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일 공직윤리제도 강화방안 발표퇴직후 사기업 활동 제한 강화 방안 `긍정적'로비행위 차단 실효성은 의문…처벌 규정 미약
  • 정부가 3일 공직자와 법조인의 전관예우 관행을 뿌리뽑겠다며 퇴직 후 1년간 사기업 등에서의 활동을 크게 제약하는 내용을 담은 공직윤리제도 강화방안을 내놓았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3차 공정사회 추진회의에서는 민간전문가와 전·현직 공직자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행정안전부·국민권익위가 보고한 공정행정 구현을 위한 전관예우 근절 방안과 법무부가 보고한 공정하고 투명한 법조윤리 정립 방안을 놓고 토론했다.

    전문가들은 법무법인 취업을 제한하거나 퇴직 전 5년간의 업무와 연관성을 따지는 방안 등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공직자의 로비행위 자체를 전면 제한하는 조치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 처벌 조항이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간다는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 ▲ 이명박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 회의장에서 열린 제3차 공정사회 추진회의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 이 대통령, 오성호 한국인사행정학회장.ⓒ 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 회의장에서 열린 제3차 공정사회 추진회의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 이 대통령, 오성호 한국인사행정학회장.ⓒ 연합뉴스

    ◇ 고위 공직자 1년간 활동 제한

    일반 공직자의 경우 퇴직 전 1년간 근무한 기관 업무 중 민간기업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주는 업무는 퇴직 후 1년간 취급할 수 없도록 하는 '1+1 쿨링 오프(Cooling off)' 제도를 신설한 것이 핵심이다.

    장·차관이나 1급, 지방자치단체장, 공기업 기관장 등 고위급은 행여 취업 승인을 받았다 하더라도 퇴직 후 1년간은 민감한 업무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재직 중 본인이 직접 담당한 사안은 아예 다룰 수 없도록 해서 공직자가 퇴직하자마자 입장을 정 반대로 바꾸어 법무법인이나 기업을 대표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을 막는다.

    제도의 실효성을 위해 퇴직 후 1년간은 업무활동 내역을 취업기관장의 확인을 거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제출토록 했다.

    공직자윤리법에는 퇴직자가 부정한 청탁이나 알선을 금지하는 규정과 재직자가 업무관련 기업에 취업 청탁이나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이 생긴다.

    취업 심사시 업무연관성을 따지는 기준 시점을 퇴직 전 3년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등 현행 취업심사제도를 보완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금융감독원 등에서 조직적으로 퇴직 전 보직관리를 해서 취업제한 기준을 피한 데 따른 조치다.

    저축은행 부실 및 비리 사건으로 질타를 받고 있는 금감원의 경우 취업심사 대상을 2급 이상에서 4급 이상 실무진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사외이사와 고문 등도 취업심사 대상 직위로 명시적으로 규정한다.

    매출액이 300억원이 넘는 법무법인 12개와 회계법인 5개도 취업심사 대상에 넣어서 전직 총리까지도 거리낌 없이 적을 두던 관행에 제동을 걸기로 했다.

    공직자윤리위원회원회가 퇴직자 취업여부 확인을 위해 국세청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관련기관 자료제출 협조 의무를 신설하며 승인받지 않고 임의로 취업한 공직자나 취업기관에는 과태료를 부과한다.

    ◇ 변호사 전관예우 신고센터 설치

    공직 퇴임 변호사의 불법 로비와 수임제한 위반 사례에 대해 신고받는 전관예우 신고센터를 법무부에 설치하고 전관예우 방지 변호사법을 위반한 변호사에 대해 징계를 강화한다.

    검사장급 등 고위직 출신 변호사가 퇴직 후 1년 내 선임된 검찰수사 사건은 최종 근무기관에 관계없이 철저히 감독한다.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퇴직 전 1년간 근무한 기관이 처리하는 사건을 퇴직 후 1년간 수임하지 못하도록 한 개정 변호사법과 관련해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수임제한 대상을 시행령에 구체화한다.

    검찰청과 법원이 1개 뿐인 지역에서는 개업지를 제한하는 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형사사건 처리기준을 세분화하고 정상 감경 사유를 범행동기 등으로 한정해서 판·검사의 재량권을 축소한다.

    ◇ 실효성 의문 제기

    전관예우 관행을 막으려는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수위가 약하다거나 실효성이 의심스럽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 신민지 간사는 "취업 제한 대상 업체 기준이나 업무 연관성 판단 기준이 시행령에 규정돼 있는데 모두 법령으로 올려야하며 업무 연관성 판단 기간을 퇴직 전 5년으로 늘린 것은 이미 2008년도에 나왔다가 공무원 반대로 백지화된 것이어서 이번에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 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신 간사는 "퇴직 공직자가 아예 로비를 할 수 없도록 하고 현직 공직자가 로비를 받았을 경우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행위제한 규정이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빠진 것이 아쉬우며 1급 이상 고위 공직자는 부서를 넘나드는 영향력을 가진 만큼 업무 연관성을 판단할 때 부서 뿐 아니라 기관 업무와 연관성을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행정연구원 최유진 수석연구원은 "선진국은 취업제한 보다는 로비 행위를 아예 제한하는 추세인데 이번 정부 방안에는 알선, 청탁 행위 제한만 들어간 수준이며 그나마도 처벌 규정이 없어서 실효성이 있을까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교육관련 공직자들이 대학으로 옮겨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것을 막는 방안은 포함되지 않아 `부실' 대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