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의 대가 선재 스님, 사찰음식책 출간
  • "음식에 대한 욕심을 덜어내고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식(食)의 시작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을 부처님이라 생각하고 요리할 때 진정한 요리사가 됩니다."
    30여 년 동안 사찰음식을 연구해온 '사찰음식의 대가' 선재 스님이 '선재 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불광출판사 펴냄)을 최근 출간했다.

    이 책에서 스님은 사찰 음식에 깃든 정신, 경전 말씀에 바탕을 둔 음식 철학 등 사찰 음식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담아냈다.

    선재 스님이 사찰 음식과 연을 맺게 된 것은 병 때문이었다고 한다.

    약 17년전 스님은 간경화 판정을 받았다. 승가대학 졸업논문 준비 때문에 음식을 불규칙하게 먹은 탓이었다. 식사 때를 놓치면 빵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였고 무리하게 일을 하다 건강을 해쳤다.
    1년 시한부 선고를 받은 스님은 자신의 졸업논문을 펴놓고 연구를 시작했다. 1994년 중앙승가대를 졸업한 스님의 졸업논문 제목은 '사찰음식문화 연구'. 사찰음식에 관한 논문으로는 국내 최초였다.

    사찰음식으로 식단과 식습관을 바꾸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불과 1년 만에 상태가 호전됐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 악화되지도 않고 있다.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 생각하면 그저 고맙다"는 스님은 1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사찰 음식의 핵심은 생명 존중 사상"이라고 말했다.

    "불교가 육식을 하지 않는 것은 생명 존중 때문입니다. 생명에는 '유정'과 '무정'이 있는데 동물처럼 아픔을 느끼는 생명체는 유정, 식물, 공기, 물, 흙 등 아픔을 느끼지 않는 생명체는 무정이라고 합니다. 유정과 무정을 중생이라고 하는데 중생이 나와 하나라는 것이 바로 불교의 생명관입니다. 좋은 물을 먹으면 내가 건강해지고, 물이 안 좋으면 내 몸에 탈이 나듯이 모든 생명과 나는 하나입니다."
    스님은 이어 "흙도 마찬가지"라면서 "흙이 건강하면 거기서 자라는 식물이 건강하고, 그 식물을 먹은 나도 건강하지만 흙이 오염되면 식물도 오염되고 나도 병들게 된다. 나와 하나이기 때문에 흙과 물을 더럽히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내가 먹을 것을 위해 땅을 더럽히면 나를 더럽히는 것입니다. 입에만 맛있고 눈에만 좋은 것이 아니라 (음식 재료가 갖고 있는) 에너지를 그대로 살렸는지, 부족한 것은 양념 등을 통해 채워넣었는지 살펴야 합니다."
    스님은 또 "음식이 내게 오기까지 수많은 인연들에 감사하며 먹을 때 가장 좋은 약이 된다"고 역설했다.

    "배추를 볼 때 '얼마짜리 배추'가 아니라 이 배추를 자라게 하기 위해 애쓴 수많은 농부들과 흙, 물 등 배추 속에 있는 우주의 생명을 봐야 합니다."
    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장인 스님은 사찰음식 개발하랴 강의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고 있다. 일주일에 6번 강의를 나가며 수강 대기자 수만 650명이 넘는다고 한다.

    지병 때문에 늘 피곤한데도 사찰음식을 강의할 때면 "날아갈 것 같다"는 스님은 "내가 지금까지 병고를 지연시키면서 살아가는 비결을 나누어 줌으로써 한 사람이라도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 뿐"이라고 말했다.

    불광출판사. 256쪽. 1만7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