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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을 어찌 할까?
바른사회 시민회가 주관한 세미나에서 한나라당을 질타하는 발제(發題)와 토론이 있자, “속이 다 후련하다”는 반응과 “그래도 한나라당을 그렇게 때리면 어떡하자는 거냐?”는 엇갈린 반응들이 있었다고 한다. 당연한 반응들이다. 전자의 반응도 충분히 있을 수 있고 후자의 반응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양쪽 다 나라를 걱정하는 충정임에 틀림없다. 필자는 전자에 속한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상반된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한나라당 그 모습으로는 그들이 결코 보수진영이 지향하는 가치를 대변한다고 볼 수가 없다. 아니, 그 이전에 지금의 한나라당은 정당 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오합(烏合)의 무리라 할 수밖에 없다. 이게 정작 더 큰 문제다.
보수니 진보니 운운하기 전에 한나라당은 무엇보다도, 특정한 가치를 중심축으로 해서 모인 동지적 결사체도 아니고 그런 가치를 목숨 바쳐 수호하고 쟁취하려는 투쟁집단도 아니다. 한나라당은 그저 금배지 달고 1류 직장 다니는 상이(相異)한 종류의 개인들의 집합소에 불과하다. 그건 정당 본연의 모습이 아니다.
어제(5/23) 만난 전직 국회의원 한 분은 “정당엔 싸움꾼들이 있어야 하는데...” 하면서, 한나라당이 맨 공부 잘 한 출세파 고급 전문직 출신이라는 데 주목했다. 그런 구성으로는 정치의 주전장(主戰場)인 가치투쟁, 잇슈 파이팅, 힘 싸움, 담론 싸움, 국면돌파, 국면전환, 위기대응, 악전고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게 한나라당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한나라당이 신념과 가치관으로 불타는 범야 이념집단의 맹수 같은 공격 앞에서 이빨 드러내고 “으르르, 으르르...” 맞대응 하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필자가 다닌 보성고등학교 학생들을 인근 K 고등학교 학생들은 아예 취급도 하지 않았다. 우리 역시 그들과 마주쳤을 때 감히 그들의 눈을 정면으로 쳐다 볼 엄두도 못 냈다. 가축(家畜)이 어떻게 퓨마의 상대가 될 수 있는가?
한나라당은 결국 맹수 앞에서 기가 질려 혼 줄이 빠져 버린 ‘장XX 군대’의 모습 그것이다. 이런 한나라당을 어떻게 나의 방패, 나의 전위(前衛), 나의 선봉(先鋒)이라 불러 줄 사람이 있겠나?
하지만 “그렇다면 민주당 민노당에 줘 버리잔 말이냐?”는 걱정 어린 반론에도 그 만한 논거는 있다. 여기에 “보수, 너희들이 우리 말고 갈 데가 어딨어?”라고 하는 한나라당 위인들의 무례하고 못 된 행티가 터 잡고 있다. 그래서 더 밉다. 그렇다면 최종 결론은?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반쯤 죽어버려 민주당보다 1석 정도만 더 많은 판도가 생기고 그 대신 대선에선 이기는 상황-이렇게 되면 한나라당에 대한 화풀이가 되지 않을지? 그저 한 번 공상해 본 것일 뿐이다.
류근일/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