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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아방가르드’를 고대하며
강남 조기 유학파 청년이 해병대에 지원하면서 한 말...“연평도 포격을 보고 나 같은 평범한 사람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런가 하면 어느 친노파(親盧派) 잔재들의 군중집회 사진을 보면 젊은 남녀들이 동학란 때의 ‘제폭구민(除暴救民)’ 구호를 내걸고 죽창을 휘두르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었다. 우리 사회는 이런 사회다. 치열한 이념 전쟁을 하고 있는 내란(內亂)적 사회. 스페인 내란이 따로 없다. 이걸 두고 ‘소통’ 운운 하니, 어디 한 번 해 보시지, 그게 되나...
이 싸움은 결국 어느 쪽이 상대방보다 더 매력적인 상품으로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느냐의 마케팅 전쟁이다. 양쪽 사이에는 항심(恒心) 없이 이리 저리 왔다 갔다 하는 군중, 대중이 있다. 그들은 정치 수퍼마켓에 가서 정치상품을 고르는 정치 소비자다.이명박 대통령은 이들을 ‘중도’라 이름 붙였다. 그러나 그들은 ‘중도’라는 고상한 이름을 가진 ‘가치 집단’이라기보다는, 매순간 변덕 부리는 ‘봄바람’에 더 가깝다. 연평도 포격 6일 후의 그들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다르고, 6주 후의 여론조사 결과 달랐다는 이야기가 그 것을 반영한다.
그들은 A사(社)의 전자제품이 가진 장점과 B사(社)의 전자제품이 가진 장점을 짬뽕한 제품이 나오기를 바란다는 의미의 ‘절충’과 수렴(收斂)’을 기대한다고 할 수는 있다. 그리고 그것을 굳이 ‘중도’라고 부르겠다면 그건 엿 장사 마음 대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진영은 어떻게 이들의 마음을 저쪽에서 떼어내 이쪽으로 끌어들일 것인가? 40대는 그 때 그 때의 판단에 따라 대선 때마다 왔다 갔다 했다. 50대 이상은 이쪽에 가깝다. 30대는 거의가 다 저쪽에 가 있다. 20대는 포스트 모던(post modern)-종잡을 수가 없다. 그런데 그 20대 일부가 ‘연평도’ 이후 “어, 김정일이 저런 놈이었나?” 하는 환멸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20대와 40대의 절반 또는 3분의 1이라도 끌어들이는(그래서 30대를 당분간은 잃는 한이 있더라도) 마케팅 전략은 없을까? 생각해 볼 수 있는 목표는, 그들이 가장 미워하고 싫어하는 테마라 할 ‘지도층 부정부패’ 척결을 대한민국 진영이 좌파보다도 먼저 선취(先取)하고 ‘제폭구민(除暴救民)’의 타깃을 생뚱맞게 이명박에 두게 할 게 아니라 김정일에 두게 할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부정부패 척결과 제폭구민을 좌파 시민단체의 ‘반(反)대한민국 공격무기’로 내주어선 안 된다. 대한민국 진영이 ‘대한민국의 공격무기’로 빼앗아 와야 한다. 그리고 그 작전(作戰)으로서 ‘노블레스 오블리제 모니터링’과 ‘김정일=황음무도(荒淫無道)'를 더 정력적으로 이슈화 해야 한다.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20대 40대에 대해 문화적, 감성적 호소력이 있는 디자인과 연출과 안무(按舞)로 상품화 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미 출현한 여러 대한민국 역량들이 합심해서 ‘청년 문화운동 그룹’의 탄생을 밀어줄 수는 없을까? 오늘의 정치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충족시키는 것은 재래의 엄숙(嚴肅)주의적, 고식적 정치담론 일변도로는 잘 되지 않는다. 절실한 것은 문화운동이다. 소재는 많다. 그러나 그 구슬을 ‘대중성+세련성+선동성+포스트 모던’으로 꿰지 않으면 20대 40대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없다.
이 마케팅에서 좌파가 시종 기선을 잡아 왔다. 이것을 우파도 포기해선 안 된다. 그 반전(反轉)의 첫발을 우파 나름의 1류 ‘문화운동 아방가르드(前衛)’ 육성으로 내딛을 수 있지 않을까?. 일가견 가진 인사들의 논의가 일었으면 한다.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