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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과 2일 경기 일산 킨텍스 ‘2011 서울모터쇼’를 취재했다. ‘프레스 데이’ 때도, 일반인이 관람할 때도 ‘배려’를 찾아볼 수 없는 진행 때문에 많은 이들이 불편을 겪었다.
‘프레스 데이’서 기자들 몰아낸 ‘정체불명의 VIP’
31일 본지 취재진도 킨텍스를 찾았다. 전시장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나라에 자동차 담당 기자가 이렇게 많았나’ 싶었다. 하지만 이들이 취재진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모터쇼 안내요원들은 이들을 ‘VIP’라고 설명했다. ‘VIP’들은 본의는 아니었겠지만 ‘바쁘게’ 취재를 ‘방해’했다. 보통 모터쇼를 취재하는 기자는 매체 별로 얼마 안 된다. 때문에 ‘프레스 데이’때는 각 브랜드를 방문해 보도자료 등이 포함된 ‘프레스 키트(Press Kit)’를 받는다. 이때 일부 업체는 기자들에게 USB와 같은 ‘작은 선물’을 함께 주기도 한다.
이번 서울모터쇼 ‘프레스 데이’에는 이런 ‘작은 선물’이 든 쇼핑백을 양 어깨에 메고 희희낙락하며 몰려다니는 ‘VIP’들이 행사장을 점령하다시피 했다. 반면 신차 발표 순서대로 업체를 방문한 기자들은 ‘선물’은커녕 보도 자료조차 챙기지 못했다. 업체도 기자들도 난감해했다. 게다가 국산차와 수입차의 발표 시간이 겹치는 바람에 혼자 취재 온 기자들은 ‘물 먹기’ 좋았다. 프레스 센터 또한 취재기자 수에 비해 턱없이 좁았다. 안내요원도 모자랐다.
사진기자들은 ‘독자들이 좋아할만한 차’를 촬영하려 할 때마다 툭툭 치고 다니는 ‘VIP’ 때문에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는 일이 많았다. 차문이 잠겨 있어 차량 실내 촬영을 못한 경우도 많았다. 어떤 업체는 취재진을 ‘잡상인’ 취급하며, 아예 차량에 다가가지도 못하게 했다. 한 업체 보안요원은 차량 경보기가 울리자 무전기로 고래고래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사상 최대 모터쇼’라더니 미숙함에 빛바래
혹시 ‘프레스데이’ 문제인가 싶어 4월 2일 다시 모터쇼를 찾았다. 하지만 3시간 넘게 주변을 배회하다 결국 입장을 포기했다. 관람객을 위한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해 킨텍스 주변에는 차들로 꽉 차 있었다. 인근 공공기관과 이면도로는 이미 주차장으로 변해 있었다. 인근 상인과 백화점 고객들도 교통정체로 큰 불편을 겪었다. 교통경찰들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 관람객들은 이런저런 불편 때문에 대부분 지치고 짜증 섞인 표정이었다. 어떤 이들은 2시간 넘게 주차장 진입을 기다리다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한 수입차 동호회는 이날 참가 예정이었던 퍼레이드 참여를 '보이콧'하기도 했다. 행사를 맡은 이벤트 업체 측에서 대부분 30~50대인 동호회원들에게 일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자신들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도도한 태도'를 보인 탓이었다.
한편 서울 모터쇼 측은 이번 행사는 대성공이라며 자축하는 분위기다. 서울 모터쇼 측은 지난 5일 누적 관람객 수가 46만8460명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2009년 수입차 업체들이 불참하는 바람에 ‘반쪽 모터쇼’가 됐던 것에 비해 볼거리도, 관람객도 많아 한껏 고무된 표정이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그들을 도울 사람들로부터는 인심을 크게 잃었다. 프레스 데이를 취재했던 자동차 전문기자와 유명 블로거들은 서울 모터쇼 조직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들은 2009년 서울 모터쇼 측이 온라인으로 ‘프레스 데이 티켓’을 일반인에게 팔았던 일을 거론하며, 아무나 입장 가능한 ‘프레스 데이 관행’을 지적했다. 기자들도 턱없이 좁은 프레스 센터와 컨퍼런스 시간이 겹치도록 진행한 점에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 모터쇼 조직위, 부산 모터쇼에서 좀 배워야
이런 서울 모터쇼는 3회 연속 관람객 100만 명을 돌파한 부산 모터쇼와 비교된다. 2010년 4월 부산 모터쇼 추재 당시 프레스 센터는 공간도 넉넉한데다 센터 내에 안내요원들이 상주하고 있었다. 이곳에도 ‘프레스 데이’에 들어온 일명 ‘VIP’들이 있었지만 그 수도 적은데다 가는 곳마다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선물’을 챙기더라도 다른 이에게 폐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업체들 또한 누구에게든 친절하게 대했다.
주차시설도 넉넉했다. 프레스 데이는 물론 행사기간 내내 안내요원과 업체 관계자의 친절 덕분에 관람도 취재도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 단체든 친구, 가족과 함께 온 사람이든 전시된 차들을 조용히, 차근차근 관람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런 ‘편안함’과 ‘즐거움’의 바탕은 모터쇼를 보러 온 사람들의 입장을 생각한 주최 측의 세심한 ‘배려’였다. 모터쇼 참가 업체를 위해 언론과 최대한 자주, 가깝게 만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했다. 취재진, 자동차 블로거들에게는 그들의 독자, 시청자를 위해 보다 빨리, 다양한 장면을 보도할 수 있게 지원했다. 관람객들에게는 편안하게 차를 볼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제공했다. 이 같은 ‘배려’를 위해 동원된 사람이나 공간은 서울 모터쇼의 그것과 별 차이가 없었다.
서울 모터쇼는 2000만 수도권 인구들이 잠재적인 고객이다. 반면 부산 모터쇼는 경남 인구를 포함해도 700만 명 남짓이다. 서울 모터쇼 측은 이번에는 관람객이 100만 명을 넘길 것이라고 좋아한다. 반면 부산 모터쇼는 3번 연속 관람객 100만 명을 훌쩍 넘겼다. 10년도 더 된 서울 모터쇼 관람객이 부산 모터쇼보다 더 적은 이유가 뭘까. 해답은 이미 설명했다. 서울 모터쇼 주최 측은 다음 번 행사에서는 부산 모터쇼 정도의 성의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