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니냐 현상으로 해류 바뀌면서 기상에도 영향북반구 전체는 강추위, 남반구에선 대홍수
  • 올 겨울 한반도는 혹독한 한파로 고생하고 있다. ‘삼한사온(三寒四溫)’이라는 말도 사라졌다. 전문가들 그 원인이 남태평양 지역의 강력한 ‘라니냐 현상’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남쪽에서 일어나 북쪽에 영향 미치는 라니냐 현상

    작년 10월 해양연구원은 “올 겨울에는 강력한 ‘라니냐 현상’으로 인해 한파가 심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당시 기상청은 올 겨울의 라니냐 현상은 1989년 처음 관측된 이후 가장 강력한 것이라 한파 또한 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니냐(스페인어로 여자아이) 현상’이란 태평양 동쪽(페루 앞바다)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에 비해 0.5도 이상 낮아지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 그 원인과 과정, 주기 등은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라니냐 현상이 일어나면 평소에도 차가운 동태평양의 바닷물은 더욱 차가워지면서 대류현상에 의해 서쪽으로 향하게 된다. 온도 변화에 따라 움직이는 바닷물은 다시 대류현상에 의해 구름과 기상에도 영향을 미쳐 동남아시아 지역에 큰 장마를 몰고 오고, 남미 지역에서는 가뭄, 북미 지역에는 한파를 일으킨다.  

  • ▲ 세계의 주요 해류 흐름도. 해류는 염분 농도와 온도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출처: 한국과학재단 홈페이지ⓒ
    ▲ 세계의 주요 해류 흐름도. 해류는 염분 농도와 온도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출처: 한국과학재단 홈페이지ⓒ

    올 겨울에는 라니냐 현상이 워낙 심해 동남아시아는 물론 북반구 전역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올해 초 일본에서는 해안에 정박된 배 190여 척이 폭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침몰하는 사고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일 이상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작년 12월부터 시작된 유럽과 북미 지역의 폭설과 한파는 사람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급격한 유가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폴란드에서는 영하 40도를 기록한 한파로 수십 명의 동사자가 생겼고, 프랑스에서는 60㎝의 눈이 쌓이기도 했다. 미국 시에라네바다 산맥과 동부지역에서는 기록적인 폭설로 뉴욕에서만 항공편 5,000여 편이 결항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남반구에서는 홍수 피해가 심각하다. 작년 11월 30일 이후 호주 북동부에 내린 폭우로 지금까지 10명 이상이 사망하고, 22개 도시가 물에 잠겨 2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호주 정부는 이번 홍수로 인한 재산 피해가 9억8000만 달러(약 1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호주 서부에는 작년 12월 최고 10cm에 달하는 ‘여름 눈’까지 내렸다.

    지구 온난화라는데 왜 추울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상기후를 몰고 온 ‘라니냐 현상’은 지구 온난화의 결과물 중 하나로 본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라면 날씨가 따뜻해져야 하는데 왜 이렇게 추워질까. 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바다의 염분 농도, 녹아든 빙하의 온도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 세계의 주요 해류 흐름도. 해류는 염분 농도와 온도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출처: 한국과학재단 홈페이지ⓒ

    보통 바다의 대류 현상은 온도 차이에 의한 것으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대류 현상과 바닷물 온도는 염분 농도와도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지구 온난화로 처음 영향을 받는 것은 극지방과 육지에 쌓인 빙하들. 이 빙하들은 담수(淡水. 민물)다. 빙하가 녹아 바닷물에 섞이면 염분 농도가 옅어진다. 그 양이 늘어나면 해류의 방향이 바뀌게 된다.

    한편 극지방에 있던 빙하가 녹은 물은 기본적으로 다른 물에 비해 온도가 낮다. 이 물들이 대양(大洋)으로 흘러들게 되면 또 해류의 방향이 바뀌게 된다. 즉 남극의 빙하가 지속적으로 녹아 유입되면 ‘라니냐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올 겨울 북반구에 극심한 한파를, 남반구에 홍수를 몰고 온 라니냐 현상은 작년 6월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북극의 빙하가 녹은 것 또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일부 기상 전문가들은 온난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고 이 때문에 차가운 공기를 가둬놓았던 북극 주변의 제트기류까지 약해져 찬 공기가 시베리아 기단 등으로 유입되었다고 주장한다. 그 때문에 현재 한반도 등 동북아시아에 극심한 한파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겨울 한파, 매년 반복될까

    기상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한파가 2월 초까지 계속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라니냐 현상은 이번 겨울이 지나간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게 문제다. 美NASA 과학자들은 “이번 라니냐 현상이 20년 만에 찾아온 가장 강력한 것으로 2011년 여름까지 기승을 부릴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각국 정부는 ‘지구 온난화’라는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은 이런 현상이 매년 반복될 경우 식량난에서 시작해 각종 산업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화석연료를 대규모로 소모하는 ‘신흥공업국’들은 이런 우려에 반대 입장을 보인다. 특히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취급받는 중국, 인도 등은 ‘선진국들이 더 문제’라며 ‘지구온난화라는 건 선진국의 음모론’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구온난화’의 대결구도에서는 한 발 비켜나 있지만 매년마다 한파와 이상기온이 반복될 경우 식량, 전력공급, 연료 등의 문제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이것이 올 겨울 한파를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