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년맞아 최초로'북한인권 개선 공청회' 열어독일대사 "서독처럼 북한 인권탄압 행위 기록 관리해야"
  • ▲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21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중장기 정책 로드맵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자료사진
    ▲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21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중장기 정책 로드맵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자료사진

    "인권위가 북한 인권개선 문제를 다루다니 꿈만 같다."
    올해 출범10년을 맞아 국가 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새롭게 태어났다. 그동안 금기처럼 여기던 북한의 인권개선문제를 공개적으로 들고 나와 국민을 놀라게 한 것이다. 인권위는 2001년 김대중 정부가 설립한 이래 최초로 21일 서울 중구 무교동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중장기 정책 로드맵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원재천 정책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공청회에는 황우여 국회의원(한나라당, 국회인권포럼 대표), 김평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한스-울리히 자이트(Dr. Hans-Ulrich Seidt) 주한 독일대사, 이동복 북한 민주화네트워크 대표등 관련인사 80여명이 참석했다.

    황우여 의원은 축사를 통해 "오늘 인권위에서 북한 인권에 대해 다룬다는 것이 꿈만 같다"며 "북한인권법안은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통과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로 이번 인권위 북한인권법 공청회를 시작으로 북한 인권에 새로운 장이 시작됐다"고 기쁨을 표시했다. 황 의원은 이어 "인권은 인간이 존중해야 할 최대의 가치"라며 ""북한 인권 개선을 추진하는 힘은 이제 정치권을 벗어나서 '국민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 인권을 생각하는 국민의 힘이 나아가 국민운동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또 "북한은 '인권'이란 단어조차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가 북한 인권 개선을 선언하고, 관심을 주고, 먼저 다가가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공청회는 지난 해 말 국가인권위가 수립한 '북한인권 개선 중장기 정책 로드맵'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을 위해 마련됐다.
    이 로드맵에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대북인권 종합전략을 담당할 ‘북한인권정책협의회’ 구성▲‘북한인권법’ 제정 및 인권위 내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운영 ▲한·미·일 3국이 공동으로 ‘북한인권대사 협의체’를 구성해 개별국가 차원에서 북한인권 실태와 개선 전략을 공유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특히 이번 공청회는 국회에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안의 주요 내용 중 논란이 있는 있는 북한인권재단의 설치여부 및 역할과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설치기관 등에 관해 북한인권 전문가들의 의견 집약하는 토론의 장이 마련됐다.
    또,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정부, 민간단체의 역할과 국제협력 방안 등 제반 이슈에 대해서도 토론하고 구체적 실천 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참석한 북한인권전문가들은  "인권위가 북한의 인권침해행위를 기록해야 한다"며 "북한인권 보존기록소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공청회 발제자로 나선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인권소위원회 이재원 위원장은 "통일부 산하기구로 북한의 인권침해범죄를 수사하도록 하는 것은 통일부 스스로 운신의 폭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준 국제기구의 성격을 지닌 인권위가 그 기능을 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북한의 인권침해행위가 범죄라는 사실을 기록해 처벌될 것이라는 점을 경고함으로써 인권침해행위를 자제토록 하는 것이 핵심기능"이라며 "인권위가 사례를 기록해야 수집된 자료들이 증거자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권위 북한인권특별위 김태훈 위원장은 "인권침해에 대한 벌을 주기위해서는 공적인 신뢰성이 전제돼야 한다"며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민간 성격의 북한인권재단 산하기구로 존재해서는 공적인 신뢰성 확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통일 전 서독의 경우 1961년 중앙범죄기록보존소를 설치해 동독의 각종 인권탄압을 기록해 그 증거자료를 수집하고 보존했던 사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는 "인권위가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인권위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북한 정권과 투쟁할 각오를 해야 한다"며 "특별법 등을 제정해 북한인권기록보존소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탈북 후 중국에서 체포돼 북한으로 강제송환 당했다 최근 다시 탈북한 북한이탈주민으로부터 열악한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생생한 증언도 이어졌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0일 김태훈 인권위원을 위원장으로 한 ‘북한인권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앞으로 북한인권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번 공청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검토해 구체적으로 실행해 나갈것을 밝혔다.
    인권위는 "실질적인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관계기관과 민관의 상호 협력적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동시에 UN 등 국제인권기구 및 국내외 NGO 등과의 교류·협력도 더욱 활성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대사 "서독처럼 북한 인권유린사례 모두 기록 관리해야"

