 차린다. 식당의 인테리어 콘셉트는 몰래 카메라 친화적 인테리어다. 벽에 구멍을 뚫고 몰래 카메라를 설치했다. 혹시 카메라를 들킬뻔 한 순간은 없었을까? 

    "흠, 대부분 의심하지 않았어요. 벽에 설치한 유리는 안에서는 다 보이지만 밖에서는 거울처럼 보여요. 가장 성능이 좋은 유리를 썼고 평소에는 액자로 가려놨어요. 몇몇 손님들 중 액자를 건드려 보시다가 안에 유리가 있으니깐 '좀 이상하네' 하고 그냥 지나치셨어요. 그런데 친한 후배 김유곤 PD가 밥을 먹으러 왔는데 의심을 하는거에요. '형 이상하다, 갑자기 식당을 차린 것도 그렇고 여기 왠지 세트장 같은 느낌이 있는데...이거 몰래 카메라 아니에요' 라구, 그래서 '그냥 밥이나 먹어' 그랬는데 순간 놀라긴 했어요."

  • ▲ '트루맛쇼' 스틸컷.ⓒ하늘 제공
    ▲ '트루맛쇼' 스틸컷.ⓒ하늘 제공

    "합리적인 의심 하세요! 미디어가 보여주는게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트루맛쇼는 '맛집'이 조작됐다고 말하고 있지만 맛집을 조작한건 TV 프로그램, TV 프로그램을 만든건 방송사다.

    "조작, 조작이라는 것이 돈을 노리고 홍보성으로 심어주는 것을 말하죠. 트루맛 쇼는 '맛집 조작'을 말한겁니다. 예를 들면 권력자가 어떤 방송사의 경영진 및 기타 보직을 장악해 의도적으로 이미지를 조작할 수 있어요. 단기적으로는 심의에 안걸리더라도 장기적으로 영향을 크게 미치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송이 다 조작이라고 생각하시면 인생이 피곤해지죠"

    트루맛쇼에는 조작된 가짜 손님이 수없이 등장한다. 그들은 하나같이 생동감 넘치는 표정과 과장된 말투로 음식이 '너무 맛있다'고 말한다.

    "'트루맛쇼'는 가짜 손님의 패턴을 보여주고 있어요. 도저히 만들어질 수 없는 메뉴도 알려주고 있죠. 예를 들면 제가 이 커피를 마시고 '커피가 식도를 타고 흐르는데 어머 세포가 살아나고 있어요'라고 말하면 아시겠죠? 가짜에요. 우리는 지금까지 이런 패턴에 중독된거에요. 이제 패턴을 아셨으니깐 절대 속지 않으시면 됩니다. 저는 그 패턴을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TV를 보실때는 꼭 '합리적인 의심'을 하세요, 미디어가 던져주는 것이 다 진실이 아닐수도 있거든요"

    "우리 사회는 가면을 권하고 있어요. 그 가면, 벗겨내고 싶었어요"

    트루맛쇼는 방송 3사의 맛집 프로그램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심지어 스타맛집에 출연한 천명훈, 김신영, 김종민은 모자이크 처리없이 그대로 화면에 나온다. 맛집 방송 브로커로 나오는 임 씨만 살짝 모자이크 처리했다.  

    "브로커 임 씨가 나온 VOD 다 내려달라고 방송 3사에 공문을 보냈어요, 그런데 하나 생각하실 것은 그 분 자체가 사기를 쳤다는 거에요. 실제 캐비어가 들어있지 않는 캐비어 삼겹살이란 메뉴로 수십번 전파를 탄거죠. 연예인분들은 초상권 소송을 제기하실수 있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해요. 오히려 그냥 시청자들에게 사과하고 활동 하신다면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으실꺼에요"

    김 감독은 우리 사회의 가면 문화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우리 사회는 '무조건 가리자'라는 암묵적인 약속이 있는거 같아요. 임 브로커는 얼굴을 가렸지만 연예인들은 가리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대중은 임 브로커가 누군지 다 알고 있어요. 이미 온 에어 된 방송으로 다 보셨을테니깐요. 만약 양쪽에서 소송을 건다면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까요? 기계적으로 살짝 가리면 무죄? 사실 영화에 나온 분들 모두의 초상권은 이미 벗겨진거에요. 우리 사회는 가면을 권하는 사회에요. 가짜 캐비어 삼겹살 방송에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시청자들, 그 방송을 만든 제작진, 이 사실을 알면서도 기사를 쓰지 않는 기자들. 가면 벗기는 것 자체를 불편해하는거죠, 저는 이걸 깨고 싶었어요"

    "놈팽이 해적, 뚱뚱보 팬더 말고도 좋은 영화 많은데..."

    현재 트루맛쇼의 상영관은 10 여곳에 불과하고 1일 1~4회 제한 상영을 하고 있다.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는 트루맛쇼 시간대가 1회 아니면 마지막회에요. 아마 방송3사를 정면 비판한 영화라 조금 부담스러우실꺼에요. 그래도 용기있게 영화를 걸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해요. 한편으로는 트루맛쇼가 다른 독립영화가 걸릴 자리를 빼앗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에 죄송한 마음도 있어요. 오랫동안 준비해서 만든 영화를 밀치고 예술영화 전용관에 트루맛쇼가 들어가 정말 힘들게 영화를 만드신 분들이 피해를 입을까 걱정되기도 하구요. 6월, 할리우드 놈팽이 해적과 뚱뚱보 팬더가 극장가를 점령하고 있어요. 블록버스터 좋죠, 하지만 관객분들이 좀 더 많은 영화에 관심을 보여주셨으면 좋겠어요" 

    김 감독은 극영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내년 상반기쯤 개봉할 예정인데 내용은 '극비'라고.
    기대된다. 그가 또 어떤 영화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지.

    마지막으로 김재환 감독이 추천한 머스트해브아이템5를 소개한다. "꼭 보.시.라"
    김재환 감독이 '강추'한 영화 5 : 파수꾼, 인사이드잡, 무산일기, 오월애, 혜화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