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는 휴화산이 아니다

      2012년 대선의 핵심 이슈는 ‘복지’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굳이 나무랄 생각은 없다. 범좌파가 그것을 선도(先導)하니까 우파도 어마 뒤질세라 그 뒤를 쫓아가고 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이슈라면 우파라 해서 그것을 외면할 이유는 전혀 없다. 경쟁을 통해 보다 나은 복지의 방법론이 도출된다면 그것은 분명히 정치발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복지는 철학이면서도 결국은 도구적인 것이다. 돈을 얼마나 어떻게 마련해서 어떤 방법으로 사회적 약자를 돕느냐 하는 방법론의 문제로 귀일한다. 이점에서 도구적인 것 하나로는 2012년 대선의 시대정신을 통합적으로 다 담아낼 수는 없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2012년의 시대정신을 삼아야 할 것인가?

      두 말 할 나위 없이 오늘의 한반도가 처한 변혁의 문제다. 이것은 물론 하루아침에 완결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이미 시작되었다. 김정일이 지배하는 북한 구체제(舊體制)의 해체는 이미 시작되었다. 하나의 체제가 치유와 회생 능력을 잃었을 경우 그것은 곧 그 체제 해체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해체의 시작에서 종결에 이르는 과정을 마냥 손 놓고 방치만 해가지고는 사람들이 입는 피해의 기간이 쓸데없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그 종결의 시점이 앞당겨지도록 의지적으로 촉발해야 한다. 이것이 이 시대가 직면한 최대의 이슈 아니고 뭔가?

      그럼에도 집권측이나 야당을 막론하고 정객들은 이 문제를 거의 외면하고 있다. 일부는 임종이 시작된 사악한 권세의 입에 산소 마스크를 달아주지 못해 안달이다. 그리고 또 일부는 그 권세를 현실의 ‘불가피한’ 카운터 파트로 상대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 결과적으로는 역시 변혁의 측면을 회피하곤 한다.

      당국자의 입장에서는 그 ‘불가피성’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헤아려 줄 수는 있다. 그러나 본질은 본질이다. 본질은, 김정일 체제는 더 이상 ‘살 체제’가 아니라 ‘죽을 체제’라는 사실이다. 주민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 이외의 방법으로는 지탱하지 못하는 체제는 기실 체제가 아니다.

      정객들은 이 본질을 정면으로 응시할 용의도 능력도 없어 보인다. 이 본질을 정치행위의 주제로 삼을 생각도 없고 그럴 깝량도 못돼 보인다. 이것을 목숨 걸고 이 시대의 이슈로 던지고 다룰 열정도 관심도 없다는 투다.

      이래서 정객들은 저 막중한 2012 대선 쟁점을 시시한(물론 어느 것 하나 시시한 것은 없지만) 논란으로 몰아갈 것 같다. 한반도 격변의 문제는 그저 부차적인 구색 맞추기 정도로 취급될지도 모른다. 그것도 또 하나의 상투적이고, 그래서 될성부르지도 않은 기능주의적인 처방으로.

      남북 한반도인(人)들의 생사가 걸린 가장 중요한 이슈를 피해가는 한국 정치-그러나 거시적으로 볼 때는 한반도의 용트림은 정객들이 못 본체 하든 말든, 휴화산에서 활화산으로 숙성되고 있다. 용천에서 주민들이 대놓고 “김정일 개xx..."라고 소리 질렀다는 보도, 신의주 상인들이 항의시위를 벌였다는 소식, 그리고 보안서장 하나가 주민 탄압을 하다가 맞아죽었다는 뉴스들이 말해 주듯이. 그것은 전례없는 민심 변화의 상징이고, 상징은 무엇인가를 시사하는 전조(前兆)들이다.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