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후니' 회원 수 총선 후 3배 가량 급증당원 가입 문의도 쇄도 … 세력화 움직임洪 공격 나선 팬덤, '개딸' 좌표 찍기 기시감
  • ▲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팬 클럽 '위드후니' ⓒ네이버 카페 '위드후니' 캡쳐
    ▲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팬 클럽 '위드후니' ⓒ네이버 카페 '위드후니' 캡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정계 복귀 기대감이 커지면서 그의 '팬덤'도 덩달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의 팬덤이 세 불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서자 당 안팎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처럼 하나의 중심 세력으로 자리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 전 위원장의 팬 카페인 '위드후니' 회원 수는 22일 오후 현재 7만여 명이다. 총선 전 1만8000여 명에 그쳤으나 총선 정국에서 야당을 향한 이른바 '사이다 발언'으로 확고한 팬덤을 구축하면서 4개월여 만에 약 3배 가량 몸집을 키웠다.

    문제는 정치권에서 '뉴 노멀'로 자리잡은 팬덤 정치가 '개딸'이 보이는 행태처럼 잘못된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위드후니' 회원 중 일부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한 전 위원장을 잇달아 저격하자 홍 시장에게 직접 비판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개딸'이 진영 논리에 반하는 의견을 내는 인사에게 '문자 폭탄'을 통해 보복하며 홍위병 노릇을 하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위드후니' 한 회원은 홍 시장에게 "진짜 추하다 못해 역겹네요" "현재 정치판에 제일 쓰레기가 이재명이 아닌 당신이란 걸 본인이 입증하네요. 곱게 늙읍시다" "보수에서 꺼지길" 등의 내용이 담긴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인증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홍 시장 탈당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는 내용의 게시글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이 외에도 시간대를 정해 이른바 총공(온라인 집단행동)에 나서 한 전 위원장의 포털사이트 검색량을 늘리자고 독려하는 게시글도 빈번했다.

    아울러 총선 후 국회 앞에 길게 늘어선 화환은 한 전 위원장의 강력한 팬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이들은 한 전 위원장의 복귀를 응원하는 차원에서 화환을 보냈다.

    다만 이들 역시 강성 팬덤인 '개딸'과 같은 집단으로 분류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정치인을 비롯한 공인 이름에 대한 비하적인 표현이나 각종 조롱의 표현은 금지하고 있다.
  • ▲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응원하는 화한이 지난달 15일 오후 국회 담장 앞에 놓여있다. ⓒ이종현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응원하는 화한이 지난달 15일 오후 국회 담장 앞에 놓여있다. ⓒ이종현 기자
    한 전 위원장의 팬덤은 국민의힘 당원 가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당 관계자에 따르면 당원 가입을 담당하는 부서에 한 전 위원장의 지지자라고 밝히며 당원 가입 방법에 대해 문의하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당원 가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당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한 전 위원장이 출마할 것으로 점쳐지는 차기 전당대회에서도 당원으로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당원과 시민의 정치 참여는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필요로 되지만, 특정인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며 극단적인 성향을 보일 경우 도리어 민주주의를 훼손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민주주의 확대를 명분으로 국회의원의 고유 권한인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선출에도 당원 참여를 공식적으로 보장하는 등 당원 주권 강화를 꾀하고 있지만 비토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이날 퇴임 기자회견에서 "팬덤정치의 폐해가 더욱 커지고 있다"며 "건강한 행동으로 작용해야 되지만 극단적인 팬덤은 상대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의 장에서 배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좌표를 찍고 집중 공격 하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 권력을 훼손하는 것을 보고 있으니 안타깝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도 "개딸이라는 게 말이 좋아 당원이지 결국 연예인 팬덤과 다를 게 없지 않나"라며 "민주당이 망가져 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데 우리도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항상 경계하고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 역시 팬덤 정치를 '양날의 검'으로 평가한다. 당원이 단일대오를 통해 정치적인 공격을 상대할 수 있는 힘이 될 수도 있지만, 집단주의로 전락할 경우 당의 정체성도 흔들릴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지금 한 전 위원장의 팬덤은 국민의힘에서 상대적으로 비주류에 속해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지만 세력을 키워 주류가 됐을 때는 다른 이야기"라며 "여권 내 갈등을 증폭시킬 수도 있고 국민 정서를 제대로 보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순 있겠지만 의존하거나 휘둘릴 경우 자칫 완전한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