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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는 여전히 朝鮮朝 ?
김정일은 중국이라는 빽을 필요로 하고, 중국은 김정일이라는 변방 수문장을 필요로 한다. 임진강변 휴전선이 중국 영향권(sphere of influence)의 남방 한계선이 된다는 뜻인가? 영향권은 직활 식민지와는 다르다. 그러나 옛 소련과 동유럽 공산국들의 관계처럼, 파트론-클라이언트(patron-client)의 관계라 볼 수는 있다. 품에 안는 쪽과, 품에 안기는 쪽의 관계라고나 할까.
김정일은 살기 위해서는 자신의 활동 영역을 ‘북한+동북(만주)+중국의 빽’으로 잡은 것 같다. 중국은 그들의 동남방 울타리를 견고히 지키기 위해 김정일의 그런 생존 설계를 후원해 주기로 한 것 같다. 남한을 ‘미제의 식민지’로 규정하고, 북한을 ‘반미해방 투쟁’의 진지(陣地)로 설정하고, 동북을 배후 성역(聖域)으로 삼고, 중국을 그 구도의 후견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렇게만 하면 그는 망하지 않을 것이란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중국 세계전략의 관심대상은 일본과 미국이다. 겉으로는 ‘전략적 동반’ 어떻고 하지만 속으로는 일본, 미국을 제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 하위의 관심대상으로서 중국은 한반도 북쪽을 확고하게 ‘친중국(親中國)’으로 고착 시키고, 남쪽을 ‘중립화’ ‘무력화’ ‘핀란드화(化) 시키고 싶어 할 것이다.
이럼에도 2015년엔 전작권(戰作權)이 이양되고 한-미 연합사가 해체된다. 한국 정부와 국민은 중국의 속셈이 ‘우방’인지 ‘호랑이’인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인식의 혼란에 빠져 있다. 겉으로야 ‘한-중 전략적 우호관계’를 구가하며 환하게 웃어야 하더라도, 속으로는 계산이 있어야 할 터인데 도무지 그런 계산의 필요성 자체를 느끼는지조차 불분명하다.
여의도에 갇혀 있는 한국 정치 엘리트들, 한반도는 고사하고, 남한 전체는 고사하고, 오로지 지역구 포퓰리즘 광풍에만 매몰돼 있는 한국 정치 엘리트들, 이들에게는 동북 아시아 국제정세 따위는 아예 관심 밖이다. 그런 건 도무지 잇슈로 떠오르지도 않는다. 정보화 혁명, 글로벌리제이션(globalization) 좋아하네. 정치 쟁점의 수준에 관한 한, 한국은 여전히 조선조(朝鮮朝) 같다.
2012년 총선, 대선(大選)을 겪느라고 한국, 아니 조선조 정치꾼들은 그런 진짜 큰 정치를 더욱 더 어젠다 밖으로 밀어낼 것이다. 그러는 동안 동북아 국제정세는 우리의 손길이 닿지 않는 저 멀리 훠이 훠이 날아가 버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