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적한 현안 처리 방향, 표심 좌우지역경제 활성화 ‘한 목소리’
  • “한나라당, 민주당을 떠나서 우리 지역 잘될 수 있게 해주는 사람 뽑아야지. 폭설, 구제역 처리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보고 뽑을거야.”

    “젊은 사람들은 요새 민주당 찍는다 그러는데 우린 아무래도 한나라당이 돼야 하지 않겠나 싶어. 그래야 대통령이나 정부하고 얘기 잘해서 많이 지원해줄 것 아냐”

    “이광재는 좀 안됐어. 젊은 사람이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돼서 안타깝지.”

    25일 오전 강릉시 옥천동의 한 부동산. “4.27 강원지사 보궐선거의 경선 후보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 아직 별 관심없다”며 말하는 할아버지들은 강원 민심을 캐묻는 기자의 질문에 귀찮아하면서도 저마다의 생각을 꺼냈다.

    그러나 이들의 답변에는 강원도가 직면한 현안의 대책 방안, 지역경제 활성화 요구가 공통적으로 담겨있었다. 한파와 폭설, 구제역이 휩쓸고 간 강원도의 민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보수성향이 강한 강원지역은 한나라당의 표밭으로 불려 왔지만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돌풍이 일면서 안갯속 판세로 접어들었다.

    특히 강릉의 경우, 한꺼번에 밀어닥친 현안 처리로 인해 시 예산이 바닥날 상황에 이르렀다는 소문이 돌면서 민심이 요동치고 있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정부와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여론과 7개월 천하로 끝난 이광재 전 지사에 대한 ‘동정론’이 교차하기도 했지만 그 종착점은 여야와 상관없는 ‘지역발전’이었다. 

    인근에서 해장국집을 운영하는 탁상두(58)씨는 “한나라당도 좋고 민주당도 좋다. 이렇게 힘든 강원도가 어려움을 하루빨리 극복하고 더욱 발전할 수 있게만 해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래도 한나라당과 민주당 중 선택해야 한다면?”이라고 묻는 질문에는 남녀노소를 떠나 한나라당을 택하는 이들이 많았다.

    강릉시 교동에 거주하는 김선기(21·대학생)씨는 “정치인들이 별로 다르게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선택해야 한다면 한나라당을 택하겠다”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사람들이 꽤 많았지만 최근 이광재 전 지사의 비리가 널리 알려지면서 민주당의 주가가 폭락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 24일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강릉시의 폭설 피해 농가를 둘러보고 있다. ⓒ뉴데일리
    ▲ 24일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강릉시의 폭설 피해 농가를 둘러보고 있다. ⓒ뉴데일리

    하지만 한나라당이 기뻐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큰 복병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원주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 실패에 대한 도민들의 앙금이다. 2009년 8월 이후 아직까지도 지역민들의 가슴 속에는 ‘강원도 홀대’라는 인식과 허탈감이 남아있는 듯 했다.  

    한기수 연세대학교 부총장은 25일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원주 ‘동화의료기기산업단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쓴소리를 던졌다.

    한 부총장은 “지금 강원도민은 정부와 여당에 대한 실망으로 가득하다. (첨단의료복합단지 탈락 후) 정부와 여당이 벌써 수차례 다른 지원방안을 찾겠다고 강조해 왔지만 대부분 실효성이 없는 내용이었다. 강원도의 민심을 얻으려면 말뿐이 아닌 실현 가능한 지원책을 들고 와야 할 것”이라며 강조했다.   

    자리에 함께한 의료기기 전문업체 (주)리스템의 문창호 대표이사도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 실패와 관련,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문 대표는 “지금 강원도는 여당에 대해 굉장히 거부감을 갖고 있다. 강원도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도민들이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다른 차원의 지원을 정부가 약속했지만 이조차도 확신이 들지 않는다. 정부와 여당은 이 부분을 깊게 생각해 방안을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격전일을 불과 두 달여 앞두고 원주 의료기기산업단지에 한나라당이 실효성 있는 지원방안을 내놓을 지가 강원도 재탈환 여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강원지사 후보 선정과 관련 한나라당은 25일 회의를 거쳐 3월 10일까지 후보자 신청을 받고, 공심위와 논의해 경선기준과 방법을 정할 방침이다. 경선은 2만명이 참여하는 당원 50%, 일반 유권자 30%, 여론조사 20% 방식으로 치러진다.

    한나라당은 출마를 선언한 최흥집 전 정무부지사, 이호영 전 이명박 대통령 예비후보 특보 외 엄기영 전 MBC사장, 조규형 전 브라질 대사, 조명수 전 행정부지사, 최동규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등이 후보군이다.

    민주당에서는 공식 출마를 선언한 최문순 의원 외 조일현 전 의원과 이근식 현 강원부지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당 지도부는 경선을 치른다는 방침이지만 사실상 ‘최문순 카드’ 쪽으로 기운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