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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로잡혀 주는 국가와 국민?
대북전단 살포는 포기할 수 없다. 지역주민들이 혹시나 하는 우려의 의사를 표하는 것은 있을 수 있다 해도, 그러나 대북 전단 살포의 당위성을 부정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낫을 들고 나올 필요는 없지 않은가? 김정일은 대포와 어뢰를 쏘아 대는데 우리는 전단 살포도 못 한다면, 김정일이 공갈친다고 어마 뜨거라 꼬리를 내린다면, 우리는 이미 싸우지도 않고 항복하는 꼴이다.
그러나 전선(戰線)은 이미 공공연하게 그어졌다. 남북 사이 이전에 우리 내부에. 전선이 일단 그렇게 그어진 이상에는 공갈에 굴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는 물러서려야 물러설 수 없는 처지에 몰렸다. 물러선다는 것은 김정일한테 인질 잡히는 상태를 돌이킬 수 없이 기정사실화 시켜 주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김정일로서는 손 안 대고 코푸는 격이다. 그가 하고 싶은 일이 남한 내에서 '알아서' 척척 처리가 되니. 국가가 할 일을 국민이 대신해 주는데, 그 국민의 노력을 또 다른 국민이 중장비를 동원해 가로막고 나서는 광경-이건 완전히 비극적인 희극이다. 나라 꼴이 나라 꼴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한심한 상황의 대통령 노릇 하는 기분이 어떠신지?
핵과 장사포와 미사일과 어뢰와 생화학 무기를 거머쥔 김정일이 “너 죽어!” 했다 하면 남한 내부가 제풀에 다 평정이 돼버리는 지경에 이른다면 이걸 과연 어떤 상태라고 말해야 하는 건지, 입 있는 모든 사람이 한 번 설명해 봐야 할 일이다.
사로잡힌 국가, 사로잡힌 국민, 사로잡혀 주는 국가, 사로잡혀 주는 국민-갈 데 없는 종속의 길, 예속의 길이다. 친(親)김정일 세력이 즐겨 부르는 ‘식민지 종속화’ 운운은 혹시 이런 걸 바라고 한 말이었나?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