    “통일에 대비해 북한의 인권탄압 사례를 사전에 정밀하게 기록할 필요가 있다.”
    한스-울리히 자이트 주한 독일대사는 통독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한국 역시 북한 주민들에 대한 북한 정부 등이 가하는 인권 유린에 대해 상세한 기록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 ▲ 한스-울리히 자이트 주한 독일대사.ⓒ뉴데일리
    ▲ 한스-울리히 자이트 주한 독일대사.ⓒ뉴데일리

    자이트 대사는 21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최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중장기 정책 로드맵 공청회’에 참석, 독일의 경우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자이트 대사는 통일 전 당시 서독에 중앙기록보존소가 설립됐고 이 기록보존소가 동독에서 가해지는 제반 가혹행위 등의 인권탄압 자료를 수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당시 서독 역시 동독을 합법적인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동독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 대해 관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자이트 대사는 중앙기록보존소가 ▼국경선에서 벌어지는 모든 폭력행위(탈출자를 살해하는 경우 등) ▼법률상의 부정의(법이 남용되는 경우) ▼동독의 법률과 형집행 장소에서 벌어지는 가혹행위 ▼정치적인 행위가 밀고돼 동독의 인민경찰, 슈타지, 슈타지 본부에 고발되는 것 등을 조사해 기록으로 남겨뒀다고 소개했다.
    자이트 대사는 “중앙기록보존소는 사전을 강제 조사하는 권한은 없었다”며 “사실을 충실히 기록하는 기능을 했다”고 덧붙였다.

    자이트 대사는 “이 자료들은 1990년 독일이 통일된 뒤 구 동독에 대한 형사소추의 중요한 근거로 활용됐다”며 “분단 시절 동독에서 권한을 빼앗겼던 사람들의 명예 회복이나 복직에 도 활용됐다”고 밝혔다.
    자이트 대사는 “멀지 않은 통일에 대비해 한국 역시 이같은 공정한 기록을 작성해 관리할 필요가 있고 꼭 큰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종림-황소영 기자)

    재일동포 탈북자 "이산가족상봉때 돈 받으면 당에 상납해야" 

     북송 재일교포 출신 탈북자인 김모(48)씨는 2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중장기 정책 로드맵 공청회'를 통해 "북한에서 북송 재일교포들의 인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고발했다.
    김씨는 "북한에서는 북송교포와 남출(남조선 출신), 일본인 여성 등 세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이 인사 등용이나 결혼 등 많은 면에서 제한과 차별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또 "북송교포나 남출은 1960~70년대 듣던 것과는 다른 북한 현실에 한마디 불평을 했다는 이유로 정치범수용소에 간 사람이 적지 않다"며 "1980년부터 일본에 사는 친인척들이 북한을 방문해 가족 상봉이 이뤄지기 시작하자 북한 당국은 물샐틈 없는 감시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한창 이뤄질 때도 북한에 사는 남출은 금강산면회소에 가기 전 거의 1개월간 강습을 받아야 하고, 절대로 '북한이 못먹고 못산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강요당한다"고 했다.

    남한 친척이 돈을 보내주는 경우에 대해선 "주게 되면 모두 받고 1인당 받은 액수를 그대로 보고하라고 한다. 1천달러 이상 되면 당 조직에 바쳐야 하는데 이유는 김정일 장군님 덕으로 만나게 된 것이니까 그 은덕에 다소나마 보답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북한 당국은 북송교포나 남출과 인연을 맺거나 혼인하면 출세에 영향을 주는 풍조를 내적으로 유포했으며 '자본주의 물을 먹어본 사람들'이라는 이유로 감시하고 차별했다고 김씨는 전했다.

    이밖에 김씨는 탈북 과정에서 체포돼 강제 북송돼 고초를 겪은 일, 중국에서 수감 중일 때 조선족 공안에 당했던 인권 침해 사례도 증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